세계 2위 덴마크 머스크·5위 독일 하팍로이드 동맹 결성…글로벌 지각변동 불가피
‘디 얼라이언스’ 소속 HMM, 일감 수주 불리…매각 리스크 증폭으로 내부 혼란까지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사진=HMM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사진=HMM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새해부터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덴마크의 AP묄러-머스크(AP Moller-Maersk)와 독일 하팍로이드(Hapag-Loyd)가 내년 2월부터 새로운 해운동맹(얼라이언스·alliance)을 맺기로 하면서 HMM이 글로벌 ‘낙동강 오리알’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HMM은 매각 리스크 증폭으로 내부에서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해운시장을 주름 잡는 선복량 세계 2위 컨테이너 해운사 머스크와 세계 5위 하팍로이드가 내년 2월부터 새로운 해운동맹인 ‘제미니 코퍼레이션’(Gemini Cooperation)을 결성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운정보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머스크의 글로벌 컨테이너시장 점유율은 14.6%, 하팍로이드는 6.9%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21.5%로, 현재 1위인 MSC(19.8%)와 견줄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선다.

양사는 총 290척(340만TEU)을 투입해 26개 노선을 공동 운항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동 운항하는 340만TEU(Twenty-foot Equivalent Units·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2M(머스크+MSC)의 물동량보다 20% 가량 큰 규모다.

4600TEU급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4600TEU급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이번 해운동맹 결성으로 하팍로이드는 오는 2025년 1월 현재 속해 있는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를 떠나고 머스크도 역시 같은달 MSC와 결성했던 해운동맹인 ‘2M’에서 나올 예정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운항동맹의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팍로이드가 속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는 국적선사 HMM도 가입돼 있다. 이번에 하팍로이드의 탈퇴로 ‘디 얼라이언스’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HMM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해운동맹은 특정 항로에서 선사 간 과잉경쟁을 피하기 위해 운임·영업조건 등을 합의하는 등 수익성에 상호 도움을 준다. 각 선사들은 보유 선박의 일부를 동맹 서비스 전용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해운업계가 불황일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수요가 없는 잉여 선적량을 동맹 내 다른 선사의 영업망 등을 활용해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해운업계의 특성상 일감을 수주받기 위해서는 해운동맹에 소속돼 있어야 유리하다.

HMM 드림호. 사진=HMM
HMM 드림호. 사진=HMM

하지만 ‘디 얼라이언스’의 해운동맹 내에서 유일한 유럽기반 선사이자 운용 선박 기준 가장 큰 하팍로이드가 떠나면서 해운동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졌다. ‘디 얼라이언스’에는 6위 일본 ONE(6.3%), 8위 한국 HMM(2.8%), 9위 대만 양밍(Yang Ming)(2.5%)이 남게 되는데 하팍로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데다 아시아 기반 선사들만 남게 돼 선복량과 영업 네트워크를 비롯해 글로벌 영향력이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HMM측은 아직 하팍로이드의 동맹 탈퇴 선언과 관련한 정보를 파악 중이라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HMM은 매각 불확실성이라는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자금 부분이 해결돼 매각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노조의 격렬한 반대를 넘어야하기 때문에 산 넘어 산인 모양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과거 현대상선 시절 해운동맹체제에 편입되지 못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던 만큼, 신규 해운동맹체제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불리한 조건으로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며 “해운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속한 매각 협상을 마무리하고 내부적으로 안정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동맹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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