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리튬이온 배터리셀 가격 최대 10%↓…4분기 연속 하락
올해 배터리팩 가격도 133달러로 떨어져…2030년 80달러 전망
중국 생산 과잉·전기차 수요 부진 영향…차세대 배터리 개발 분주

최근 배터리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 현상을 두고 치킨게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사진=각 사
최근 배터리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 현상을 두고 치킨게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사진=각 사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배터리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 현상을 두고 치킨게임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 Force)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셀 가격은 지난해 4분기 내내 하락세를 걷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은 가격이 6~10% 떨어져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각형과 파우치형 삼원계 배터리셀 가격은 1Wh(와트시)당 0.51위안, 0.55위안으로 집계돼 전월보다 각각 6.7%, 10.1% 하락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리튬인산철 배터리셀 가격은 같은 기간 1Wh당 0.45위안으로 집계돼 7% 하락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2%, 2~3% 하락해 낙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는 ‘셀-모듈-팩’으로 구성되며 셀은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다.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 시스템의 최종 형태인 배터리팩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이 기간 리튬이온 배터리팩 가격이 전년보다 14% 하락했다고 밝혔다. 킬로와트시(kWh)당 139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BNEF는 올해 배터리팩 가격이 133달러로 떨어진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오는 2030년에는 80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CATL과 BYD가 비용 절감을 추진하면서 배터리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현지 매체 36Kr에 따르면, CATL은 시장 지위 확보를 위해 생산라인 자원을 선별하고 비용 절감을 추진 중이다. BYD의 계열사도 내부 공지를 통해 지속적인 비용 절감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지난해 초 리튬인산철 배터리 셀의 평균 가격은 Wh당 0.8~0.9위안이었으며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0.6위안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공급 부족 현상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됐다며 배터리셀 가격이 Wh당 0.3위안으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과잉 공급 시기를 2025년쯤으로 예상했다. 배터리 공급이 많더라도 전기차 수요가 당분간은 꾸준히 우상향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더뎌져 과잉 공급 현상이 앞당겨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치킨게임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시기는 2025년쯤에야 다가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 시기까지는 전기차 수요가 꾸준히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더뎌지자 배터리 과잉 생산 시점이 1년에서 1년 반 일찍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국 배터리 공장 가동률은 45% 미만이고 전 세계 역시 75~85% 정도”라며 “배터리 가격 하락은 과잉 생산으로 인한 치킨게임의 전조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워 전 세계로 영토를 넓힌 중국은 배터리 과잉생산 문제에 봉착했다. 영국 원자재시장조사업체 CRU그룹은 지난해 중국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1500Gwh(기가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중국 배터리 수요인 636GWh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전기차 2200만대에 공급 가능한 규모이기도 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 대수는 약 1242만7000대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가격 하락과 공급과잉 현상을 두고 국내 업체들이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통해 원가를 대폭 낮춰야만 향후 다가올 치킨게임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심혈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사이온 파워(Sion Power)에 지분을 투자해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 확보에 나섰다. 삼성SDI는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했다. SK온도 최근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솔리드파워와 기술 이전 협약을 맺어 관련 연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호근 교수는 “배터리 소재로 리튬이온을 사용하는 것은 효율성이나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나트륨 배터리 등 다양한 배터리를 사용해 원가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다만 나트륨 배터리의 경우 1회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들이 원소재의 다양화를 목표로 배터리를 개발한다면 다가올 치킨게임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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