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리스크 관리 두고 잇따라 고강도 발언 쏟아내…부실 방지 촉구
금융사 충당금 적립 및 배당·성과급 책임 거론…‘CEO 책임’ 등 정조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강경한 어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강경한 어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을 향해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를 확실히 해 부실을 막자는 취지다. 그는 CEO 책임론 등 강경한 경고성 발언으로 신속한 정리를 주문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3일부터 연달아 부동산PF와 관련한 발언을 내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부동산PF 부실의 신속한 정리 및 충당금 적립 강화를 금융사들에 당부했고, 24일에는 증권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무엇보다 이 원장은 강경한 발언을 통해 금융사들에 경고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취임 후부터 이전 금감원장들과 달리 직설적인 표현과 강경한 어조의 화법을 자주 사용해온 그는 금융지주 CEO선임, 상생금융 등 때처럼 부동산 PF에 있어서도 ‘센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원장은 23일 임원회의에서 “최근 저축은행 등의 PF 연체율이 상승하고 부실 우려 사업장이 확대되는 등 부동산 PF 부실 정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마저 만기가 연장되는 등 부실 사업장 정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실 사업장의 정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금융 분야의 생산적 자금 배분이 저해되고 실물경제 선순환도 제한된다”며 “PF 부실을 한층 속도감 있게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2023년 말 결산 시 예상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 원장은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사들의 성과급, 배당 시즌과 맞물려 작정하고 내놓은 경고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의 발언 수위는 24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강도가 더해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김주현 금융위원장,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증권 등 10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이날 “단기적인 이익목표에 연연해 PF 예상손실을 느슨하게 인식하는 잘못된 행태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전날 임원회의에서 맥락과 비슷하다. 여기에 한마디를 더 추가했다. 그는 PF 부실 사업장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하라면서 “일부 회사의 (PF 관련)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면,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참석한 각사 경영진 면전에서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책임을 경영진에게도 묻겠다고 직격한 것이다. 증권업계 PF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3.85%로 모든 금융업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달 기준 증권업계 PF 대출잔액은 6조3000억원에 달했다. "위기 때마다 반복됐던 유동성 부족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 원장의 지적이 와닿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 원장의 경영진 책임론 발언은 금융당국이 증권사 부동산 PF 임직원의 사익 추구와 미흡한 내부통제에 대해 제재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금감원은 최근 메리츠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부동산 PF 기획검사를 실시한 5개 증권사에 검사 결과를 개별 통보하고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간 해당 5개 증권사 PF 기획검사를 실시했고, PF 임원들의 사익 추구 행위와 내부통제 미흡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 A증권사 PF 임원은 업무 중 알게 된 미공개 부동산 개발정보로 500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고, B증권사 PF 담당 임원은 가족 법인을 만들어 900억원대 부동산 11건을 취득하고 이 중 3건을 팔아 100억원대 매매차익을 얻었다가 적발됐다. 내부통제를 해야 할 임원이 앞장서 사적 비리를 저지른 만큼 증권사와 CEO에 대한 중징계로 이어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 원장은 이날 증권업계의 불건전 영업 및 사익 추구 행위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검사를 통해 다양한 형태가 발견됐다”며 “내부통제 조직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자원을 확충하고,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신분상 불이익은 물론, 획득한 수익 이상의 금전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PF리스크 관리 실패 시에도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며 경영진 책임론을 부각한 것이다.

리스크를 외면한 배당·성과급 수준에 대한 책임론, CEO책임론 등을 거론한 이 원장이 강조한 또 한가지는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신속한 정리다. 일부 금융사의 경우 PF사업장의 사업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를 유예해주는 등 사례가 있었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부실PF 사업장의 정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금융 분야의 생산적 자금 배분이 저해됨은 물론 실물경제의 선순환도 제한되므로, PF 부실을 더욱 속도감 있게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신속한 정리를 위해서는 금융사의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 이 원장은 사업성이 없는 PF사업장에 대해 금융사가 예상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한 후 신속하게 매각·정리하라고 주문했다.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될 시 지체 없이 실적에 충당금으로 인식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충당금 적립 강화도 촉구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위·금감원·증권업계 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위·금감원·증권업계 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특히 저축은행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이미 수익성 악화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으로 충당금을 쌓을 만한 여력이 부족한 탓이다. 저축은행이 참여한 PF사업장의 부실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PF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2.42%로 상승했는데, 같은기간 동안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은 2.05%에서 5.56%로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9조8000억원, 연체율은 5.56%이며 저축은행 총 여신 연체율은 3.4%에서 6.15%까지 올랐다.

저축은행들은 대손비용을 줄이고자 예금금리를 내리고 대출자산도 축소하는 등 부실을 대비하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버티기 전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들도 부동산 PF를 취급하는 경우가 있어 우려는 더욱 크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가 신용평가사의 등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중소규모‧지방영업 저축은행 47개사에 대해 영업기반, 자산건전성, 수익성, 자본적정성, 유동성 분석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47개사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와 건설업의 비중이 컸다.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연구원은 “(조사 대상 47곳 가운데)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와 건설업 합산이 자기자본의 100%를 웃도는 업체는 30곳이었으며, 이 중 12개사는 150%, 4개사는 200%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실태 속에 저축은행들이 충당금을 쌓을 여력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부실 우려 사업장 비중이 큰 만큼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더욱 커진다는 점도 저축은행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현재 저축은행 충당금 적립률이 브릿지론 4.3%, 본 PF 7.5% 수준이라는 점만 해도 충당금 100% 적립은 이상에 가깝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추가로 충당금을 쌓으며 PF사업장을 정리할 수  있지만,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자본력이 부족하고 수익성 역시 악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여건이 어려운 저축은행들의 경우 충당금을 쌓기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빠르게 매각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미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충당금을 쌓으면서 주요 증권사들마저 적자 행진인 상황이다.

25일 신한투자증권 추정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영업손실은 3038억원에 이른다. 지배주주 순손실은 1899억원으로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실적 부진의 요인 중 하나로 금융당국의 보수적 충당금 적립 기조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국내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평가손실 인식을 꼽았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이 보수적인 기조를 넘어 100% 충당금 적립까지 주문했기에 올해도 어려운 고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강경한 어조로 금융사들을 압박한 이 원장은 더 나아가 부동산 PF 리스크 해소를 위해 시행사 자본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증권업계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새 살이 돋으려면 굳을 살을 벗겨야 한다”면서 “(자본 요건을) 20%가 아닌 100%에 가깝게 자기책임이 될 수 있는 세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부동산 개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PF시장에 대한 근본적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PF 정리와 그 이후의 바람직한 부동산 시장 정립을 위해 금융권이 할 수 있는 것들은 강도 높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정부는 PF사업에 대해 대수술을 예고한 상황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KBS 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선진국의 PF는 기본적으로 땅은 자기자본으로 사고 건물을 짓거나 사업을 할 때 금융을 일으키지만, 우리나라는 대출을 일으켜 땅부터 산다”며 “그러다 보니 분양가격이 폭락하면 줄줄이 ‘폭망’하는 구조다. 현행 구조하에서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바다.

이에 따라 현행 PF구조를 뜯어고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진 시행사가 땅값부터 70% 이상을 브릿지론을 통해 해결하고, 토지를 사들인 뒤 이를 담보로 본 PF를 일으켜 브릿지론을 갚는다. 이후 입주자들의 주택담보대출로 자금을 마련해 본 PF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시행사들이 부동산 개발을 위해 투입하는 비용은 자기자본의 5~10% 안팎에 불과해 고금리 및 부동상 침체와 같은 현 상황에서는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부동산 개발사업 추진 방식 등의 근본적인 개선을 경제정책방향에도 담았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조세재정연구원·국토연구원을 통해 선진적인 해외 사례 조사 등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3000개가 넘는 기존 PF 사업장들에 대한 사업성 재평가 및 경·공매 등 정리작업을 상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감원 역시 강경한 어조로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및 제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본요건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자본력이 부족한 시행사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PF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할 경우 공급 절벽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공급정책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행사 자기자본 요건 강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한편 금감원이 다음달 결산 관련 점검시 PF 관련 충당금을 집중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한 만큼 PF부실 정리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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