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SHU TOURISM ORGANIZATION(Japan) 인용.
KYUSHU TOURISM ORGANIZATION(Japan) 인용.

[뉴스워치= 칼럼] 서울, 부산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는 역시 도쿄, 오사카입니다. 특히 오사카는 먹거리도 풍부하지만, 메이지유신(1868) 전까지 일본의 왕이 머물렀던 교토, 재즈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울려 퍼진 개항도시 코베가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최근 다양한 지역으로 저가 항공사가 취항하면서 도쿄, 오사카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력을 지닌 소도시로 떠나는 여행이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런 의미에서 이 겨울 춥지 않은 규슈의 소도시들로 떠나보길 권합니다. 규슈 하면 중년 여성분들은 벳푸, 유휴인 등 유명 온천 명소를 떠올리실지 모르죠. 젊은 사람들이라면 뽀얀 돼지 뼈 국물의 하카타 라면, 하우스텐보스, 짬뽕, 카스텔라로 유명한 나가사키 등을 떠올리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 규슈는 도자기, 기독교, 난학, 한국의 고대문명 등의 키워드로 연결되는 곳입니다. 두 다리 쌩쌩해서 많이 걸어도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 가보실 것을 권합니다.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오이타, 구마모토, 미야자키, 가고시마 등 7개 현이 있는 규슈는 오키나와가 일본으로 편입되기 전까지 일본의 최남단 섬으로 중국, 한국을 비롯한 대륙문화가 들어오는 문화적 창구기능을 한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남규슈 지방은 고대 한반도를 떠났던 도래인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곳으로 가야를 비롯한 한반도 남부지역과 일본 고대사를 거시적으로 연결 짓는 연구들을 진행한다면 한일역사논쟁의 상당수는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사견을 갖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규슈 남단의 가세다(加世田)는 이즈모와 더불어 일본이 기원한 땅입니다. 고지키(古事記)(712)는 창조주의 신이자 천상계의 여신, 아마테라스로부터 볍씨와 신종의 3기를 받은 천손, 니니기노미고토(邇邇芸命)가 다카치호(高千穂)봉우리로 강림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땅에 내려온 니니기신은 “이 나라는 한국(카라)을 향하고 있어 왕래하기에 적합한 카사사 봉우리가 있고 아침 해가 직접 떠오르고 저녁노을이 지는 아주 좋은 땅이다(此の地者韓国に向き真来通ふ笠紗之御前にて而朝日之直に刺す国夕日之日照る国也故に此の地甚吉き地と詔ひ)”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韓国’이라는 한자의 발음을 ‘카라’로 적었다는 것에 주목한 일부 학자들은 니니기노신이 사실은 가락국, 즉 금관가야에서 왔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일본의 최초의 국가로 알려진 고대국가, 야마토국(大和国, 大倭)도 이곳 규슈 남부에 있었다고 보는 설이 유력합니다. 선사 대부터 이루어진 한일 교류는 삼국 시대(3세기 후반부터 7세기)에 더욱 활발해지는데, 바다를 건너왔다고 하여 이들을 도라에몽과 발음이 비슷한 ‘도라이진(渡來人)이라고 불렀습니다. 일본에 철기, 한자, 불교를 전해준 도래인들은 세력을 늘여 일본 남부로부터 중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다양한 지역을 제압합니다. 지금의 나라현 아스카촌을 중심으로 야마토(大和, 250-710) 정권을 설립한 도래인들은, 이 정권의 핵심권력을 차지했지요. 오늘날 그 흔적이 아스카 문화(飛鳥文化)라는 형태로 남아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여러분도 잘 아시는 법륭사의 금당 벽화(法隆寺 金堂 壁畵)입니다.

규슈에서 중부지방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도래인들은 많은 대륙문화의 흔적을 남겼는데 그중 하나가 삼족오, 바로 야타가라스입니다. 규슈 중부에는 삼족오를 섬기는 구마모토 신궁(熊本神宮)이 있습니다. 산해경(山海經) 등 중국 고대 문헌에는 다리 3개가 달린 삼족오(三足烏) 신화가 등장하는데, 동이족은 태양숭배와 새 토템을 결합하여 태양을 상징하는 원 안에 삼족오(三足烏)를 표현하는 일오(日烏)의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중국의 신화학자도 새와 해를 토템으로 한 종족은 바로 동이족”이라고 단정 짓고 있는데 ‘동이(東夷)’는 중국이 우리의 조상을 부르던 호칭으로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일중삼족오’, ‘달 속 두꺼비’인 ‘월중섬여’ 등 삼족오가 등장하는 벽화가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일본 신화에는 삼족오가 일본의 최초의 천황인 진무(神武)천황이 동방원정(東征)을 떠날 때 길잡이를 해줬다는 전설이 남아있습니다. 그 전설 속 삼족오를 일본에서는 대단하다는 의미의 ‘야타(やた)’와 까마귀를 의미하는 가라스(がらす)를 합쳐 ‘야타가라스(八咫烏(やたがらす)’라고 부릅니다. 이 까마귀는 지금 일본 축구협회의 엠블럼, 일본축구대표팀 유니폼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구마모토는 신무천황을 모시고 있는 키야마신사(木山神宮), 시치코쿠신사(七国神社) 등 여러분의 발길과 눈길이 닫는 곳곳마다 신화로 가득 차 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대륙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나 한 번쯤 가서 보시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이화여자대학 졸업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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