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시장 성장률 27.1%로 둔화 예측
지난해 국내 판매량 11만5756대…전년比 6.5%↓
저가 차량 국내 출시 예정…‘시장 수요 반등 어려워’

기아가 공개한 소형 SUV EV3 콘셉트 외장. 사진=기아
기아가 공개한 소형 SUV EV3 콘셉트 외장. 사진=기아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고금리와 경기 불황 등으로 그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모델들이 분위기를 반전시킬지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저가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면서 해당 모델들이 얼어붙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꺾인 전기차 시장은 올해도 성장 둔화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전기차 시장은 27.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치만 보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장률은 과거와 다르다. 그동안 가파르게 증가했던 성장률이 3년 만에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 2021년 169%에서 2022년 93%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1370만대가 팔려 29%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률이 30%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는 20% 전후로 전보다 다소 더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영역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캐즘은 시장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를 의미한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보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행보에서도 엿볼 수 있다. 포드가 전기 픽업트럭 모델인 F-150 라이트닝 감산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19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모델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대신 내연기관차인 레인저 랩터와 브롱코·브롱코 랩터의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제너럴모터스(GM)가 두 번째 전기차 전용공장 가동 계획을 1년 미루며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국내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역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승용차 기준)는 11만5756대다. 이는 전년도 판매량인 12만3772대보다 6.5%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와 높은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충전 요금 인상 등 다양한 이유가 꼽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얼리어답터 이후 일반 구매자들의 수요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만큼, 일반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위탁 생산하는 경형 SUV 캐스퍼 일렉트릭을 하반기 선보일 계획이다. 기아는 이보다 앞서 상반기에 소형 SUV EV3를 출시한다. EV3는 올해 2분기 완공 예정인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생산해 판매된다. 쉐보레의 중형 SUV 이쿼녹스 EV도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전기차 중 하나다. 미국에 공개된 이 차량의 가격은 3만4995달러(한화 약 4680만원)이며 보조금 적용 시 3000만원대 중후반에 구입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GM은 이쿼녹스 EV의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저가 전기차 모델들이 출시되더라도 시장 수요를 반등시키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일부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은 있지만 가격 메리트를 철저히 따지는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욕은 자극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출시될 저가 전기차를 보면 주행거리가 200㎞ 정도이고 사이즈도 캐스퍼처럼 작은 모델을 반값에 팔겠다는 의미”라며 “준중형 SUV EV9이 5000만원대로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출시 예정 모델로는 전기차 수요가 살아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저가 전기차가 출시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인기몰이 중인 하이브리드차에 당분간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있다. 향후 3년간 하이브리드차가 강세를 띠고 전기차는 신기술 개발 등 가성비를 높이기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올해 저가 전기차가 나오지만 아직 하이브리드차를 이기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며 “출시될 저가 전기차로 시장을 활성화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전기차의 가성비를 높이는 작업이 3년 정도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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