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개 점포 전소 등 대규모 피해…그룹사 차원 금융지원 가동
해당 지역 지점은 하나은행뿐…접근성·인지도 떨어질 수밖에

22일 밤 충남서천특화시장에서 화재가 발생, 9시간만에 완진했으나 별관을 제외한 227개 점포가 전소됐다.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으며, 금융사들도 지원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밤 충남서천특화시장에서 화재가 발생, 9시간만에 완진했으나 별관을 제외한 227개 점포가 전소됐다.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으며, 금융사들도 지원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22일 밤 충남서천특화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92개 점포 가운데 227개 점포가 전소됐다. 1층 수산물동 한 점포에서 일어난 불꽃은 9시간 만에 서천특화시장 별관을 제외하고 모든 점포를 태웠다. 큰 피해에 윤석열 대통령이 피해현장을 찾아 피해복구 대책 마련을 촉구한 가운데 4대금융지주들도 발빠르게 전 그룹사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2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은 일제히 피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상인들이 큰 피해를 입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금융지주들은 피해 지역에 긴급 구호품을 보내는 한편 계열사별로 금융 지원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선 KB금융그룹은 피해 지역에 모포, 위생용품, 의약품 등 긴급 구호키트를 지원한다. 이에 더해 급식차 및 세탁차 등을 신속하게 지원해 피해 상인들을 돕는다.

주요 계열사들도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특별대출, 만기연장, 금리우대, 보험료·카드 결제대금 유예 등 방식으로 지원한다. 

KB국민은행은 피해금액 범위 이내에서 특별 대출을 지원한다. 개인대출의 경우 긴급 생활안정자금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며, 자영업자·중소기업 등 기업대출의 경우엔 최고 1.0%p의 우대금리를 지원한다. 운전자금은 최대 5억원, 시설자금은 피해 시설 복구를 위한 소요자금 범위 이내에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3개월 이내 기존 대출금이 만기가 되는 경우에는 추가 원금상환 없이 가계대출의 경우 1.5%p, 기업대출은 1.0%p 이내에서 우대금리를 적용해 기한연장이 가능하도록 조치한다. 피해 발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원리금을 정상 납입할 경우 연체이자를 면제하기로 했다.

KB손해보험은 장기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연체이자 없이 보험료 납입을 유예하며, 기존 대출금이 만기가 되는 경우에는 추가 원금상환 없이 기한연장이 가능하고 피해 발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원리금을 정상 납입할 경우 연체이자를 면제해준다.

KB국민카드는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최대 6개월간 청구 유예하며,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은 분할상환기간 변경 또는 거치기간 변경 등을 통해 대출금 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 또한 피해일 이후 사용한 단기·장기카드대출의 수수료를 30% 할인해 준다.

KB국민은행·KB손해보험·KB국민카드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받고자 하는 피해 상인은 해당 지역 행정관청 등으로부터 발급은 ‘피해사실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고, 피해 발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대형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신속하게 삶의 일터를 되찾으실 수 있기를 바란다”며 “피해가 더 커지지 않길 바라며, 피해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KB금융그룹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화재 발생 후 “이번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피해 지역의 주민들이 하루빨리 극복하고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신한금융의 모든 그룹사가 힘을 모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등 그룹 차원의 종합금융지원이 실시된다.

신한은행은 이번 서천 화재 피해고객에 대해 ‘재해재난 피해 신속 보증지원 프로그램’을 적용, 지역신용보증재단 출연을 통한 화재피해전용 보증대출 지원과 함께 1.5%p 추가 금리 인하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의 신규 여신을 지원하고, 만기연장과 분할상환금 유예 등도 실행하기로 했다. 신규·만기 연장 시에는 최고 1.5%p 특별우대금리를 제공하고, 개인대출 신규 및 기 보유고객에게는 최고 1.5%p 금리 우대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신한은행은 지난해 신설한 재난·재해 기부금 제도를 활용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피해 주민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난 상황에 대비해 사전 제작한 비상식량세트, 긴급구호세트도 함께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피해 고객의 카드대금을 6개월 후에 상환하도록 하는 ‘청구유예’ 및 유예기간 종료 후 6개월간 나눠 납부하도록 하는 ‘분할상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피해 고객이 피해일 이후 사용하는 단기·장기 카드대출의 이자율도 30% 할인 적용하는 등 다양한 금융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는 피해 고객의 보험료를 6개월간 납부유예해주고, 유예기간 종료 후에도 최장 6개월간 분할납부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또 해당기간 동안 보험료 납부 여부와 관계 없이 정상적인 혜택 보장 등의 금융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나금융그룹도 시장 상인의 피해 복구를 위한 그룹 차원의 긴급 재해 지원을 실시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예상치 못한 화재로 피해를 본 시장 상인이 하루 빨리 안정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선 하나은행은 화재 피해를 입은 상인에게 5억원 이내의 긴급경영안정자금대출 등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기존 여신의 만기 도래시 원금상환 유예 없이 최장 1년 이내로 만기를 연장해준다. 분할상환금에 대해서는 최장 6개월 이내에 상환을 유예하고, 최고 1.3%p 범위 내에서 대출금리 감면을 진행한다.

또 화재로 인해 정상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임시 시장 조성에 따른 상인들의 영업 지원을 위해 카드 단말기도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혹한기에 화재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이재민들을 위해 방한목도리, 방한장갑, 핫팩 등 방한용품이 담긴 행복상자 300개를 전달하고, 피해 상인들의 먹거리를 위한 어묵차 및 이동식 밥차도 지원한다.

하나카드는 신용카드 결제자금을 최대 3개월 청구 유예해주고, 최대 3개월 분할상환 등 금융지원에 나선다. 또 화재 피해일 이후 6개월까지 사용한 장·단기 카드대출 수수료를 30% 할인하기로 했다.

하나생명은 보험료와 보험계약대출 이자 납입을 최대 6개월 유예하고, 화재 피해 관련 사고보험금 신청 건에 대해서는 추정보험금의 최대 50%까지 보험금을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하나손보는 화재 피해와 관련한 보험금 청구 시에 사고 조사 완료 전이라도 추정보험금의 최대 50%까지 보험금 우선 지급한다. 또 화재 피해를 입은 장기보험 가입자에게는 최대 6개월까지 보험료를 납입 유예하는 등의 금융지원을 제공한다.

우리금융그룹도 피해 상인들의 신속한 복구와 재기를 위해 경영안정 특별자금 등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우리은행은 화재 피해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시장상인들에게 1인당 최대 1.5%p 특별우대금리로 5억원 범위 내의 운전자금 대출이나 피해실태 인정금액 범위 내의 시설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기존 보유중인 만기대출에 대해서도 1년 범위 내에서 만기연장이 가능하고 분할상환 납입기일을 유예받을 수 있다. 

또 피해 시장상인 개인에게도 1인당 최대 2000만원의 긴급 생활자금 대출과 대출금리 최대 1%p 감면, 예적금 중도해지시 약정이자 지급, 창구 송금수수료 면제 등의 금융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대출금리와 수수료 감면을 통해 피해 시장상인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 재기를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카드도 피해를 입은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결제대금 상환 유예 등을 지원한다. 카드 결제대금을 최대 6개월까지 유예하고 피해 발생 후 생긴 결제대금 연체에 대해서는 연체이자를 면제하고 연체기록을 삭제해준다. 또한 카드론, 신용대출, 현금서비스 등 금융상품에 대해 기본금리 30% 우대혜택을 제공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금융캐피탈은 피해 고객의 대출 원금 납입을 최대 6개월까지 유예하며, 피해 발생 후 생긴 연체에 대해서는 연체이자를 면제한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피해 고객의 대출금 원리금 상환을 3개월 유예해주고, 만기를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같은 지원책을 마련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불의의 화재로 피해를 입은 충남 서천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을 위해 우리금융은 다양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그룹사가 모두 합심해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등 피해복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 사진=연합뉴스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4월 충청‧강원 산불 피해 지역 및 7월 집중호우 피해 지역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발빠르게 나서 구호물품 및 각종 금융지원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도왔다. 이번 역시 갑작스러운 한밤중 화재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위해 각 그룹사들이 할 수 있는 지원방안들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나섰다.

현장으로 향하는 각종 구호물품과 이동식 먹거리 차량들은 망연자실한 상인들의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또 보험료 납입 유예나 카드사들의 결제대금 청구 유예 등 역시 해당 금융사에 가입한 피해 상인들에게 당장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각종 대출 지원 및 원금 상환 만기 연장 등 각 은행들이 내세운 지원 방안들은 다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지역 거주민들 사이에서 금융사들이 내놓은 지원방안을 두고 “지역에 있는 가까운 금융사를 두고 저 은행들 가입한 상인들이 몇이나 될까”, “상인들 대다수가 중장년층인데, 기존 이용하던 금융사를 두고 지역에 지점도 없는 금융사를 이용할지 의문”, “피해 상인들 중 해당 금융사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도움이 될 듯”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피해발생지역에 4대 금융 그룹사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지역 금융사 관계자 역시 “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의 경우 지역특성에 따라 농협이나 수협, 우체국 등 금융사 비중이 더 크다”면서 “아무래도 시중은행 비중이나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금융사들이 내놓은 각종 금융지원 등에 대한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4대 금융지주의 은행들 중 충남 서천 지역에 지점이 있는 은행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은 모두 서천에서 170km 떨어진 전북 군산에 지점이 있다. 각 은행이 피해 고객들에 대해 기존 이용상품은 물론이고 신규로 생활자금을 대출하거나 경영안정자금을 대출받을 시에도 각종 혜택과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나서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접근성은 물론 인지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여론 사이에서는 한층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자칫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각 금융협회 및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서천특화시장 피해상인들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신속보상센터를 설치해 피해자의 보험 가입 여부 확인 및 보험금 신청·지급 등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사는 화재 피해 고객에 대한 보험금 심사 및 지급 업무를 최우선 처리해 피해상인들이 손쉽게 보험 정보 및 신청 지급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업계와 함께 신속한 보상 지원 및 피해 상담·금융 지원 안내 등을 위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며, 금융감독원도 해당 지역에 출장상담센터를 개설한다. 피해 복구를 위한 대출 연장과 이자 및 보험료 납입 유예 등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피해 가계 및 소상공인 등 지원요청을 최우선한다는 계획이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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