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시대 맞춰 필요 VS 여력 안 되는 중소기업들 상대적 박탈감 호소
포스코, 철강업계 최초 동참…삼성전자·SK그룹 일부 계열사는 이미 시행

포스코센터 사옥. 사진=최양수 기자
포스코센터 사옥. 사진=최양수 기자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포스코그룹이 국내 철강업계 최초로 ‘주4일제 근무’를 시행하면서 재계에서는 ‘주4일제 근무’에 대한 이슈가 확대 중이다. 기업들의 근로시간 단축 시도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 시대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과 여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전사 상주근무 직원 1만여명을 대상으로 22일부터 ‘격주 주 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 중이다. 이번에 시행한 ‘주4일제 근무’는 2주간 총 80시간의 근무 시간을 채우면 2주차 금요일에 통째로 쉴 수 있는 제도다. 

2주 단위로 평균 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을 채우면 1주차는 주 5일, 2주차는 주 4일 근무할 수 있다. 첫 격주 금요일 휴무는 다음달 2일이 된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2018년 상주 직원들이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업무 시간대를 정해 일할 수 있도록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1개월 이내의 단위 기간을 정해 주 평균 40시간 이내에서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에 신설된 격주 주 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기존의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더해 격주 금요일에 한해 하루 4시간의 필수 근무를 없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2주 단위 평균 주 40시간의 근로 시간을 채우면 격주로 금요일에 쉴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그룹 일부 계열사 등 다른 주요 기업도 ‘부분적 주4일제 근무’를 이미 도입한 곳이 있다. 이밖에도 ▲카카오 ▲CJ ENM ▲우아한형제들 ▲여기어때컴퍼니 등이 부분적 주 4일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들어선 새 노조 집행부가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4일 근무제가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4일 근무제가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삼성전자는 노사 협의를 거쳐 지난해 6월 월 필수 근무시간을 충족하면 매월 1회 금요일에 휴무하는 ‘월중휴무’ 제도를 신설했다. 4조 3교대 근무 생산직 등을 제외한 직원들은 매달 급여일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쉴 수 있다.

SK그룹도 일부 계열사가 재계에서 가장 먼저 주4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SK그룹은 2019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SK㈜,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주요 관계사에서 월 1∼2회 금요일에 휴무하는 주 4일 근무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SK텔레콤은 매월 둘째·넷째 주 금요일에 휴무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 중이며 SK하이닉스도 같은 이름으로 매달 1회 금요일에 재충전 기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최근 SK㈜와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주4일제 근무인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미 주4일제 근무에 대해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기업들은 도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북미, 유럽 등지에서는 근무시간을 조정해 금요일 오전 퇴근을 하는 4.5일제 근무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벨기에의 경우 2022년 2월 15일에 주 4일제를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서유럽에서는 주4일제가 보편적인 형태였기에 2022년에는 이를 임금 삭감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주4일 근무제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주4일 근무제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2021년 연간 경제 정책 지침에는 기업이 직원들에게 주4일 근무, 더 나아가 주말 3일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권고안이 포함됐다. 또 지난해 페이스케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4일 근무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비율이 2022년 기준 처음으로 10% 가까이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개개인에 맞춰 유연화해 구성원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생산성 증진과 회사 소속감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저출생 시대 공약을 쏟아내면서 육아기 유연근무 등을 거론하는 만큼 기업들도 주4일제 근무에 대한 고민이 확대 중이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은 ‘주4일제 근무’ 시행을 바라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적 여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들은 꿈같은 일로 여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이야기하고 있어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제도가 기업 간의 위화감으로 나타날 수 있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4일제 근무가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고 근로자의 만족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제도의 확대는 올바른 방향성을 보이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제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의 골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공동의 노력이 병행돼야 순탄하게 안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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