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갈아타기 흥행 가운데 인터넷은행들 승승장구
시중은행 긴장감 고조…제2금융권은 ‘개점휴업’ 상황

온라인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열풍으로 금융사들이 각기 다른 상황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열풍으로 금융사들이 각기 다른 상황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온라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 열풍이 이어지면서 금융사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치열한 유치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인터넷은행들이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갈아타기 서비스 출시 전부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샀던 제2금융권은 예상대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에 금융판이 달라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출시된 후인 9일부터 18일까지 10일 동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신청받은 주담대 갈아타기 규모는 1조5957억원 규모다. 이들 은행에 신청된 갈아타기 대출 건수는 9271건이다. 이보다 더 많은 신청자들이 몰린 곳이 인터넷은행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신청액 및 신청건수 등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금융당국에 따르면 5대 은행 신청액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인터넷은행들은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금리로 공격적 영업을 펼치며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출시 첫 날부터 전원 대비 2~3배 수준의 조회 트래픽을 기록하는 등 호응을 얻었고 한도가 조기 소진되는 등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금리는 점점 더 낮아지는 추세다. 22일 기준 인터넷은행 주담대 환승 최저금리는 카카오뱅크 3.498%, 케이뱅크는 3.50%다.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내세우며 주담대 고객들을 잡은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로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실제 인터넷은행들은 지난해 주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영역을 확장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전월세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은 26조6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보다 70.8%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전년 대비 3.3%늘어난 431조9299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규모 차이를 감안해보면 인터넷은행들이 시중은행으로 갈 주담대 수요의 상당 부분을 흡수한 셈이다.

핀테크 업계도 웃고 있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금융상품 비교·출시와 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 등을 출시하면서 핀테크 등 플랫폼사들의 성장동력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중개 기능이 활발해지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긴장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의 승승장구와 핀테크업체들의 급성장에 시장을 주시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해법 중 하나로 꼽히는 건 플랫폼 고도화다. 인터넷은행들이 영향력이 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과 더불어 금융당국도 정책성 플랫폼으로 핀테크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시중 은행들 역시 역마진을 우려할 만큼 낮은 금리로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기에 인터넷은행들이 단순히 낮은 금리로만 승기를 잡았다고 할 수는 없다.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에서 앞설 수 있었던 데에는 플랫폼이 있었다. 또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와 토스·핀다·뱅크샐러드·에이피더핀 등 7곳과 금융사 자체 앱 등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핀테크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의 성장은 저금리에 더해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이 강하다는 데 있다. 카카오뱅크만 하더라도 모기업 카카오와의 연계가 큰 장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과 별개로 통합 앱, 슈퍼앱 등을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려 하는 것”이라 말했다. 실제 KB국민은행은 기존 ‘KB스타뱅킹’을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계열사 서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계열사 주요 기능을 통합한 ‘신한 슈퍼 SOL’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중 슈퍼앱인 ‘뉴원뱅킹’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울상을 짓고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제2금융권이다. 온라인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에 참여한 2금융권은 SBI·JT친애·OK저축은행 및 현대캐피탈 등 4곳인데, 이 중 저축은행들의 대환대출 취급 건수는 지난 9일부터 21일까지 0건으로 알려진다. 현대캐피탈 역시 이번 대환대출 서비스에서 보유기관 역할만 수행하고 있는 데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만 참여한 보험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2금융권의 경우 주담대가 주력 상품은 아니다. 주로 사업자 주담대를 취급하기에 일반 개인 주담대에 비해 금리가 높고 구입자금 목적 성격도 갖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또 저축은행 이용 고객들의 경우 취약차주 비중이 많기에 차주 신용점수 등을 고려하면 대환대출이나 갈아타기가 더 손해일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2금융권은 애초부터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금융당국 요청에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을 정도다.

더욱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한 2금융권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부작용도 불거졌다. 대환대출 출시 전후로 2금융권 업체의 대환대출 관련 보이스피싱 민원건수가 수십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저축은행으로서는 전 금융권 차원의 서비스 출시에 좋은 마음으로 동참했다가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한편 주담대 갈아타기로 승승장구 중인 인터넷은행들의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3년간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3사 일괄 30%로 낮추면서 인터넷은행들의 리스크 관리는 여유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의 출범 취지가 중저신용대출 공급이기는 했으나 불확실성을 키우는 규제라는 지적도 있었던 만큼 규제 완화가 인터넷은행들의 수익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개별 성장 모멘텀도 주목할 만하다. 카카오뱅크는 16일부터 자체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한 6개 공모 펀드 상품 판매를 시작했으며, 토스뱅크는 환전수수료 평생 무료 제공 서비스를 내걸었다. 케이뱅크는 기업공개(IPO)에 재도전, 연내 상장을 추진한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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