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금투세 폐지 등 줄줄이 발표
세수 감소 및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3% 이상 전망

정부가 기업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 한도 확대 계획 등 감세 정책을 내놓으면서 세수 감소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기업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 한도 확대 계획 등 감세 정책을 내놓으면서 세수 감소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정부가 신년 들어 잇따라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세수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이어지는 데다 정부가 강조해왔던 건전재정 원칙도 무너질 전망이다. 이에 감세를 통한 경기 활성화로 세수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선순환 정책방향과 나라살림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정부가 추친하겠다고 밝힌 정책 시행으로 인한 내년 세수는 최소 2조5000억원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잇따라 내놓은 감세 정책 영향이다.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지난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기업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투자분에 대한 기본 공제율은 일반 분야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2%이다. 신성장·원천기술 분야는 대기업 6%, 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8%이며, 국가전략기술 분야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를 적용받는다. 최근 3년 평균 투자액과 비교해 올해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공제도 받는다.

또 기업의 일반 분야 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도 한시적으로 10%p씩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직전년도와 비교한 올해 R&D 투자 증가분에 대해 대기업은 세액공제율이 25%에서 35%로 조정되며, 중견기업은 40%→50%, 중소기업 50%→60%로 높아진다. 세제 혜택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17일 열린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한 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 한도 확대 계획이 발표됐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주식시장 발전의 기본 요소로 세제개혁을 강조하면서 ‘세제개혁의 과감한 추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에 대해 각국 금융시장 경쟁 속에 과도한 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결국 주식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이런 과도한 세제가 우리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 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를 상대로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과세한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이를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와 함께 증권거래세는 거래 비용 절감 차원에서 내년 0.15%로 추가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0.23%에서 0.20%로, 올해 0.18%로 점차 하락했는데 이를 더 내리겠다는 것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와 배당·이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도 상향하기로 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ISA 납입 한도는 연 2000만원(총 1억원)에서 연 4000만원(총 2억원)으로 두 배, 비과세 한도는 200만원(서민·농어민용 4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농어민용 1000만원)으로 2.5배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들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배병관 기재부 금융세제과장은 “금투세 폐지는 불확실성이 오래되면 안 돼서 2월 임시국회에 법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ISA 부분도 최대한 빨리 신속하게 되도록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제출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이지만 이미 세간에서 논의가 시작된 모양새다. 감세정책으로 인해 나라 곳간이 쪼그라들고 적자도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나라살림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기재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9%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는 최근의 정책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최근 나온 감세정책들로 줄어드는 내년 세수는 최소 2조5000억원 규모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조치의 1년 연장에 따른 세수 감소 추정치는 1조5000억원 정도다. 금투세 폐지로는 8000억원의 세수가, ISA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에 따른 세수는 2000억~30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적자 규모가 2조5000억원 이상 늘어날 경우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0% 이상이 될 수 있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뒤 국민연금 등 4개 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값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건전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바이지만 금투세 폐지, 임투 연장, ISA 조치만으로도 재정준칙의 상한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이미 정부 재정은 매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22년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62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GDP대비 재정 적자폭이 5.4%로 확대됐고, 지난해의 경우는 정부 세수가 기존 전망보다 50조원 이상 덜 걷힌 데다 1월부터 11월 관리재정수지 누적 적자액이 64조9000억원으로 정부 연간 적자 예상치인 58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더해 올해 감세정책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건전재정은 차치하고라도 재정의 지속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7일 열린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한 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7일 열린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한 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만 정부 입장은 다르다. 세수 부족을 우려하며 정부 재정을 걱정하는 목소리에 대통령실은 ‘감세가 아닌 세제개편’, ‘경기 활성화를 통한 세수기반 확충’ 등이라 반박하고 있다.

18일, 성태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각각의 세금 중에 경제적 왜곡 현상이 심하고 세수를 크게 감소시키지 않는 세원을 발굴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중심”이라며 “세금 관련 정책은 대규모 세수 축소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 개선’이 초점”이라 설명했다. 필요한 규제는 유지하는 가운데 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사업주나 다른 이유에 의해 높은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세금이 크게 감소하지 않으면서 경제 왜곡 현상을 줬던 세금, 규제를 손보는 취지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수 감소 우려가 이어지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기까지 했다. 최 부총리는 21일 KBS 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금투세 및 세수 부족 우려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금투세 폐지에 대해 “금투세는 개인소득세와 다르기 때문에 국내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사항”이라며 “가계 자산이 아직도 실물자산에 많이 투자하고 있어 생산적인 부분으로 유동하는 필요성이 큰 시점에서 금투세 폐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즉흥적으로 결정됐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면서 금투세를 유예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었다. 즉흥적으로 보일 순 있어도 관계부처를 조율해 나온 스케줄”이라고 반박했다.

또 최 부총리는 감세 정책이 세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자본시장 관련 세제 지원이나 민생 지원 등은 큰 규모가 아니고 효과도 몇 년에 걸쳐 나타난다”며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통해 세수 기반이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당장의 세수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세제 혜택을 늘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국민 소비를 증대시켜 추후 세금을 더 걷겠다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려는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감세정책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 및 전통시장 사용분 소득공제율 상향 등을 담았다. 세수 감소 요소가 더 있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언급한 상속세 개편도 뜨거운 감자다.

윤 대통령은 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금투세 폐지와 함께 주식시장 발전 저해에 대해 발언하던 중 주가가 과도하게 오를 경우 대주주로선 상속세 부담만 커져 기업 경영과 가업승계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재산이 많은 사람에 대해서 많이 좀 과세를 해서 나눠가져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상속제 문제를 꺼내들었다. “상속세와 과도한 할증과세라고 하는 것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좀 있어야 된다”는 윤 대통령 발언 후 상속제 개편 논의가 24년만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속세와 관련해선 지난해부터 움직임이 있었다. 기재부는 지난해 조세개혁추진단을 꾸리고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지난해 6월엔 국민의힘 의원들 중심으로 할증 평가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해외 주요국 사례로 봐도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속 주식에 대해 우리나라와 같이 일률적으로 20%의 가액을 할증하는 제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상속세는 상속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데,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경우 20% 할증해 평가하기 때문에 최고세율이 60%에 이른다.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은 유산취득세다. 유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고 상속인들이 나눠 내는 현 방식과 달리 상속인들이 각자 물려받은 유산에 세율을 적용하기에 총액보다 과세표준이 낮아져 세금을 더 적게 내게 된다.

다만 상속자들의 세 부담이 줄어드는 동시에 세수 역시 줄어들게 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예정처에 의뢰해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산취득세 도입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은 상속인 수(2~4명)에 따라 2021년 기준 6379억원~1조2582억원 규모다. 상속세와 관련, 정부는 최대한 신중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상속제 공론화 다음날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다”고 말을 아꼈고, 최 부총리도 21일 KBS 방송을 통해 “(상속세는) 찬반이 있는 과세인 만큼 사회적인 공감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총선용 감세 정책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총선과 관계 없고, 총선 이후에도 왜곡된 세금들을 정리하는 개편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총선용’이라는 꼬리표는 좀처럼 떨어져나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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