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거액익스포저 한도 규제 방안 정식 도입
불공정거래 시 수익 2배까지 과징금 부과한다

금융 거액익스포저 한도 규제 방안 정식 도입, 불공정거래 관련법 개정안 시행, 금융용어 순화 등 금융권에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 거액익스포저 한도 규제 방안 정식 도입, 불공정거래 관련법 개정안 시행, 금융용어 순화 등 금융권에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새해 금융권에 변화가 온다. 지난해 거론됐던 금융 거액익스포저 한도 규제 방안이 정식 도입되고, 여론이 꾸준히 제기했던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또 어려웠던 용어들이 쉬운 단어로 바뀌며 이용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금융 거액익스포저 한도 규제 방안 정식 도입

금융위원회는 18일, 제 1차 정례회의에서 ‘은행업감독규정’과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의결하고, 은행권이 거래 상대방의 부도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떠안는 것을 막기 위한 거액익스포저(위험노출액) 한도 규제 방안을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감독규정 개정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정한 국제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지난 2019년 3월부터 행정지도로 시범 실시해왔던 ‘거액익스포저 한도규제’를 ‘은행업감독규정’과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 등에 정식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금융 규제의 국제적 정합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액익스포저는 한 기업이 특정 자산이나 투자에 대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뜻한다. 거액익스포저로 인해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보는 상황을 막기 위해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거래 상대별 익스포저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의 25%이내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신용공여한도 제도와 유사하지만 거래 상대방 인식에 있어 통제 관계 뿐 아니라 경제적 의존관계를 고려하고,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 및 보증제공자의 보증금액가지 포함하기에 통합적 리스크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9월, 금융위와 금감원은 거액 익스포저 한도 규제와 관련한 은행업 감독 규정 등 개정에 나섰던 바다. 원래 1월 1일부터 적용하려 했으나 시기가 조금 늦춰졌다. 2019년부터 4년여 동안 행정지도를 통한 '계도 기간'을 거친 만큼 개정안에 따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 전망이다. 특히 이 기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영업 환경을 반영,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주택 관련 대출 등 서민생활 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인 대출에 대한 보증기관의 보증 익스포저에 대해 규제 적용을 면제했고, 한국수출입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국내은행 외은지점 등은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책금융기관 특성상 한국산업은행은 제도 도입 후 2년간 유예한다.

금융위 측은 “우리나라 금융 규제의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했다”며 “은행권의 거액 편중리스크 관리 수준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은행권에는 또 다른 영향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거액 익스포저 규제 정식 도입으로 인해 공격적으로 확대해왔던 기업대출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 그간 예금은행 잔액 기준 기업대출 규모는 2020년 이후 매년 9%이상씩 증가했다. 특히 2022년을 지나면서 금리가 급등했고, 이로 인해 자본시장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에 은행들도 적극적인 기업대출 영업을 해왔다.

우리은행의 경우는 지난해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내세우며, 오는 2026년까지 대출자산 중 기업대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고, 기업대출 잔액은 237조원까지 확대해 은행권 기업금융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까지 했다. 다른 은행들 역시 기업대출 잔액 규모가 150조~170조원 수준으로 기업대출 영업에 공격적인 경쟁을 펼쳐왔다.

특히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과도한 가계대출을 막자 기업대출로 여신 전략을 선회하고 집중해왔다. 하지만 거액 익스포저 한도 규제가 시행되면 기업대출마저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일부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가 한도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은행들의 신규 대출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 환경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거액 익스포저 한도 규제로 인해 대기업 그룹 단위로 대출이 묶이면서 수요가 있어도 대출을 내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규제 도입을 준비하며 국내의 다양한 여건 등을 고려해 일부 기준을 완화한 만큼 국내 기업 환경 및 은행 영업환경을 고려한 추후 방안도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뿐 아니라 건설업체의 경우도 은행을 통한 사업비 융통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 불공정거래 시 최대 2배 과징금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과 하위법령 개정안이 19일부터 시행된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도입,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도입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개정안을 뒷받침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지난 15일 금융위 의결이 이뤄졌고,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은 하루 전인 18일 의결됐다.

우선 개정안을 통해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은 최대 2배(부당이득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할 경우 4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형사처벌만 가능했지만 법원 확정 판결까지 기간이 적지 않게 소요됐고, 엄격한 입증책임으로 인해 기소율마저 낮다는 한계가 있었던 점을 보완하기로 한 것이다.

이전까진 검찰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한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뒤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사전 협의되거나 금융위의 혐의 통보 후 1년이 지난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제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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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액 산정기준도 한층 명확해진다. 부당이득액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그로 인해 회피한 손실액으로 과징금, 형사처벌 등이 기준이 된다. 금융위는 위반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을 부당이득액으로 보기로 했다. 불공정거래외 무관한 제3자가 개입하는 상황에서는 부당이득액을 산정할 때 위반행위와 외부요인 각각의 영향력을 고려해 시세 변동분 반영 비율을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제도도 도입해 자진신고·자수하거나 다른 사람의 죄에 대해 진술·증언하는 경우 형벌·과징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새로운 증거 제공, 성실 협조 여부 등에 따라 과징금을 50~100% 깎아주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내부자 제보가 활성화되고 보다 효과적인 적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자본시장법 개정은 그간 여론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처벌 강화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간 불공정거래로 인해 금전적 피해를 입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특히 불공정거래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로 국내법이 해외에 비해 너무 약해서라는 지적이 잇따랐던 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등 관련기관은 새로 도입되는 과징금 제도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제재해 공정한 지본시장을 조성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어렵기만 했던 금융용어, 달라지고 있다

금융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어려운 용어다. 특히 영어나 한자어로 표현된 용어가 많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최근 변화가 감지된다.

우선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이같은 어려움을 일부나마 해소하고자 ‘HF공공언어 순화’ 작업에 나섰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주택금융용어를 쉽게 표현하거나 외래어나 한자어의 대체어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영남대학교 국어문화원과 어려운 용어를 쉬운 용어로 바꿔쓰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한자어로 표현된 용어들이 한층 이해하기 쉬운 용어들로 바뀐다. 차주는 빌린 사람으로, 저리는 낮은 금리 등으로 바뀌는 것이다. ‘분할상환’이나 ‘대위변제금액’ 등과 같이 자주 사용하는 주택금융용어 역시 각각 ‘나눠갚기’, ‘대신 갚은 금액’ 등으로 쉽게 풀어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법제처도 지난 10일 ‘경제·금융 분야 법령 속 어려운 문장 정비를 위한 연구’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다. 법제처는 2006년부터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통해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용어 등을 개선해왔지만 일반국민이 여전히 법령을 어렵게 느끼고 있다는 조사결과에 따라 새롭게 정비하기로 한 것이다.

법제처에 따르면, 경제·금융 분야 법령 문장은 국민들의 일반적인 언어생활과 동떨어진 표현 방식이라 전문가가 아니고선 이해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금융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법령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예금자보호법, 보험업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 138개 법령을 연구,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금융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설문조사에서 금융소비자들이 금융권에 바라는 점 중 하나로 ‘어려운 금융용어 풀이’가 꼽히기도 했을 정도다. 실제 금융권 소식이나 법, 다양한 용어들은 단번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웬만한 용어들은 검색이나 사전을 통해 한번 더 상세한 설명을 읽어야 할 정도다. 때문에 한국주택금융공사 용어 순화 노력이나 법제처의 개선 방안 등이 금융 소비자들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한 차주 박모(41) 씨는 “아내와 함께 주택담보 대출을 신청하러 갔었는데 둘 다 무슨 말인지 알아볼 수 없는 단어들이 너무 많았다. 담당 공무원에게 물어보기도 민망해 한 사람은 열심히 용어를 찾고, 한 사람은 그에 맞게 정보들을 기입했다. 미리 꼼꼼하게 알아보고 서류 등도 모두 준비해 갔음에도 불구하고 용어들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기억이 있다”고 당시 경험을 떠올렸다. 박 씨는 “일상적인 금융 뉴스를 접할 때도 한번에 알아보기 쉽지 않은 금융 용어가 많다”면서 “이는 요즘 사람들의 문해력이나 지식수준 때문이라기보다는 용어 자체의 난해함 때문인 것 같아 좀 더 쉽게 풀어서 서술하는 것이야말로 금융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씨의 말처럼 고객의견수렴 등을 통해 금융용어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어려움을 체감한 금융권도 쉬운 금융용어 사용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다.

우선 증권가는 지난해부터 고객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쉬운 용어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UX writing 가이드’를 통해 자사 사용 언어를 고객 관점에 맞춰 고객이 MTS ‘신한알파’를 이용할 때 이해하기 쉬운 글로 정리되도록 했다. KB증권도 고객 눈높이에 맞춘 친화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쉬운 언어 글쓰기 가이드’를 지난해 11월 제작하는 등 추상적인 용어 사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금리’에 있어서도 금리 변화 추이, 금리 동향 등 일반적인 금리 설명시에는 ‘금리’를 사용하지만 발행어음, 환매조건부채권(RP), CMA 등 각 상품의 구체적인 실제 수익률 설명에는 ‘약정수익률’로 대체하는 등 방식이다.

어려운 금융용어를 순화하는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16일, 펀드판매 서비스 출시를 알리면서 투자 경험이 없는 고객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어려운 용어를 쉽게 설명하고 안내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매입’, ‘환매’와 같은 투자설명서의 어려운 용어는 ‘투자’, ‘출금’으로 설명되며, 상품 안내 페이지에서 펀드의 주요 특징을 ‘세줄 요약’으로 제공하는 등 상품 설명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그런가 하면 BNK부산은행은 고객경험(CX팀)을 꾸려 소비자에게 어렵고 전문적으로 느껴지는 용어 등을 보다 쉬운 용어로 바꿔 사용하는 사례를 늘리기 위한 업무 문화 개선 운동을 펼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 관계자들에게는 익숙한 용어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대부분의 용어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권이 여느 때보다 고객 중심, 고객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금융용어에 대한 개선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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