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취약한 기업이 덩치 큰 기업 인수…‘승자의 저주’ 우려
'쌍용차 인수' 에디슨 모터스도 온갖 논란 끝 몰락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사진=HMM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사진=HMM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지난 연말 해운업계의 최대 이슈는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이었다.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인수전의 최종 심사에서 6조4000억원가량의 인수가를 써내며 동원그룹 인수가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최종 승자가 됐다.

이로써 하림그룹이 HMM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자산이 42조80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되고 재계 13위로 14계단을 뛰어오르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본계약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자금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해 그룹 전체가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림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자산 17조원으로 재계 27위에 있다. 하림그룹이 인수하려는 HMM은 자산이 이보다 8조8000억원 많은 25조8000억원으로 19위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다 탈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HMM노동조합이 HMM과 단체협상이 결렬되자 사상 첫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HMM 매각과 관련해서도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HMM해상노조와 HMM육상노조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HMM 매각 민영화 대국민 검증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들은 하림의 HMM 인수에 대해 ▲인수자금 조달 및 상환 계획 불투명 ▲HMM 운영계획 부재 ▲하림그룹 계열사 지원 가능성 ▲해운 독과점 우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또 노조는 이날 HMM은 매각 절차를 반대하고 인수 계획 공개 등 하림지주에 요구 및 HMM 인수 저지를 위한 서울 상경 투쟁 계획도 밝혔다. 노조의 반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데다 정치권 개입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HMM 인수는 안갯 속 상황이다.

특히 하림그룹이 HMM이 보유하고 있는 10조원 규모의 유보금을 인수자금이 아닌 미래 경쟁력 강화에 사용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미 우리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먹튀 사건’을 통해 덩치가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할 때 온갖 논란 끝에 결국 ‘승자의 저주’로 몰락하는 사례를 엿볼 수 있었다. 

하림그룹이 성공적인 HMM 인수를 위해선 ‘협상력’이 중요한 시점이 됐다. 자금 동원 능력부터 노조와의 먹튀 우려 해소를 위한 대책까지 협상력을 발휘해야 업계의 비아냥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최양수 기자.
최양수 기자.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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