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에서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1067억원의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해당 상품 관련 손실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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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박현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금융가 안팎에서 불거진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 ELS) 파동이 갈수록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요 은행, 증권사가 판매한 해당 ELS 상품이 막대한 원금 손실은 물론 불완전판매 논란 등 전방위 파장을 초래하고 있어서다.

이달 12일 기준으로 홍콩 ELS 원금 손실액은 올해만 106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하반기 손실액 82억원을 더하면 총 손실 규모는 1149억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란 사실이다. 상품 특성상 시간이 흐를수록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상반기 손실액이 최대 5조원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번 사태의 핵으로 떠오른 홍콩 ELS는 홍콩H지수와 연계된 금융파생상품으로, 투자자는 해당 주가지수가 오를수록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는 손해는 물론 최악의 경우 원금까지 잠식당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50개 종목을 선정해 산출하는 홍콩H지수는 지난 2018년부터 상승세를 타며 2021년 2월 1만2000을 돌파했었다. 하지만 이후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같은해 말 8000대로 하락했고, 현재는 5000대로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이와 연계된 홍콩 ELS 역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홍콩 ELS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와 피해를 입은 투자자 간 불완전판매 논란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은 은행이나 증권사 측이 판매 과정에서 손실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고수익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금융사들은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판매 절차를 빠짐없이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못지않게 향후 이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제주체별로 이번 홍콩 ELS 문제 전반과 관련해 미진한 측면은 없었는지, 필요한 요소가 누락됐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선 해당 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는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판매 과정에서 상품 설명 외에 계약자 자필 서명을 받고 녹취까지 했다지만, 순전히 형식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에 은행이 판매한 홍콩 ELS 상품의 투자자 절반가량이 60대 이상인 데다 이 중 90대 이상 판매분도 91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취약계층에 속하는 이들 고령자가 담당직원의 간략한 설명만으로 용어 자체도 생소한 해당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싶은 것이다. 특히 실적에 눈먼 나머지 홍콩H지수가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도 판매를 지속한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투자자에게도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어떤 금융상품이든 투자에 따른 책임은 기본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이다. 이 때문에 손실 위험 또한 투자자 본인 책임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언제 어디서든 망각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당국이 사전에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한층 발빠르게 대응했더라면 피해를 더욱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펼치고 있는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등을 살펴본 후 오는 3월까지 대책을 내놓는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사후 약방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로써 앞으로는 이번 홍콩 ELS 파동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공·민간 부문 주체마다 문제 발생 시 맞춤형 대책 마련 등을 시스템화하는 작업에 중점을 두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박현 경제산업부장.
박현 경제산업부장.

박현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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