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금융지주사 주주환원율 확대 요구 공개서한 발송
정부 상생금융 압박 및 다양한 리스크 상존…단순 확대 어려운 실정

국내 금융지주사들을 향해 주주환원 확대 요구와 더불어 상생금융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각 지주사 제공
국내 금융지주사들을 향해 주주환원 확대 요구와 더불어 상생금융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각 지주사 제공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어떤 주주환원정책을 펼칠까. 다음달 자사주 매입 및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앞두고 기대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 뒷편에는 주주 배당을 확대하기 어려운 요건들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 파트너스 자산 운용(이하 얼라인)은 최근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및 BNK·JB·DGB금융 등 국내 7대 금융지주사에 “지난해 약속했던 주주 환원 정책을 충실하게 이행하라”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얼라인의 서한은 지난해 금융지주들이 약속한 점을 지키라는 촉구 성격을 갖는다. 금융지주들은 지난 202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할 당시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각 사가 정한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초과 자본을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매년 총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움직임이 나타났다. 얼라인이 지난해 1월, 지주사들에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하라’고 공개 요구한 뒤 주요 지주사들은 앞다퉈 주주 환원책을 발표했다.

당시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각각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33% 주주환원 방침을 밝혔고, 하나금융그룹 31%, 우리금융 30%를 제시했다. DGB금융지주와 JB 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 소각없이 27% 주주환원 방침을 밝혔다. 중장기적 주주환원 정책도 이어졌다. KB금융은 보통주 자본비율(CET1) 13%를 초과한 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고, 신한금융은 최대 40%까지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나금융은 중장기적 주주환원율을 50% 수준으로 상향한다는 목표를, 우리금융은 지난해 2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30%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던 바다. 이에 대해 얼라인은 은행과 주주, 정부가 모두 윈윈하는 고무적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얼라인은 올해도 각 금융지주사들에 주주 서한을 보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등 주주 환원액 비율(주주 환원율)이 평균 27% 정도로 주요 해외 은행이 59%대인 것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지적했다.

얼라인은 이번 주주 서한서 각 은행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분석도 함께 기재했다. 얼라인이 수집한 공시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7대 금융지주사의 주주 환원율은 4%에서 30%까지 천차만별이다. 다만 3~4월 이뤄지는 지난해 연말분 배당까지 집계해야 최종 비율이 나오는데, 얼라인은 지난해 금융지주들의 약속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주주환원율을 제시하고 나섰다. KB금융은 57.4%, 신한금융 35.8%, 우리금융 34.6% 등이다. 하나·BNK·DGB 등은 얼라인의 최소 요구치인 30%를 달성하는 것이 불투명하다고 보면서 목표치에 미달하더라도 최소 30% 주주환원율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지주사들은 난감한 분위기다. 주주환원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얼라인이 요구한 주주환원율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생금융 압박부터 당국 조사 등 다양한 이슈들로 인해 실적 수치에만 기댄 주주환원은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지난해 말 이뤄진 상생금융 비용을 반영한다. 4대 금융 지주의 경우 각사별 약 2700억원~3500억원대 상생금융 비용이 부담된다. 지주사들이 총 2조원 규모에 달하는 상생금융 비용의 60~80%를 반영하면서 4분기 순익은 상생금융 비용 반영 전보다 약 20~28%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순익으로는 최대 7%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상생금융 압박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은행의 초과 이익이 상생금융 형태로 환원돼야 한다”고 거듭 상생금융을 강조한 만큼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은 규모의 상생금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하나·신한·우리 등 4대 은행의 담보대출(LTV:담보인정비율) 거래조건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 역시 부담이다. 만약 혐의가 인정된다면 4대 은행이 내야 하는 과징금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감독원이 지난 8일부터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와 관련해 판매사들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계획인데, 이미 불완전판매 등이 거론되고 있어 자칫 가입자들의 원금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을 해야 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만 최대 5조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즉 금융지주사들로서는 상생금융 압박과 각종 리스크를 모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상생금융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주환원을 확대하기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을 향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 임금 및 성과급을 축소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주주환원을 확대했을 시 금융당국 및 여론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단순히 더 벌었다고 해서 파격적인 주주환원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적 요건들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항간에는 금융지주들이 지난해를 상회하는 주주환원을 한다면 그 규모만큼 상생금융 규모도 늘 것이라는 웃지 못할 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매년 반복되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배당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주인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사들의 주인 노릇을 사실상 정부가 하고 있다는 것부터 적극적인 주주환원과 주가 상승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4대 금융지주사와 정반대 상황의 단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메리츠금융지주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당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등을 통한 주주환원율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약 50% 수준까지 하겠다고 공언했다. 벌어들인 돈의 절반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말에 메리츠금융 주가는 52주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월 대비 60%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를 통해 메리츠금융 시총은 9개월 만에 30%이상 증가했다.

올해 메리츠금융의 배당가능이익은 지난해 상법상 배당가능이익한도 변경을 감안할 시 2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특히 올해 매입할 자사주 규모만 7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줄어드는 유통 주식 수를 고려하면 주당 환원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잘 벌었다고 소문이 자자한 4대 금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자사주 소각이나 중간 배당 등에 있어 자율성을 부여하고는 있지만, 금융당국에 소명해야 하는 금융지주들의 처지로서는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사들로서는 배당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조차 잡기 힘들다. 배당주는 증시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특히 배당은 경영 안정성 및 우량자산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 배당의 규모가 은행의 경영능력과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만,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벌어들인 만큼 환원하기에 자유로운 입장이 아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국내 금융지주사들을 두고 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한편 금융지주사들의 주주 배당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총주주환원율이 30%이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금융지주사들의 총주주환원율에 대해 KB금융 35%, 하나금융 32%, 우리금융 30% 등 28~3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SK증권 역시 KB금융 35.3%, 신한금융 36.6%, 하나금융 32.2%, 우리금융 30.1% 등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함께 발표될 올해 주주환원정책은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특히 비교적 높은 자본비율을 보유한 대형 은행들은 지난해 4·4분기 실적발표에서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주 투자전략은 당국 압박과 부동산PF 등 끊임없는 불확실성과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놨다.

그런가 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주에 몰리는 양상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외국인은 KB금융 주식을 1998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다음으로 큰 순매수 규모다. 또 카카오뱅크 474억원, 신한금융 431억원, 우리금융 172억원, 메리츠금융 159억원 등 다른 금융주들도 적극 사들이는 모양새다. 하락장에서 경기 방어주 매력 및 주주환원 기대를 금융주에 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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