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지난해 당기순이익, 전년 대비 1%대 증가 머무를 것으로 전망
상생금융비용 영향…올해도 부동산PF·홍콩H지수 ELS등 불확실성 변수 많아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이 상생금융비용 반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이 상생금융비용 반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국내 금융지주의 실적이 예상과 달라지고 있다.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기존 전망치와 다른 실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그간 최대 실적을 써왔음에도 1%대 성장률, 혹은 그보다 낮은 성장률로 2023년을 기록하게 될 수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주요 즘융지주들이 지난해 상생금융에 지출한 비용의 60~80%를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별로 반영 시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대비, 지난해 말 한국회계기준원에 상생금융 회계 처리 방식을 질의하고 회신받아 각 은행에 참고할 것을 공지한 바다.

4대 금융 지주를 비롯해 IBK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이 추진하는 상생금융 비용은 약 1조 1000억원 정도다. 이로 인해 금융지주 실적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투업계 기대치를 모은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회계기준 당기순이익은 16조319억원 규모다. 지난해 15조7312억원과 비교하면 1.9% 정도 증가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보험계열사를 보유한 금융지주사의 회계기준 변동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단순 비교다.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15조8000억원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추정치가 현실화되면 금융지주 실적은 전년 대비 0.5% 늘어나는 데 그치게 된다.

이는 연초와는 상당히 다른 전망이다. 지난 2일 에프앤가이드는 4대 금융지주 순익 추정치를 17조2316억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상생금융지원 비용을 반영하면서 순익 전망은 상생금융비용만큼 축소됐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이 5조1968억원에서 4조9701억원으로 하락했고, 신한금융 4조9219억원에서 4조5703억원, 하나금융 3조9433억원에서 3조6404억원, 우리금융 3조1696억원에서 2조8451억원으로 하락 전망되고 있다.

순익 전망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실적인 것은 맞지만 실적 증가율로 보면 역대급이라는 말이 무색한 수준이다. 상생금융 타격이 컸다. 4대 금융지주 산하 은행들이 부담하는 상생금융 비용은 각각 KB국민은행 3721억원, 하나은행 3557억원, 신한은행 3067억원, 우리은행 2758억원 등이다. 상생금융은 개인사업자 대상 2억원 한도로 연 4%를 초과하는 금리에 대해 1년간 이자 납부액의 최대 90%를 돌려주는 이자캐시백 공통 프로그램과 은행별 자율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같은 실적 수치가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금융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 등 불확실성이 큰 변수들에 맞서 대응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부동산PF 대출 부실은 금융사 순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다. 당장 태영건설로 시작된 PF부실로 인한 충당금 청구서를 금융사가 떠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PF 부실이 본격화할 경우 PF 대출을 내준 은행, 증권사 등은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 적립액을 늘려야 하는데 충당금 증가는 곧 순이익 규모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미 지방에 사업장이 몰린 건설사들의 PF부실 위험도 커지면서 제2, 제3의 태영건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 경우 금융사들의 부담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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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앞다퉈 판매했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도 은행들의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부터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5개 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과 7개 증권사(한투·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부 금융사의 H지수 ELS 판매과정에서 한도관리 미흡 및 법규위반 소지를 발견했다고 밝힌 상태다.

자칫 홍콩H지수 ELS 손실액 일부를 판매사인 은행이 배상해야 할 수도 있기에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지주의 향후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홍콩H지수 ELS 손실액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판매된 상품 기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1067억원의 원금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확정된 손실액 82억원을 더하면 이미 1149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앞으로도 홍콩H지수가 급등하는 반전이 생기지 않는 이상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금융당국 추정치로 홍콩H지수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상반기 5대은행서 판매한 해당상품 원금손실 규모는 무려 5조원대에 이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가 금융사 실적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 판단이 나올 올해 1분기까지는 배상 등에 있어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들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 수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올해 점쳐지는 금리 변수도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며 달러환율이 출렁이고 있기는 하나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국은행도 뒤따라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준금리 인하는 곧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이어진다. NIM이 은행 실적의 든든한 효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 또 조달금리 부담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대기업대출 등 대출 상품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도 수익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금융지주 실적 증가폭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된 상생금융은 올해도 실적 악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금융지주들이 올해도 좋은 실적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상생금융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전망한 4대 금융의 올해 연간 순익 합산은 16조829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지난해 연간 순익 역시 증가율이 아닌 수치로만 보면 역대 최대 규모인데 올해도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이같은 실적 전망이 상생금융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역대급 실적, 최대 실적 등 호실적에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강도가 더해졌다. 정치권에서는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은행권은 지난해 2월 10조원 규모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같은해 12월에는 2조원 규모 ‘소상공인 이자 환급’과 자율 프로그램 시행을 알렸다. 올해 역시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 이자장사나 종노릇 지적 등 상생금융 압박 배경에는 은행들의 역대최대 실적이라는 성적표가 있었다. 올해도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전망은 상생금융 압박 강도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다만 지난해 말 상생금융 비용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져 반영될 것이라 올해 상생금융 압박이 더해질 경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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