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SEC,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국내선 거래 금지 
타 코인·테마주 등 출렁…투자 시 여느 때보다 신중해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했다. 사진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 현황 및 SEC공식 사이트. 사진=연합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했다. 사진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 현황 및 SEC공식 사이트.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폭발적 성장 기대심리에 따라 비트코인 외 다른 코인들도 들썩이고 있다. 국내서도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데 아직 갈 길은 먼 상황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 펀드(ETF)를 승인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포함한 11개사가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11일부터 뉴욕증시에서 거래가 시작됐다. 변동성이 크고 시세조작 등 금융범죄 등에 악용되는 초고위험 자산으로 인식돼오다 정식으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비트코인의 현물 ETF 상장에 따라 대규모 신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전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코빗리서치센터의 ‘2024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는 올해 가상자산 시총이 4조5000억달러에서 5조달러(약 66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총이 1조6000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3배 수준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본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지난 8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ETF에 올해 500억~1000억달러가 유입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미 가상자산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현물 ETF승인 직후 국내 시장서 한때 66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2021년 10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12일 오전에는 다소 하락한 6300만원대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에 이어 현물 ETF 상장이 추진되고 있는 이더리움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가격이 1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ETF승인 직후 이더리움과 형제코인 격인 이더리움클래식, 아비트럼 등이 비트코인보다 최대 10배 넘게 오르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는 17일 진행될 덴쿤 업그레이드, 5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 비트코인 대비 3년 내 저점 지속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 상승률이 더 높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덴쿤 업그레이드는 그간에도 이더리움 가격 상승을 유발했고, 이번 업그레이드에선 확장성 및 거래 수수료 감소 등 이더리움 문제점으로 지목됐던 부분을 개선할 예정이다. 비트코인의 현물 ETF 승인 직후 진행되는 것이라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이더리움으로 옮겨 시너지가 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금융투자업계 일부 전문가들은 상반기 비트코인 강세 후 하반기 이더리움의 시간이 올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가상자산의 시간이 도래하지 않은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11일, 국내 증권사 계좌를 통한 미국 비트코인 ETF 거래를 막았다.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는 해당법의 투자 허용 리스트에 명시된 상품만 판매할 수 있다. 현 자본시장법 4조 10항은 ▲금융투자상품 ▲통화 ▲농산물·축산물 등 일반상품 ▲신용위험 등을 증권 발행을 위한 기초자산으로 규정한다. 여기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어디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탓에 향후 법 위반 상황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 입장이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미국 증시에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가능하다는 공지 내용을 MTS 등에서 일제히 삭제했다. 다만 미국 등 해외 사례에 비춰 추가 검토하겠다며 허용 가능성 여지는 열어둔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출시 가능 시기 역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ETF를 출시하기 위한 시스템부터 구축돼 있지 않다. 현물 ETF는 거래 규모만큼 실제 현물을 수탁 형태로 보유해야 하기에 수탁기관 지정부터가 난관이다. 또 비트코인 가격이 거래소마다 제각각인 상황에서 명확한 가격산정이 선행돼야 하고,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신뢰도 제고를 위한 정비 등 준비 과정이 산적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다만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만큼 국내에서도 준비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라는 점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비트코인이 하나의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비트코인 ETF가 투자 자산으로 어느 정도 가치가 있고 안정성이 있는지 시험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관련 조직을 꾸려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앞둔 9일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감독 검사 조사업무를 담당하는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을 출범시켰다.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출범한 두 전담부서는 6개팀으로 구성됐으며 IT전문가 8명, 변호사 7명, 회계사 8명 등 전문성을 갖춘 33명의 인원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법 시행 이전에 가상자산사업자의 내부통제기준·운영체계 마련,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준비한다.

금감원은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 투자자 동향 등에 대한 상세 자료입수와 분석을 위해 감독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상자산 이용자의 알권리·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업자의 정보공개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요 사업자에 대해서는 우선적 검사를 실시하고 사익추구행위 등 형사처벌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위·수사당국( 가상자산합수단 등)과 적극 공조하는 등 체계를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비트코인, 이더리움 거래가가 뛰는 등 SEC의 승인 여파는 이미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

이뿐 아니다. 테마주도 꿈틀대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한화투자증권과 우리기술투자가 상한가를 찍었다. 빗썸 지분을 보유한 티사이언티픽도 20.35% 급등했고, 최대주주 위지트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운영사인 케이씨엑스 지분을 보유한 한일진공 14.61%, 다날 8.53%, 갤럭시아머니트리 7.35% 등 관련 테마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거래에 제동을 걸면서 이들 테마주는 줄줄이 하락했다. 두나무 지분을 가진 한화투자증권은 12일, 전 거래일에 비해 8.86%하락했고, 우리기술 투자도 3.87% 내려앉았다. 빗썸 관련주인 위지트와 티사이언티픽도 이날 오전 11.65%, 10.84%씩 하락세를 보였고, 갤럭시 아머니트리는 7.84% 하락했다.

때문에 금투업계에서는 비트코인 현물ETF 이슈와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관심을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을 ETF로 살 수 있게 된 것과 가상자산거래소의 가치는 별개 문제”라며 “비트코인의 현물 ETF가 승인됐다고 해서 관련 거래소가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테마주 투자 시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같은 맥락에서 다른 코인들의 가격이 뛰어오를 것이라 기대하고 섣부른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비트코인 현물 ETF만 승인됐을 뿐 다른 코인들의 가능성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오랜 기간 동안 검증됐고 그 기능성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검증이 되지 않았고 어떤 쓰임새도 인정받지 못한 이른바 ‘잡코인’들이 산재해 있기에 이들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 현물 ETF승인을 계기로 코인 시장에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기대 심리에 의존한 섣부른 투자를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단기차익 실현을 노리는 투자자들에 대한 경고도 잇따른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관련한 기대감은 이미 지난해부터 가격에 반영된 상태인 데다 이후 가격 급등 전망도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에델만파이낸셜서비스 창립자인 릭 에델만은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에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양쪽에서 엄청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지만, 소요되는 기간은 며칠이나 몇 주가 아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단기간에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JP 모건 역시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에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와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가상자산 시장 밖의 자금이 아닌, 비트코인 선물 ETF나 채굴업체 주식 등 이미 시장에 투자된 자금이 현물 ETF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한 바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한 이슈는 모두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 여 동안 가격에 선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대규모 신규 자금 유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만큼 한동안 차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단기적 가격 급등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런가 하면 현금흐름 차원에서 아직 펀더멘탈이 부족할 수 있기에 수요가 몰리더라도 오히려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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