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시장 컨센서스 하회 ‘어닝쇼크’…영업이익 전 분기比 53.7%↓
유럽·북미 지역 전기차 수요 둔화·재고 과잉 이유…올해 1분기 전망 ‘흐림’
김 대표 ‘엔솔 2.0’ 제시…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 기술 리더십 확보 관건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역시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약세로 돌아선 전기차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중국 배터리업체의 추격까지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부터 LG에너지솔루션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동명 대표 입장에서는 취임 첫발부터 가시밭길을 걷는 형국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이 기간 매출 33조7455억원,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1.8%, 78.2% 증가했다. 지난해 양적·질적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거머쥔 셈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분위기는 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 기간 올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14억원, 3382억원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무려 53.7% 감소했다. 대표적인 질적 성장 지표인 영업이익은 반토막난 상황이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한 진짜 실적만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분기 기록한 영업이익은 881억원에 불과하다. AMPC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1kWh(킬로와트시)당 3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배터리 모듈까지 생산하면 10달러의 세액공제를 추가 제공한다.

특히 이번 잠정실적 발표는 업계를 놀라게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한참 밑돌았기 때문이다. 당시 증권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매출 8조4593억원, 영업이익 5877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추정치보다 각각 5.4%, 42.5% 낮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러한 어닝쇼크는 북미·유럽의 전기차 수요 둔화와 재고 과잉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원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미, 유럽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둔화했고,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재고가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증가했다”며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재고 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셀 주문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실적 부진 배경을 분석했다.

올해 상황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약세로 돌아선 전기차 수요가 이른 시일 안에 회복하기 쉽지 않은 게 이유다. 여기에 높아진 전기차 재고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어도 1개 분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정 연구원의 분석이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매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배터리업계도 문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약 282.9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보다 48.8% 성장했다. 눈여겨볼 부문은 중국업체 CATL의 성장세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5%라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점유율 27.7%를 차지했다. 점유율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과 동률이다. 여기에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오는 2025년부터 보급형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채택할 계획인 만큼, 유럽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 하락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LFP 배터리나 차세대 배터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보다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올해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수급 조절에 따른 숨 고르기 기간이 2~3년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저가 배터리나 차별화된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동명 대표는 지난해 12월 취임하면서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해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 시대의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초격차 제품·품질 기술력을 첫 번째로 꼽았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 회사가 연구·개발 중인 배터리는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리튬금속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4가지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LFP 배터리 양산 시점을 2026년으로 잡으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값진 경험을 축적하고 자산화해 왔다”며 “이를 토대로 제품 및 품질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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