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서 구체적 전략 논의
금융권에 적극 협조 당부···“한층 정교·치밀한 정책 선행돼야” 지적도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사진=금융위원회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국내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고자 정부가 사활을 건 모양새다. 연초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00% 아래로 낮추겠다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가계부채 현황을 점검하고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웠다. 금융권의 적극적 협조도 요청했다. 그러나 관건은 제대로 된 정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금융위원회는 10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주택금융공사·은행연합회·5대 금융지주·금융연구원 등 유관 기관이 참석하는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권대영 사무처장은 “지난해는 누적된 가계부채로 인해 취약차주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증가해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3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95조126억원으로 2022년 말에 비해 37조원가량 늘었다. 정책 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 주담대는 연간 51조6000억원 늘었다. 이는 20조원이던 2022년 증가 규모의 두 배를 뛰어넘는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난해 주택 거래가 전년 대비 다소 회복돼 주담대를 중심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주담대는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3조1481억원 늘어 11월 5조3550억원이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 상황에서도 같은달 은행 주담대는 11월(5조7127억원 증가)과 비슷한 5조1506억원 증가세를 보였다. 주담대 증가세가 무시무시했던 지난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4조5000억원 줄었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 8년간의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폭과 올해 가계부채 증가폭을 비교하며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금융위의 ‘2023년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가계대출은 1년 전보다 10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급격한 금리 인상 및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인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했지만, 주택 시장 회복으로 인해 다시 증가 전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과거 8년간 연평균 83조2000억원씩 증가한 것과 대비해 안정적 수준이라 분석했다. 권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금리 인상 국면에서 안정적 관리가 이뤄졌다”고 평가하며 향후에도 가계부채의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경제성장률 이내로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고,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대출관행 정착’에 힘쓰며 취약차주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등을 가계부채 관리의 기본원칙으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주요국들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하락세가 이어지도록 양적 관리를 지속하고,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원칙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적용 범위와 내용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른 올해 가계부채 관리 방향에 대해 정부와 유관기관은 “한편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면밀히 관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민·실수요 계층의 어려움이 최소화되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면서 “균형 잡힌 정책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한 해”라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는 가계부채가 과도한 속도로 증가하지 않도록 전 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면밀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과 정기적 간담회 등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밀착 관리하고 관계부처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도 구축한다.

이와 함께 적극적인 DSR 제도 개선도 추진키로 했다. 서민·실수요층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DSR 예외 적용 항목별로 개선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저리의 장기·고정금리 대출 공급에 있어 민간 금융회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스트레스 DSR 등 제도개선 과제가 차질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금융권과 소통을 긴밀하게 이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서민·실수요 계층 등의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한 조치 및 정책도 지원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를 위해선 금융권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증가속도 관리 및 DSR 제도 개선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권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했다. 또 권 사무처장은 “가계부채가 제대로 관리되기 위해서는 정부당국의 정책적·제도적 노력 못지않게, 금융지주·은행권 등을 비롯한 전 금융권의 관심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금융권에 세 가지를 요청했다.

금융권 스스로 경제성장률 범위에서 가계대출이 관리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별 업무 계획 수립시 세심히 신경을 쓸 것을 주문했고, 올해 금리 여건 등을 감안해 외형 확대 위주 경영 방침을 세우거나 불필요한 가수요를 유발하는 과당경쟁을 지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적합성 원칙에 의거해 차주의 상환 능력을 면밀히 감안한 대출이 취급될 수 있도록 현장의 세세한 부분을 챙겨달라고 요청했다.

가계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 금융권의 동참과 협조가 필요한 상황은 맞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권에 책임을 지우거나 은행을 잡는 방식의 관리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가계부채 증가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이 부채 증가를 불렀다고 꼬집었지만, 정부는 은행의 50년만기 주담대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또 민생을 위한 금리인하와 가계대출 증가폭에 따른 조이기를 번갈아 주문하면서 금리 체계를 비롯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던 바다.

지난해 가계대출 규모를 보더라도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담대는 전년에 비해 51조6000억원이 증가했는데, 버팀목·디딤돌대출 등 주택도시기금과 정책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이 55조8000억원 늘었다.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내준 대출은 4조2000억원 줄었고, 은행권 기타대출도 14조5000억원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은행 등 금융권의 자발적 관리를 주문하기보다는 한층 정교한 정책 수립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우선 집값 안정이 꼽힌다. 과도한 가계부채 원인 중 하나가 집값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한은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한국 가계부채 문제 원인으로 집값을 지목했다. 당시 그는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를 넘는 상황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문제”라며 “금융 당국이 이런 상황을 평가할 때 더욱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하고 금융 취약성이나 높은 부채비율과 관련해 거시 건전성 정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가계부채는 주택 개발이나 좁은 국토면적과 관련돼 있어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며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건설·금융계 등이 공조해 집값을 낮추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거론한 바다.

그런가 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100% 이내로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고정금리 대출 확대,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DSR규제 등 정책도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부동산 대출 대부분은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이 고정금리보다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통상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다. 은행이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까지 고려해 고정금리를 더 높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부동산 대출자들의 경우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크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11월 기준 대출 규모에서도 전체 대출 중 69.9%가 변동금리 적용 대출이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은 더욱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가능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정책금리를 5%대까지 올렸음에도 기존 대출자 이자부담이 크게 늘지 않았다. 이는 2008년 이후 미국이 금융권 변동금리 비중을 축소했기 때문으로 그만큼 가계부채 리스크가 줄어든 셈”이라 설명했다.

변동금리 대출자가 많은 상황은 금리 상승시 고스란히 이자부담으로 반영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경기 및 건설 경기가 악화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정부 역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줄이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고정금리 비중을 50%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점진적으로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DSR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전세자금대출에 DSR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DSR은 대출자가 갚을 능력이 있는 만큼만 빌릴 수 있도록 대출 한도를 정하는 규제다. 금융당국은 차주 단위 DSR 규제비율을 은행 40% 제 금융권 50%로 제한하고 있지만 전세자금대출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전세자금대출이 국내 대출 시장의 절반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4 경제정책방향'서 밝힌 DSR 규제 강화책을 시행한다 해도 전세자금 대출이 적용예외대상이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한은도 지난해 12월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가계대출을 축소해 나감으로써 채무상환능력에 따라 대출을 실행하는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며 DSR이 적용되지 않는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다.

더욱이 올해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더불어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돌파구로 부동산 부양책을 실시하겠다 밝힌 만큼 더욱 정교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하반기로 전망되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정부 주도 부동산 부양책 등은 모두 대출 확대로 이어지는 시그널에 해당한다”면서 “한층 치밀하고 면밀한 정책 실행을 통한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 설명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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