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 전차노선도, 株式会社メイ.

[뉴스워치= 칼럼] 여전히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많습니다. 일본 관광객의 29%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나리타공항에 내려 여기가 서울인지 도쿄인지 모르겠다는 한국인 관광객의 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것 같습니다. 전 일본에서 제일 부러운 것이 철도입니다. 굳이 자동차를 타지 않아도 웬만한 근거리 도심지에 빠르게 갈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도쿄는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도보 5분 거리에 전차(지하철)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교통이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좀 오래되고 낡았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리모델링을 단행하면서 깨끗해지고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그럼 나리타공항에서부터 시작해볼까요.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들어가려면 공항버스나 전차를 타야 하는데, 숙소가 신주쿠나 이케부쿠로, 도쿄역 가까운 곳에 있다면 버스로 가는 것이 편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려서 다시 지하철이나 전차(전철)로 갈아타야 하니, 아예 나리타공항에서 전차를 타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차를 타려고 노선도를 보고 있노라면 빽빽하게 그려져 있는 노선도에 머리가 어찔어찔. 거기에 자신이 가려는 역이 노선도에 나와 있지 않은 때도 있어 꽤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그건 우리나라의 철도는 코레일,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하철뿐이지만, 일본은 사기업이 운영하는 사철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도쿄만 하더라도 코레일에 해당하는 JR(동일본지역, 東日本エリア)과 도쿄도가 운영하는 도쿄도(東京都)가 운영하는 9개 노선의 도쿄 메트로(東京メトロ)에 오다큐 전철(小田急電鉄), 게이오 전철(京王電鉄), 게이큐 전철(京急電鉄), 게이세이 전철(京成電鉄), 세이부 철도(西武鉄道), 토부 철도(東急電鉄), 도큐 전철(東武鉄道), 쓰쿠바 익스프레스(つくばエクスプレス), 그밖에 도쿄에는 하네다 공항과 하마마츠초를 왕복하는 도쿄 모노레일(東京モノレール), 오다이바에서 이용하기 편리한 신교통 유리카모메(新交通ゆりかも) 등과 같은 사철이 즐비합니다. 일본은 정말 철도가 발달한 나라로 신칸센을 타고 일본을 횡단하는 여행을 꼭 권해드립니다.

단 전차를 탈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국영(JR), 도영(都營), 사철(私鉄)로 갈아타려면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는 건데, 지도에는 한꺼번에 그려져 있어 이게 사철인지 지하철인지 헷갈린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니 티켓을 구매하시기 전에 혹은 숙소를 정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노선이 풍부한 JR이나 지하철 주변에 숙소를 정하는 것이 이동에 편리합니다.

사실 일본의 교통비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도쿄교외, 그러니까 동일본지역으로 묶인 요코하마, 가마쿠라, 하노네, 닛코 등 자동차로 꽤 시간이 걸리는 도시를 대부분 특급요금을 내지 않고 단시간에 이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가려는 목적지가 특급이 서지 않는 곳이라면 중간까지 특급을 타고 중간에 갈아타면 되는데 거의 내린 자리에서 갈아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주쿠(新宿)에서 요코하마(横浜)까지 고속도로로 이동하려면 1시간 정도 걸리지만 JR 주오선 쾌속으로 33분, 요금은 580엔 정도이니 꽤 편리합니다.

그래도 도쿄에 가면 도쿄의 중심부를 일주하는 JR야마노테센(山手線)을 가장 많이 이용할 겁니다. 1885년에 건설된 야마노테선은 여객선이 아니라, 지방에 자재를 운반하기 위한 화물 수송 열차로 운행되었습니다. 지금은 유흥, 쇼핑 등 도쿄 번화가 30개역을 도는 야마노테선이 한 바퀴 도는 데에는 약 60분이 걸립니다. 시계 방향으로 도는 걸 도치마와리(外回り),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걸 우치마와리(内回り)라고 합니다.

도쿄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면 야마노테선의 간다, 우에노, 이케부쿠로, 오쿠보, 신주쿠, 하라주쿠, 시부야, 에비스, 메지로 등 하나하나 역마다 특색이 있어 역마다 내려 구경해도 좋을 듯합니다. 역마다 특색있는 요리도 있으니 이것도 꼭 챙겨서 인스타에 공유하시길 바랍니다.

신주쿠나 하라주쿠, 시부야는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곳이지만 에비스역도 가보시길 권합니다. 에비스역을 내리시면 바로 에비스 맥주가 운영하는 TAPS BY YEBISU가 있으니 맥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행여 도쿄의 코리아타운을 둘러보고 싶다면 오쿠보 역에 가시면 됩니다. 그곳에 가면 일본에 어떤 한국문화가 유행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오쿠보와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는 곳이 고급 주택가 즐비한 메지로입니다. 이곳은 일본 황족들만 다닌다는 가쿠슈인 학원이 있는 곳으로 세일러문의 드라마 판 배경지이기도 하죠.

그리고 셀러리맨들의 거리로 알려진 유락쿠쵸에서는 밤에 불이 들어온 도쿄타워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역에서 도보 5분이면 도쿄 최고의 명품 거리로 평가받는 긴자, 니혼바시로 이어져 있어 이 또한 도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그리고 미술을 좋아하신다면 우에노역의 우에노 공원 출구 방향으로 나오면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국립 서양 미술관으로 이어집니다. 이곳은 모네, 르누아르, 폴 세잔, 페테르 파울 루벤스,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작품만이 아니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 등을 미술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미술관 옆에는 홍난파, 윤심덕, 고희동 등이 공부한 도교예술대학과 우거진 나무들로 들어서 있는 멋진 공원이 있으니 걸으시면서 정취를 만끽하여 보시길 바랍니다. 이번 도쿄 여행은 야마노테선 탐방. 어떠세요?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이화여자대학 졸업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