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국내 가입률 1% 돌파…국정과제 선정·인식 확산 영향
동물등록제 보완·진료내역 증빙자료 발급 의무화 등 여건 개선 시급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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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박현 기자] 국내 반려동물 개체수가 최근 800만 마리를 넘는 등 지속적으로 늘면서 펫보험 시장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 구축은 아직도 더딘 상태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동물등록제 보완, 진료내역 증빙자료 발급 의무화 등 제반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지난 2020년 0.4%에서 2022년 0.9%, 지난해 상반기 1.1%로 증가했다. 물론 스웨덴(40%) 영국(25%), 노르웨이(14%), 일본(12.5%)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펫보험 시장이 성장가도에 올라 앞으로 보험업역 내 주요 분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펫보험 가입률 증가는 정부가 지난 2022년 7월 해당 보험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하고, 이후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가 진료항목 표준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등 당국의 움직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반려동물과 함께 반려동물 인구도 증가하면서 펫보험에 대한 인식이 차츰 저변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펫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5대 손보사를 포함해 총 11곳이다.

이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8년 보험업계 최초로 장기 펫보험 ‘펫퍼민트’를 내놓은 이후 시장점유율 80% 내외를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화재는 2022년 9월 생후 61일부터 만 10세까지 가입 가능한 장기 펫보험 ‘위풍댕댕’ 출시에 이어 지난해 3월부터 반려묘 펫보험을 판매 중이다. 또 DB손해보험은 지난해 7월 연간 최대 2000만원을 보장하는 ‘펫블리 반려견 보험’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6월 ‘KB 금쪽같은 펫보험’을 선보인 KB손해보험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펫사업 전담부서를 신설, 펫보험 신상품 개발을 비롯해 신사업 역량을 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펫보험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한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목청이 업계에서 커지고 있다.

먼저 현행 동물등록제의 허점부터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물등록제는 각 개체를 식별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 몸 속에 고유번호가 부여된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고양이에게는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개 역시도 실효성이 낮은 외장형 등록이 여전히 허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써 실질적인 등록률은 2022년 기준으로 50%를 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보험료 신청과 관련해 해당 반려동물이 실제 보험에 가입한 개체가 맞는지 식별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컨대 흡사한 외모의 비글 형제를 키우는 보호자가 두 마리 중 하나만 펫보험에 가입해 놓은 후, 다른 개체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에도 보험료를 청구하는 도덕적 해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반려동물 의료비 통계가 사실상 부재한 데다 진료체계가 통일돼 있지 않아 진료 표준수가가 없다는 것도 펫보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같은 질병이나 상해에도 병원마다 진료비가 달라 보험료 산정과 손해율 측정 시 난항을 겪기 마련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더욱이 동물병원 진료내역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를 골자로 한 수의사법 개정안이 아직까지 국회 계류 중인 사실도 펫보험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보험사 경쟁력 제고, 보험 상품 다변화 등을 통해 해당 시장을 한층 확대하기 위해서는 펫보험을 둘러싼 민·관 양측의 공동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600만이 넘는 국내 반려동물 가구수로 봐도 펫보험 시장의 등장은 필수”라며 “이제 펫보험의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과 상호 협력체계 강화에 힘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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