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CES 2024 주제 연출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CES 2024 주제 연출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린다. 지난 1967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개최된 후 가전 전시회의 최고봉으로 자리 잡은 행사다. 세계 각지에서 혁신 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모이는 무대이자 미래 기술을 미리 볼 수 있는 장(場)이기도 하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3500개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보다 볼거리도 풍부해질 전망이다.

올해 CES를 관통하는 기술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다. 챗GPT 등장 후 글로벌 기업들의 시선이 AI에 꽂힌 가운데, 이번 행사는 해당 기술과의 융합이 핵심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CES에서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을 선언하며 AI가 고객들의 삶에 스며들어 혁신을 만드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LG전자는 AI 기술로 만드는 미래의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을 구현한다. SK그룹은 계열사들과 ‘SK 원더랜드(Wonderland)’라는 타이틀로 공동 전시관을 꾸린다. SK하이닉스는 이 자리에서 HBM3E 등 주력 AI 메모리 제품들을 전시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이 앞다퉈 AI를 화두로 던진 것이다.

다만 기자 입장에서는 눈길이 가는 회사가 따로 있다. 바로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기아가 선보일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와 현대차그룹의 미국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법인 슈퍼널이 제시할 UAM 생태계 비전은 아니다. 바로 수소다.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현대차가 그릴 미래 청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정 회장이 보인 행보 때문이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수소 전도사’라는 별칭과 함께 국내는 물론 글로벌 수소 생태계 조성에 팔을 걷어붙인 인물이다. 현대차그룹도 이러한 정 회장의 역할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현대차그룹이 2021년 9월 7일 ‘2040년 수소에너지의 대중화’를 선언한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 관련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미래세대 위해 기후변화 해법 모색하는 글로벌 수소 전도사’라는 제목의 보도 참고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현대차그룹이 다가올 수소 사회와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의 역할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1년 9월 7일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1년 9월 7일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최근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보며 기자는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내국내 수소 산업 전문 전시회 ‘H2 MEET’에 참가하거나 관련 업무협약 소식을 전하기는 했다. 다만 초창기처럼 수소 사회 실현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이런저런 말도 나왔다. 전 정부의 역점 정책 ‘수소경제’와 호흡을 맞췄던 현대차그룹이 정권 교체로 동력을 잃은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과도하게 가속페달을 밟던 정 회장의 전략에 우려를 보내며 결국 기술 발전 한계 때문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수소 생태계의 전부는 아니지만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역성장을 거듭한 게 이유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전기차는 총 1만2076대. 직전 연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25.2% 감소했다. 현대차만 떼놓고 보면 성장률은 –52.6%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ES, 그것도 AI가 주요 핵심 기술로 떠오른 올해 행사에서 현대차가 수소를 주제 중 하나로 삼은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정 회장이 그동안 수소 사회를 진심으로 대했던 만큼,  이와 관련해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행사를 통해 수소 사회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이 수소 사회 실현에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수소가 전 세계 국가들이 짊어져야 할 ‘탄소중립’의 해결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 분야만 한정해도 전문가들은 수소전기차를 궁극의 모빌리티로 꼽는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도래 시점에 관한 의견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아울러 전기차보다 기술 장벽이 높은 만큼, 기술만 선점하면 현대차그룹에 또 하나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시장 전망도 여전히 밝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청정수소 경제 규모는 오는 2030년에 연 6420억달러에서 2050년에는 연 1조4000억달러까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50년에 그린수소는 전체 수소의 85%, 세계 수소 교역량의 20%를 차지 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이 CES 2024를 시작으로 그동안 추진했던 수소 사회에 더해 올해 새로운 발자취를 남길지 기대가 된다.

김동수 산업부 차장.
김동수 산업부 차장.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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