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당국 주도 상생금융 외 기부금 총액 전년 대비 66% 급증
지난해 막대한 규모 상생금융 이어져…지주 실적 및 주가에도 영향

주요 5대 은행이 지난해 2월 발표된 10조원 규모 ‘사회공헌 프로젝트’와 12월 발표한 2조원 규모 ‘소상공인 이자 환급’ 외에 개별 사회공헌을 위해서도 4110억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5대 은행이 지난해 2월 발표된 10조원 규모 ‘사회공헌 프로젝트’와 12월 발표한 2조원 규모 ‘소상공인 이자 환급’ 외에 개별 사회공헌을 위해서도 4110억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 이자수익 상승, 순이익 증가세 등 각종 화려한 수식어들을 등에 업고도 금융지주사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4분기 순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주가 역시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 특히 이같은 상황을 야기한 주요 요인으로 상생금융이 꼽힌다.

실제 국내은행들은 금융당국 주도 상생금융 외에도 지난해 막대한 기부금을 지출했다. 그 규모는 전년도인 2022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이 지난해 지출한 기부금 총액은 4110억원 규모였다. 이는 2022년에 비해 65.7% 증가한 수치다.

은행별로 차이도 컸다. 하나은행이 전년에 비해 기부금 증가폭이 가장 컸고, 반대 경우는 우리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은 2022년 기부금으로 423억원을 지출했지만, 지난해 1089억원으로 기부금 지출 규모가 158.4% 뛰어올랐다. 이어 신한은행이 705억원으로 전년도 408억원보다 72.8% 늘었으며, KB국민은행이 627억원에서 918억원으로 46.4% , NH농협은행이 598억원에서 856억원으로 규모를 43.1% 늘렸다. 우리은행은 2022년 신한은행보다 15억원 많은 423억원을 기부했으며 지난해에는 543억원을 내 28.1% 증가했다.

이같은 큰 폭의 증가세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은행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크다"며 "은행들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금융당국 주도 하에 상생금융안이 마련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일일이 은행들을 방문하며 신속하고 구체적 방안들을 이끌었다. 이후인 10월에도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발언한 뒤 금융당국이 나서 상생금융을 추진했다.

이에 은행들의 기부금 지출 규모는 상반기와 하반기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상생금융 압박이 거셌던 시점에는 5대은행들의 기부금 총액이 3분기 847억원에서 4분기 1309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금융당국 주도 하에 이뤄진 상생금융과는 별개다. 윤 대통령 발언 뒤 지난해 2월 발표된 10조원 규모 '사회공헌 프로젝트'나 12월 발표된 2조원 규모 '소상공인 이자 환급'과는 별개로 진행된 '개별 상생금융' 금액인 것이다.

개별적인 지원과 더불어 금융당국 추진에 따른 상생금융까지 더하면 지난해 은행들의 상생금융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그 탓에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지난해 4분기 기부금 지출이 컸던 만큼 4분기 실적 중 순이익에도 영향이 미쳤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순이익(지배주주 순이익 기준)은 1조 8300억원대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시장 전망치(2조 4798억원)보다 26.1% 감소한 규모다.

이같은 격차의 배경으로 상생금융이 지목된다. 상생금융을 통해 3000억원대 전후의 이자를 돌려주는 4대 은행으로 인해 은행 수익 기여도가 큰 4대 금융지주 순이익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과 논의 끝에 다음달부터 개인사업자 대출 2억원 한도로 연 4%를 초과하는 금리에 대해 1년간 이자 납부액의 최대 90%를 돌려주는 상생금융을 펼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환급액의 60~80% 정도를 지난해 4분기 영업비용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4대 금융 영업이익은 9~12% 정도 줄어들게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상생금융에 투입하게 되는 이자 환급액 80%를 실적에 반영하게 될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0% 전후로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생금융에 따른 비용증가로 순이익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전망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증권사 3곳 이상이 집계한 은행주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전망치) 중 KB금융을 예로 들어보면 3개월전 1조831억원이었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9976억원으로 7.9% 줄었다. 우리금융의 경우는 7272억원에서 6055억원으로 16.8% 낮아졌다.

비단 4분기 순이익 수치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 주가가 뛰어오를 만한 상황에서도 약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 상생금융을 꼽는다.

미국과 국내 증시에서의 은행주 추이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자 미국 금융주는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주들의 주가는 그렇지 못하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른 KRX 은행지수는 지난 5일 643.27에 마감했다. 한달 전 644.76보다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5% 상승하고 S&P500 금융섹터 인덱스(Financial Select Sector Index)도 12%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금융주는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금융주는 외국인 비중이 높았지만 이 역시 순매도로 돌아선 양상이라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은 분기마다 역대급 실적으로 화려한 성적을 자랑했다. 그러나 정작 대단한 실적이 반영돼야 할 주가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 셈이다. 이는 비자발적인 상생금융 상황 등 불확실성이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및 홍콩H지수 ELS 등 리스크와 더불어 조달금리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 속 순이자마진(NIM) 하락 등 요인 뿐 아니라 압박이 강한 수준의 상생금융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등 정부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이런 이유들로 금융주에 대한 매력은 떨어진 상황"이라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조원대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에 따른 우려가 주가에도 이미 반영된 상황"이라면서 "추후 상생금융이 이어진다면 실적은 물론이고 또다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4대 금융지주는 신년사 등을 통해 상생금융 관련 부서를 만들고 조직체계를 정비하는 등 상생금융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기에 올해 규모는 더 커질 것이고 이에 따른 실적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상생금융에 따른 우려는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대규모 상생금융으로 인해 순이익이 줄어들고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금융지주들의 날개가 꺾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상생금융안 규모가 크기는 하나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린 만큼 상생금융이 차지하는 비율은 결코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건전성에 있어서도 상생금융이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는 주장이다. 실제 은행연합회도 지난달 상생금융 확정안을 발표하면서 상생금융이 은행 건전성에 미칠 우려에 대해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반박한 바다. 당시 은행연합회 조사 결과 특정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기준인 자본비율이 14%를 넘은 상황이었고, 이 가운데 1조원 정도 상생금융 지출을 할 경우 자본비율은 0.05%p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또다시 실적에서 새 역사를 쓸 것이라는 전망도 현 수준의 상생금융은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주장에 힘을 보탠다. 지난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의 당기순이익이 17조2316억원에 이를 것이라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추정치(16조5510억원)보다 4.11% 증가한 수치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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