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소프트웨어 대전환’ 주제로 참가…새로운 비전·미래상 주목
2022·2023년 신년사선 비중 축소…올해 “수소 생태계 신속히 조성해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새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새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수소 사회’에 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가 이번 행사에서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 회장은 과거 ‘수소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수소 사회 실현을 진심으로 대했던 만큼, 또 다른 수소의 미래상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정 회장은 수석 부회장 시절부터 수소 사회 실현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4년 전 수소 사회 3대 방향성을 제시한 게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CEO 총회에 공동회장으로 참석했다. 그는 환영사에서 “미래 수소 사회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며 “수소 산업 분야별, 단계별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이 제시한 방향성은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저감 ▲일반 대중의 수용성 확대 ▲가치사슬 전반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이었다. 이는 수소 사회가 실현되기 위한 필수 선행 조건이다. 2019년 1월 공동회장 취임 후 각국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수소사회 구현을 위한 동참의 메시지를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정 회장은 수소에너지의 대중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하이드로젠 웨이브’를 개최해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그 일환으로 2028년 자동차 업계 최초로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하고 2040년에는 일상과 산업 전반에 수소 사회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모빌리티를 넘어 주택·빌딩·공장·발전소 등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수소를 쓰도록 한다는 게 현대차그룹이 그린 청사진이다.

‘H2 MEET 2023’ 현대차그룹 전시관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H2 MEET 2023’ 현대차그룹 전시관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국내 수소 사회를 상징하는 수소전기차 ‘넥쏘’ 역시 정 회장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차는 2013년 독자 기술로 개발한 투싼 ix Fuel Cell을 선보였으며 5년 뒤인 2018년 넥쏘를 출시했다. 이후 넥쏘는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당시 넥쏘의 자율주행을 직접 시연하며 “우리 회사의 미래 기술이 집약된 차”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수소전기차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방증하는 셈이다.

다만 그동안 정 회장의 행보를 두고 그가 힘을 줬던 수소 사회 실현에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과거와 달리 최근 2년간 정 회장이 ‘수소’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2022년, 2023년의 새해 당부를 담은 정 회장의 신년사에 잘 드러난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이었던 2020년 신년사를 살펴보면 내용의 많은 부분을 수소 산업에 할애했다. 2030년까지 연간 약 20만기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과 연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제 국내 구축 등이 대표 사례다.

특히 정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전기차는 올해(2020년)부터 차량뿐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 사업 협력을 통해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현대자동차의 CES 2024 참가 티저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의 CES 2024 참가 티저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다만 이후 신년사에서 수소 산업을 언급한 비중은 급격히 줄었다. 2022년 신년사에서 전기차와 수소를 다양한 모빌리티·산업 분야의 동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거나 2023년 신년사에서 현대차그룹이 소형원자로(SMR)를 비롯해 수소 생산 등 에너지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소개한 게 전부였다. 정 회장이 수소 사회 실현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오는 9~12일(현지시각) 열릴 CES 2024에서 ‘수소 에너지’와 ‘소프트웨어’의 대전환에 대한 발표를 예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서 그룹사 차원의 수소 사업 실증 및 기술을 전시한다. 수소 생산을 비롯해 밸류체인, 실물 전시, 실증 영상을 선보이며 수소 사회 전환을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수소생산 부문에서는 플라스틱이 수소로 변환되는 과정을, 밸류체인 부문에서는 그룹사 역량과 기술을 소개한다.  실물 전시 부문에서는 수소 실증 기술을 보여주는 전시물을, 실증 영상 부문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 실증 사례와 연구소의 관련 기술 영상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수소 사회 실현을 위한 의지도 2022년, 지난해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지속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환경과 품질, 보안 등 현대차그룹의 세 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중 환경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신속한 수소 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각 그룹사의 수소 사업 역량을 수평적으로 연결해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반·활용 등 생태계를 아우르는 게 정 회장의 구상이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류와 함께 지속성장하기 위해 탄소중립과 순환 경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수소 생태계를 신속히 조성하고 소형 원자로와 클린 에너지(Clean Energy)를 통한 탄소중립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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