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경기 부양책 제시…금융당국, 가계부채 양질 관리 시동 
부동산 살리면 대출수요 자극…양극 성격 두 정책 줄타기가 관건

정부와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리스크 안정을 위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과 가계부채 관리를 동시 추진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리스크 안정을 위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과 가계부채 관리를 동시 추진한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올해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금융권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선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지만 이 경우 또다른 경제 뇌관인 가계부채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 부동산을 띄우는 가운데 가계부채도 잡는 동시 추진 정책은 가능할까.

4일, 정부가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한국경제가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건설투자도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부동산 정책 카드를 꺼내들었다. 비수도권 부동산 활성화, 건설경기지원, 감세 및 규제 완화 등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정책으로는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를 신규 취득하는 경우 1주택자로 간주,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세 산정 때 1가구 1주택자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인구감소지역은 지난해 기준 89곳으로, 일부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해당된다. 정부가 구체적 적용요건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대상 주택이 수도권 및 5대광역시로 확대되고 매입 주택의 공시가격이 높아진다면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5월까지로 예정돼 있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해당 기간 동안은 조정지역 내의 집을 팔아도 기본세율만 부과된다. 또 신생아 특례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도입, 신생아 특별공급 제도 신설, 혼인 증여재산 공제 도입 등 새로 신설하는 제도들을 통해 주택공급 등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로서는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F 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사업성이 핵심일 수밖에 없다. 금융권이 자금을 지원해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도 사업성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선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줘야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달리기에는 조심해야 할 지뢰가 있다. 바로 가계부채다. 경기 부양을 위한 관련 정책들이 시행될 경우 자칫 부동산 투기 심리에 불이 붙을 수 있고, 가계대출 수요는 다시 늘어날 수 있다. 가계부채는 경제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 가계부채 총량의 대다수가 주택담보대출이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주춤세였던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는 상황은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실제 현재 가계부채 상황은 안심할 수 없다. 조금 하락하긴 했지만 대출 수요 자체가 줄었다고 볼 수 없는 탓이다. 

4일 한국은행의 '2023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 발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1.5%이다. 이는 직전 분기(101.7%)보다 0.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한 모습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대출액은 지난해 1분기 중 7조원 감소했지만 2분기 15조8000억원 증가했고, 3분기에는 17조원이 증가했다. 

빚은 증가했는데 가계부채비율은 소폭 하락한 상황. 이는 가계대출이 상환되거나 줄어들었다기보다는 다른 요인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가계부채비율 계산시 분모인 명목 GDP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명목 GDP는 563조9000억원으로 2분기(551조9000억원)에 비해 2.2% 증가했다. 명목GDP 증가율이 가계부채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비율 증가를 막은 것으로 이는 수출 회복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은도 "주택 구입 등 대출 수요로 장기대출금을 중심으로 자금조달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관리를 양적, 질적 측면에서 개선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은 국내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관리를 양적, 질적 측면에서 개선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고정금리 비율 확대 등을 통해 양적·질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4일 발표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살펴보면 우선 양적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연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고 2027년까지 GDP 대비 100% 이내로 관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가계부채 상황에 따른 정책모기지 공급속도 관리 등을 위한 주택정책금융 협의체도 운영한다.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장기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 확대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양적 감소를 위한 스트레스DSR 적용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양적 관리와 더불어 질적 관리에도 나선다. 금융당국은 민간 금융기관의 고정금리 취급 기반을 조성하고 2027년까지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을 50% 수준으로 상향, 관리한다. 이와 함께 금융사 고정금리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주신보 출연료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예보료 차등평가 보완지표도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정금리 대출 유도를 위해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고 고정금리로 대환할 시 중도상환수수료를 감면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공급 확대를 위해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고 투자 활성화방안도 마련한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경기부양정책과 금융당국이 힘써 막아야 하는 가계부채 관리정책이 동시 추진될 수 있는가다. 앞서 말했듯 부동산 경기 부양은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가계 부채 관리에 있어서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 문제를 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영향 탓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이번 '2024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후에도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과 관련, 가계부채 상황 및 금융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때문에 부동산 경기 부양과 가계부채 관리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것이 이번 연도 경제 정책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부실 우려를 잠재우면서도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PF시장 회복을 위해선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필수지만 가계대출 증가 역시 뒤따르게 된다"면서 "때문에 대출 증가에 따른 부실 우려를 다운시키기 위해 투기수요와 실수요자를 잘 선별하고, 상환능력도 검증하는 등 거름망 역할을 해줄 장치 마련이 가계부채 관리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