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 예금부터 달러·엔화 등 외화 및 주식·코인시장 등 변화
은행에 몰렸던 투자자금 퍼지는 가운데 변화 고려한 투자전략 必

지난해와 다른 금융환경에 예금, 증시, 외화, 코인시장 등에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와 다른 금융환경에 예금, 증시, 외화, 코인시장 등에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금융은 다양한 환경과 상황적 요인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최근에도 금융시장은 변화를 거듭했고 이에 따라 자산투자 양상도 변모했다. 이에 따라 은행예금부터 달러, 엔화, 주식, 코인시장까지 올해는 지난해와 다른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금리 하락에 예금 자산 빠져나갔다

지난해 하반기 부자들의 자금도 몰렸다던 예금 시장 사정이 달라졌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2월 정기예금 잔액은 849조2957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19조4412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는 2022년 하반기에 고금리로 끌어모았던 예금 만기가 도래하면서 발생한 은행들의 수신경쟁에 예금금리가 치솟았다. 이로 인해 5대 은행 정기예금에만 30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그 결과 지난해 말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2022년말보다 30조원 증가했다. 

특히 1년 미만 단기 적금의 인기가 높았다. 레고 사태 이후 과도하게 판매한 상품들로 불균형이 생긴 포트폴리오의 만기 시기를 분산하기 위한 은행의 전략, 은행채 6개월물과 1년물의 격차 감소, 자유로운 여윳돈 운용을 원하는 소비자 니즈(Needs)가 맞물린 결과였다. 이로 인해 '예테크(예금+재테크 합성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리 인하 기대에 4%대던 정기예금 이자율이 3%대로 떨어졌고, 글로벌 긴축 정책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예금으로 몰렸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떨어진 예금금리가 다시 뛸 가능성도 높지 않다. 미국이 금리 인상 종료를 예고했고 국내 기준금리도 하반기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예금이자로 얻는 수익이 이전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기가 짧은 상품도 더이상 매력이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전같은 '예테크'는 아니지만 시장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4%대 만기 1년 상품 가입을 고려하거나, 적금시 만기가 긴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예금으로 몰렸다가 빠져나간 자금은 어디로 향했을까. 은행 문턱을 넘어선 투자심리는 외화, 주식, 코인시장에서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투자 필드들 역시 지난해와 다른 양상이기에 상황을 주시하며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킹달러가 약달러로…엔화 바닥 찍고 매력 잃어

외화예금시장은 달러, 엔화가 강세였는데 '킹달러'로 불리던 달러 가치는 하락했고, '엔테크' 붐을 일으킨 엔화 시장에선 투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3년 12월말 외환보유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01억5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30억7000만 달러 증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 신호에 지난해 12월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금리 인상 종료를 시사하기는 했으나 인하 시점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달러 예금을 보유했거나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면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 현지 시간으로 3일 미국 연준은 지난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를 통해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지만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국채수익률(시장금리)은 급등했다. 특히 추가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오히려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달러 환율을 고려한 투자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킹달러' 시대가 저물 가능성은 높지만 한국 및 중국 등 상황에 원·달러 환율 격차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취약한 펀더멘탈과 중국 성장률 둔화 및 위안화 약세 현상,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요인 때문이다.

LG경영연구원은 "향후 달러화 강세 흐름은 완화되고 원·달러 환율은 점차 떨어지겠으나, 과거와 같은 1100원대 진입은 어렵다"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상반기에는 1270원, 하반기에는 1210원까지 낮아지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엔테크' 열풍을 일으켰던 '저엔화' 기조는 올해 끝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원화 대비 엔화 가치는 1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제 11월에 엔테크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2개월도 되지 않는 시점에 5~6% 환차익을 실현했다. 

하지만 이제는 엔테크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910원에 이르고 있고 더 낮은 격차를 보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 원·엔 재정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100엔당 912원28전이었다. 지난해 연저점이었던 11월 16일 856원80전에 비해 6.5% 상승한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본은행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올해는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엔당 950원 정도로 예상되고, 1~2년 내 1000원대 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투자 매력이 크지는 않다"며 "환전 수수료를 고려한다면 환차익을 노리는 엔테크는 정기예금 수준의 수익률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엔테크의 매력은 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금융투자소비세 폐지에 이어 4일 전산시스템 구축시까지 공매도 금지 지속 방침을 밝혔다. 4일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열린 기획재정부의 2024년 신년 업무보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금융투자소비세 폐지에 이어 4일 전산시스템 구축시까지 공매도 금지 지속 방침을 밝혔다. 4일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열린 기획재정부의 2024년 신년 업무보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정부, 정책으로 띄우는 증시 

지난해 연말부터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는 높은 상황이다. 12월 27일 기준, 증시 예탁금은 56조4636억원을 기록했다. 8월 1일 이후 5개월만에 최대 규모인데다 최근 8거래일만에 8조원 이상이 증가한 수치이기도 해 증시로 향하는 투자심리를 읽을 수 있다.

증시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난 이후 찾지 않은 돈을 의미한다. 즉, 언제든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증시 진입 대기중인 자금이란 의미에서 올해 주식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시사가 증시를 향한 투자 심리에 불을 당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모든 투자자에게 매기는 세금이다. 지난해 공매도 금지를 시행하며 개미 투자자들의 환호를 받았던 윤석열 정부는 올해도 투자 활성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금투세 폐지를 시사했다. 지난해 연말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한 데다 주식투자 등에 따른 차익에 대해서도 큰 폭의 면세 방침을 밝힌 것이다. 국회 합의 등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금투세 법령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내 주식의 저평가를 해소할 것이란 기대가 증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금투세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라며 "(금투세 시행시) 주가나 주식시장의 불확실성과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도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금투세 폐지에 힘을 실었다.

다만 금투세 폐지가 증시에 큰 효과를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 수혜를 입는 금투세 과세 대상은 소수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가 2020년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당시 금투세 과세 대상 추정치는 15만명이었다. 이는 2019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중복 제외) 약 600만명의 2.5%에 불과하다.

최다 의석수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야당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금투세 폐지시 세수가 줄어든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국회 예산정책처 예상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시 2025년에서 2027년까지 3년간 세수가 4조328억원 늘어난다. 반대로 말하면 금투세 폐지시 3년간 4조원 규모의 세수가 사라지는 것이다.

양 의원은 "정부가 여야 합의된 사항을 파기하고 있어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지난해 역대급 세수 감소 상황에서 정부가 향후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보완할지 대책도 없이 세수 포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투세는 당초 지난해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여야 합의로 2025년 시행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향방은 알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은 4일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2024년 신년업무보고에서 "개인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 공매도를 금지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금투세,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며 "공매도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만 금지하고 (4월) 선거가 끝나면 풀릴 거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부작용을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는 전자시스템이 확실하게 구축이 될 때 이것을 푸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계속 금지할 것"이라고 증시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다.

■ 가상자산 시장, ETF 승인 여부에 휘청

지난해 말부터 각종 기대 요인에 힘입어 급등하던 가상자산 역시 상황을 주시하며 현명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7시대에 전일 대비 4.97% 하락한 5599만원에 거래됐다. 7일 전에 비하면 1.74% 하락했다.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들도 하락세를 보였다. 

가상자산 강세를 이끌었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이 예측과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다. 시장에서는 1월 중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해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증권당국인 SEC는 그간 가격 조작 우려를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하지 않았고 선물 ETF만 허용해왔다. 하지만 미국 법원이 "현물 ETF를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결함에 따라 전망이 밝아졌다. 특히 블랙록자산운용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에 이달 최종 답변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1월 중 승인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대형 투자은행(IB) JP모건이 블랙록의 ETF 지정참가회사(AP)로 합류한다는 소식 등 12곳이 SEC에 현물 ETF 상장 승인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역시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미국시간으로 3일 SEC의 현물 ETF 승인이 거절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50만 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고 예상했던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가상화폐 서비스 제공업체 매트릭스포트의 전략 책임자인 마르쿠스 틸렌은 이날 보고서에서 "겐슬러 SEC 위원장이 가상화폐를 수용하지 않고 있고, 그가 현물 ETF를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다"고 그간 시장의 기대와 반대되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2분기에는 승인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SEC가 1월에 모든 (현물 ETF) 신청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SEC가 승인을 거절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20% 급락해 다시 3만6000∼3만8000달러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 등장 후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미국 동부시간 기준 3일 오후 3시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전날보다 5.21% 하락했다. 한때 10%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오늘 시장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은 이미 ETF 승인을 거의 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ETF 승인에 따른 상승 여력은 미미하지만, SEC가 신청을 다시 거부하거나 지연시킬 경우 잠재적 하락 여력은 심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가우탐 추가니 애널리스트도 "시장이 그동안 레버리지로 강세를 보여 왔기 때문에 단지 소문만으로도 반대로 레버리지 급락(cascade)이 촉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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