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 사진=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자동차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갑진년 새해 벽두부터 낭보를 전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5가 일본 도요타 벨파이어를 누르고 싱가포르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아이오닉 5의 9개 항목 총점은 399점. 2위 벨파이어를 40.5점 차이로 가볍게 따돌렸다.

현대차가 글로벌 신차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요타를 누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발표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의 강자 도요타의 대표 모델과 경쟁해 우위를 점했다.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빌트(Auto Bild)’가 실시한 하이브리드 SUV 비교평가에서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가 도요타 코롤라 크로스 하이브리드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코나 하이브리드는 ‘다재다능한 차량’이라는 평가와 함께 7개 항목에서 총점 564점을 기록했다. 반면 도요타 코롤라 크로스 하이브리드의 총점은 543점으로 코나 하이브리드보다 31점 낮았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 “그간 글로벌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주름잡던 도요타의 코롤라 크로스 하이브리드를 앞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이 밖에도 아이오닉 5 N이 영국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TopGear)가 주관하는 2023 탑기어 어워즈(2023 TopGear.com Awards)에서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아이오닉 5가 2024 인도 올해의 차 그린카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코나와 코나 EV는 ‘2024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 부문에 선정된 바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지난해부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차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연이은 수상 릴레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도 영예가 돌아갔다. 정 회장이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가 선정하는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에 꼽힌 게 대표적이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올스타 38인을 발표하고 그중 정 회장을 최고 리더로 선정했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정의선 회장은 다양한 미래 기술을 선도하며 모빌리티의 새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차량부터 그룹 수장까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종횡무진하고 있지만 현대차에게 ‘아픈 손가락’이 있다. 바로 ‘수입차의 무덤’이라 일컬어지는 일본 자동차 시장이다. 더욱이 일본 시장은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정의선 회장까지 2대에 걸친 도전인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현대차의 일본 자동차 시장 진출은 이번이 두 번째다. 먼저 문을 두드린 건 정몽구 명예회장이었다. 2001년 일본 진출을 알린 정 명예회장은 그해 판매 목표를 5000대로 잡았다. 한 해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약 325만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지금의 현대차 입장에서는 당시 목표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일본의 지독한 자국 브랜드 사랑과 과거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던 현대차 입장에서 보면 도전적인 목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현대차가 2009년 말 실적 부진으로 상용차를 제외하고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하기까지 판매한 차량은 1만5000여대. 일본에서 한해 1667대 차량을 판매한 셈이다.

현대차는 2022년 13년 만에 일본 시장 재진출을 알렸다. 이번에는 일본의 완성차 업체보다 앞선다고 평가받는 전기차를 선봉에 세우며 변화를 모색했다. 현대차의 재진출이 1년을 훌쩍 넘긴 지금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가 달성한 일본 현지 판매량 때문이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일본 시장에서 현대차의 신규등록 승용차는 419대에 그쳤다. 중국의 전기차 기업 BYD(1183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통계 발표는 오는 11일에 있을 예정이다. 2023년 한 해의 정확한 판매실적은 통계가 나와 봐야 하지만 판매 추세를 고려하면 500대조차 넘기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당장 판매량에 목맬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아직은 현대차의 전기차를 일본 시장에 각인시키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도요타 하면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떠올리듯 현대차 하면 전기차를 떠올리는 이미지 구축 과정이라는 얘기다. 이를 통해 전동화 전환 속도가 느린 일본 전기차 시장이 향후 성장할 경우를 대비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올해를 시작으로 보다 다양한 전기차를 일본 현지에 선보일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12월 일본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와 내년 각각 아이오닉 5 N과 새로운 콤팩트 전기차를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판매실적에 개의치 않고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기차를 앞세운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글로벌 전기차 대표주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동수 산업부 차장.
김동수 산업부 차장.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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