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이겨내는 자세 강조, 디지털·조직 통폐합 등 역량 높이기 주문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왼쪽부터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정호 기자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왼쪽부터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정호 기자

[뉴스워치= 정호 기자] 유통기업의 수장들이 2024년 신년사를 통해 악화하는 경제 상황 속 위기 극복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고물가와 고금리 문제가 심화 되는 가운데 경쟁과 도전, 혁신의 자세를 갖자고 당부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년사는 고물가 상황에서 얼어붙은 소비시장을 녹일 차별화된 마케팅을 강조하는 한편 디지털 혁신·사업구역 통폐합 등으로 사업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는 “위기를 이겨내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전심전력’의 자세로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외 시장 지배력 강화에 만전을 기해 미국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해외에 똑같이 적용하려 해선 안 된다”며 “새로운 시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업영역 다각화를 위해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 솔루션을 포함해 농심의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신규 사업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는 압도적 우위의 핵심 역량을 가진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도 과감히 개편해 줄 것”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AI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사업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그룹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을 이뤘으며, 이미 확보된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전반에 AI 수용성을 높여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기술 투자를 강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실행력을 갖춘 조직문화 구축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조직문화가 혁신을 지원하고 새로운 시도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조직 내 실패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실패를 성공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키워드는 ‘ONE LESS CLICK’이다. 리테일 업계 전반의 변화와 관련해 ‘단 한 클릭의 격차’가 소비층의 구매 성향에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고객에 대한 간편함과 특별한 경험에 주목해야 경쟁사와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기존의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며 “그룹 전체의 효율과 시너지의 핵심이 ‘ONE LESS CLICK’인만큼 이를 업무 방식의 전반에서 최우선 원칙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사 이기주의와 불필요한 업무 중복 등이 대표적인 ‘ONE LESS CLICK’의 대상”이라며 “고객 가치 실현과 신세계그룹 전체의 이익이라는 궁극의 목표만 남기고 모두 덜어낼 것”을 당부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마트·슈퍼·편의점 부문을 통폐합하고 각 그룹사의 대표를 대거 물갈이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선 바 있다.

의사 결정 면에서는 ‘ONE MORE STEP’을 내세웠다. 정 부회장은 “매 순간, 매 단계마다 ‘한 발짝 더 들어가’ 잠재적 리스크와 구조적 문제점을 철저하게 따져보는 치열함을 갖춰줄 것”을 주문했다.

정 부회장은 “기업 활동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2024년에는 경영 의사 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경영진단을 통해 핵심 사업 수익 기반의 주춧돌이 확실한지 점검해달라는 당부도 함께했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도전과 응전의 경험을 내세웠다.  허 부회장은 “1~2인 가구 증가로 장보기 수요가 마트에서 편의점과 슈퍼마켓으로 이동하고 미디어 무게중심이 TV에서 모바일로 급격하게 변하는 등 고객 변화에 중심을 두고 사업구조를 혁신해야 시장에서 확고한 격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 경쟁력 강화도 주문했다. 허 부회장은 “‘김혜자 도시락’ ‘점보 라면’ 등 고객이 먼저 찾아오고 고객 스스로 입소문을 내는 히트 상품의 힘을 경험한 만큼 유통의 본질인 ‘상품’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해는 지주회사 체제의 경영기반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사업 안정화를 추구하며 ‘기민하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성장 메커니즘의 확립’을 최우선 목표로 다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밝혔다.

정 회장은 “성장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시각으로 미래를 구상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구상한다는 것은 다양한 미래를 보고, 성장의 대안을 폭넓게 고려해서 나온 ‘가능치’를 목표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며 “각 계열사별로 처해 있는 사업환경과 역량, 자원에 매몰된 통념을 버리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비즈니스의 변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객과 고객사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혁신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정 회장은 “고객과 고객사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협력사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협력의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열사간 협력은 물론 다양한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주체는 구성원이며 리더과 그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함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