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9월 전 세계 전기차 31.4%↑…전년比 9.8%↓
국내 승용 전기차 신규 등록 9.8% 감소
현대차·기아 보급형 전기차 출시 예정…줄어든 전기차 보조금 변수

에릭 왓슨 미국 판매법인 판매사업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LA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3 LA오토쇼’에서 콘셉트카 EV3, EV4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아
에릭 왓슨 미국 판매법인 판매사업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LA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3 LA오토쇼’에서 콘셉트카 EV3, EV4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아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올해 전기차 보급 지원 예산이 줄어들면서 현대자동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이 출시 예고한 보급형 모델 판매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687만대다. 전년보다 31.4% 성장세를 보였지만 그동안 폭발적인 증가세를 감안하면 수요가 둔화한 상황이다. 실제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25%를 시작으로 2021년 115.3%, 2022년 62.6% 증가 폭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자동차등록통계월보를 살펴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신규 등록된 전기차(승용차)는 10만4792대다. 전년도 같은 기간 11만6285대가 등록된 것과 비교하면 9.8%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요 변화 이유 중 하나로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을 꼽는다. 물론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충전 인프라 문제를 지목한다. 다만 지금처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대를 형성할 경우 일반 구매자들이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보급이 끝난 상황에서 남은 판매처는 이른바 가성비를 따지는 일반 구매자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전기차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신규 수요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가 중대형 모델 위주였다면 가격을 낮춘 보급형 모델을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는 오토랜드 광명에서 상반기에 소형 SUV EV3를, 하반기에 준중형 세단 ‘EV4’를 선보인다. 현대차도 하반기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EV3은 가격대가 4000만원대로 전망되면서 보조금 지원 시 3000만원대로 구입 가능할 것을 보인다. 가성비를 따지는 일반 구매층을 공략해 수요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이 변수다. 그동안 전기차 판매의 동력 역할을 하던 보조금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2020년 최대 820만원에서 2021년 800만원, 2022년 700만원, 지난해 680만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이러한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올해 무공해차 보급 예산은 2조3193억원으로 지난해 2조5652억원보다 9.6% 감소했다. 전기차 보급 지원 예산도 줄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환경부의 전기차 보급 지원 예산은 1조734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가량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조금 축소가 ‘반값 전기차’ 보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국고보조금이 줄어들었지만 차량 가격에서 차지하는 보조금 비중은 오히려 늘어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차량 가격이 3000만원 보급형 전기차가 올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지난해(680만원)보다 100만원가량 줄더라도 그 비중은 22.7%다. 5200만원부터 시작하는 아이오닉 6의 보조금 비중(13.1%)과 비교하면 오히려 늘어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이 100만원 줄었다고 하더라도 보조금 비중은 더 늘어나 반값 전기차 판매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반값 전기차 출시 후 충전과 충전 요금 등 인프라에서 편의성이 확대되고 지난해 남은 보조금까지 소진된다면 올해 전체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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