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2024년 전략’
내부 통제 및 리스크 관리, 고객·사회와의 상생, 임직원과 함께 이룰 비전 제시

4대 금융 지주 회장들이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전략을 밝혔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왼쪽부터) ,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각 사 제공
4대 금융 지주 회장들이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전략을 밝혔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왼쪽부터) ,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각 사 제공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용(龍)은 도약의 상징으로 표현되곤 한다. '푸른 용의 해'인 올해 국내 4대 금융도 지난해보다 더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2024년을 살아낼 비전과 함께 내부 통제 및 선제적 리스크 관리, 임직원을 향한 내부 결속, 상생과 고객을 강조하고 나섰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2일 나란히 신년사를 내놨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023년을 성장을 이뤄낸 한 해로 기록하며 더욱 도약하는 2024년을 약속했다.

■ 4대 금융, 자평한 2023년 

양종희 회장은 KB금융그룹의 2023년에 대해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었다"면서 "사업 라인별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며 기초체력을 튼튼히 했고 자산, 고객 수, 이익 등 주요 성과를 기준으로 명실상부 국내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진옥동 회장은 "2023년 신한금융그룹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업권 전반에 걸쳐 고른 결실을 맺었다"며 "퓨쳐스랩, 스퀘어브릿지를 통해 청년과 스타트업의 꿈을 응원하고 상생금융을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새로운 성장 발판으로 삼을 유니버설 간편 앱 '신한 슈퍼SOL' 출시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함영주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의 2023년에 대해 "더 잘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큰 한해였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실적면에서 어느 그룹보다 두드러진 약진을 보여줬음에도 함 회장은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현상에 따른 고통, 국제질서 재편, 금융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언급하며 지난 한 해를 '태풍이 지나간 자리'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했는지 알 수 있다'던 워렌 버핏의 말처럼 고난과 위기가 태풍처럼 휩쓸고 간 2023년에는 10년만의 역성장 위기, 비은행부문의 성장 저하 등 그룹의 부족한 면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함 회장은 지난해 드러난 부족함은 올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의 지난 한 해에 대해 "실적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전성과 자본 적정성을 지켜내며 내실 있고 미래 발전 가능성 있는 금융그룹으로도 평가받았다"고 되돌아봤다. 그룹 디지털·IT 역량을 한차원 높였고, 그룹 시너지도 전체적으로 활성화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난해는 '2024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뜻깊은 한 해'로 정의했다.

■ 내부 통제와 선제적 리스크 관리

지난해 어려운 위기를 딛고 성장을 이뤄낸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역시 만만치 않은 환경에 놓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금융사고, 판매상품 손실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금융권은 올해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 적지 않은 리스크와 맞서야 한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내부 통제와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신한금융 진 회장은 "혁신과 도전의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업(業)의 윤리"라면서 "스스로를 철저히 돌아보는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고객중심, 일류신한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자"고 강조했다. 

하나금융 함 회장 역시 "올 한 해도 엄격한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하에 내실과 협업을 기반으로 업의 경쟁력과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고, 신영토 확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임 회장은 현 상황을 폭풍우가 오기 전의 바다에 비유했다. "올해는 글로벌 긴축과 3고(高) 현상이 점차 완화되고 국내 경기의 성장세 전환이 전망되는 등 작년보다는 다소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미·중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에 따른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면서 "'폭풍우에 대한 대비는 바다가 고요할 때 하라'는 말처럼 위험요인별 모니터링과 글로벌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이 있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등 그룹의 위기 대응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KB금융은 신년사를 통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미 지난달 그룹 차원의 '내부 통제 디지털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내부 통제 시스템과 프로세스 전반을 디지털화하고 고객의 금융거래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직무에 대한 사전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 한 목소리로 상생금융·고객중심 강조

지난해 상생금융이 금융권을 휘감았던 만큼 금융지주 회장들은 새해 중점전략 중 하나로 상생금융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금융업의 숙명인 '고객'의 가치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KB금융 양 회장은 "'KB' 고객의 범주에 항상 '국민, 그리고 사회 전체'를 포함해 재정의하고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상생과 관련해서는 "지주 및 은행의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으며, ESG를 금융 비즈니스 자체에 구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상생모델'을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양 회장은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고객을 섬기는 철학을 바탕으로 상품·서비스 판매 원칙을 전면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對)고객 상품 판매 철학·원칙 TFT' 구성, 은행 소비자보호그룹 산하 '투자상품관리부' 등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일류'를 강조해 온 신한금융 진 회장은 고객과 상생을 강조하며 '담대심소'(膽大心小), '이택상주'(麗澤相注)를 내세웠다. 진 회장은 "도량은 넓고 크되, 마음은 늘 작은 부분까지 깊이 살펴야 한다"며 '담대심소'를 언급한 후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의 기준은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은 불편함도 놓치지 않도록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상생 실천에 있어서는 두 개의 맞닿은 연못은 서로 물을 대어주며 함께 공존한다는 뜻의 '이택상주(麗澤相注)'를 언급했다. 진 회장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혼자만의 생존은 불가능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두의 가치를 높이고자 힘쓰는 기업만이 오랫동안 지속가능할 수 있다"면서 "우리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말했다.

하나금융 함 회장은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는' 우리의 진심을 바탕으로 손님, 직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자"면서 "모두에게 진심을 다하고, 다같이 나누고, 희망을 더하며, 함께하는 착한 금융"이란 표현으로 고객과 상생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금융 임 회장도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상생금융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그룹의 브랜드 위상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고객이 가장 신뢰하는 금융그룹이 되겠다"고 밝혔다.

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사 제공
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사 제공

■ 2024 혁신 엔진, 4대 금융 비전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던 금융지주들이 올해도 이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17조2316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순익 추정치(16조5510억원)보다 4.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은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신년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더 큰 성장을 위한 방법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KB금융 양 회장은 "KB가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취임사에서 밝힌 '사회, 고객, 직원,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네 가지 경영방향'의 구현전략을 공개했다. 양 회장은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 고객에 최고의 가치와 서비스 제공, KB에서 꿈과 미래를 그려갈 수 있는 직원 성장, 그리고 'KB'라는 브랜드가 주주들에게 있어 '금융의 스탠다드이자 고유의 가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투자운용, WM, 보험, 글로벌 4대 영역에서도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한층 높여가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신한금융 진 회장은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을 통해 성장을 이뤄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기술, 금융 소비자의 트렌드가 분초 단위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성공방식만 고집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관행의 틀' '안주의 틀'에서 벗어나 근본적 혁신과 도전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그룹 임직원들에 "ESG, 디지털, 글로벌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신한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간다는 마음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하나금융 함 회장은 또다른 생존전략으로 '협업'을 제시했다. 100m가 넘게 자라지만 뿌리 길이는 3~4m에 불과한 '레드우드'라는 나무를 언급하며 '내실'을 강조한 함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과 경쟁자들에 맞설 신전략으로 '협업'을 언급했다. '레드우드'가 주변 나무 뿌리와 강하게 얽혀 서로를 지탱하듯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각 사의 한정된 자원으로 강력한 경쟁자들과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서로를 위한 희생과 배려를 통해 헌신적인 협업으로 하나금융그룹의 역량을 결집하고, 나아가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제휴, 투자, 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이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중 홀로 실적이 뒷걸음질쳤던 우리금융은 성장에 몰두해야 할 때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선도 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역량집중·시너지·소통'을 그룹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그룹의 '핵심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겠다"며 기업금융 강자로의 귀환을 예고했다. 또 지난해부터 증권사 인수를 천명해왔던 만큼 "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하는 등 그룹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사업, 융복합 신사업 발굴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그룹 간 시너지, 디지털·IT 경쟁력 강화 노력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 비전 위한 동력, 열정 독려 메시지

이 같은 담대한 비전들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부 결집과 단합이 필수다. 이를 인식한 듯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임직원을 향한 메시지를 통해 열정과 노력을 독려했다.

KB금융 양 회장은 "직원은 KB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힘의 원천"이라면서 직원들의 꿈과 성장에 다라 KB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람과 AI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직원들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변화해 '전문성'과 품격'을 가진 금융인으로 성장해달라고 당부했다. 품격 있는 금융인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지원을 약속한 그는 "임직원 여러분들의 무한한 능력과 가능성을 믿는다"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여러분 KB인(人)들이 있기에 2024년 한 해도 두려울 것이 없다" 등 발언으로 '리딩금융 수성'을 함께 할 동료들을 챙겼다.

신한금융 진 회장은 아담 스미스의 발언을 빗대 임직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건전한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한 조건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도덕심과 공감을 이야기 했다"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어우러진 금융 생태계에서 주위에 대한 관심과 공감의 자세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을 향한 정성과 동료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공감과 상생의 가치를 추구해가자"고 당부했다.

하나금융 함 회장은 올해도 고난과 시련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겠지만 세간의 부정적 인식 하에 경각심을 갖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다른 전략은 없었는지,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각심을 가지고 기존의 통념을 깨고 고객과 사회에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나자고 독려한 함 회장은 "하나 가족 모두 다함께 손잡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임 회장은 '선도 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임직원의 마음가짐으로 '개인의 열의' '선후배·동료를 향한 감사' '합심'을 제시했다. 임 회장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능력을 힘껏 끌어올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열의를 가져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함께 하는 선후배, 동료의 격려와 배려에 대해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소통이 시작된다. 감사하다는 작은 말 한마디, 인사 한 번이 소통의 나비효과가 되어 그룹 안에 퍼져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화합의 기업문화가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또 서로 다른 역할과 책임 하에서도 하나의 팀으로 시너지를 내는 '합심'을 통한 팀워크로 '1등 금융그룹'에 가까이 가자고 독려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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