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급식카드 사용 범위 늘렸지만, 결식아동들 다양한 먹거리 찾아 편의점으로
식당 8000원으로 메뉴 제한적…편의점 경우 도시락·라면·샌드위치 등 선택폭 더 넓어

한 학생이 GS25에서  도시락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한 학생이 GS25에서  도시락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뉴스워치= 정호 기자] 편의점으로 치중된 급식카드 사용처를 늘리기 위한 서울·인천·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식당에서 아동 급식카드로 김치찌개 백반을 주문하면 200원이 남는데 편의점에서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간식까지 사서 먹을 수 있다. 지자체에서는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급식카드 가맹점을 늘리는 중이지만 결식아동들에게 초점을 맞춘 복지라는 점에서는 의문이 생긴다.

식당에서 급식카드로 사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제한적이다. 아직 급식단가가 외식비용의 오름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식 7000원이던 보건복지부 급식카드 권고단가가 8000원으로 인상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김치찌개백반 2020년 6900원→2023년 7800원 ▲비빔밥 8890원→1만320원 ▲비빔밥 2710원→3180원 등으로 모두 1000원 가까이 인상됐다. 일부 품목은 이미 권고단가로 구매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편의점에서 급식카드를 사용할 때는 도시락과 원하는 간식까지 구매할 수 있다. 편의점 GS25와 CU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급식카드로 모바일 예약 시 상시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5000~6000원 하는 도시락을 급식카드로 구매하면 4000~48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도시락에 컵라면 900원과 가공우유 1700원을 더해도 8000원이 채 안된다.

실제 급식카드로 판매량이 높은 제품은 도시락과 가공우유 등이 주를 이뤘다. GS25는 가공우유, 용기면, 즉석밥, 도시락, 흰우유 순이었다. 세븐일레븐은 바나나우유, 도시락, 컵라면, 음료 등으로 순위가 높았다. CU는 도시락과 샌드위치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구체적인 품목으로는 바나나우유가 최고 판매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부터 아이들이 편의점 급식카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늘었으며 적용 범위도 간식류까지 확대됐다. 가공우유뿐만 아니라 과자·아이스크림까지 구매할 수 있다. 아이들이 식사는 물론 다양한 간식까지 구매할 수 있어 급식카드 편의점 이용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을 자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1월에서 6월까지 조사한 ‘결식아동 아동급식 사용처 현황’에 따르면 급식카드의 편의점 이용률은 41.7%로 가장 높았다. 다음 순위인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의 순위를 합해도 31%에 밑돌 뿐이다. 지난해 편의점 3사의 급식카드 사용 빈도도 늘었다. GS25의 결제액 신장률이 전년 대비 10%, 세븐일레븐은 급식카드 이용 증가율 10%, CU는 매출 신장률 5% 증가했다.

아이들의 발길이 편의점으로 집중되자 지자체들은 가맹점 수를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편의점, 식당과 마트로 편중된 급식카드 사용 범위를 반찬 전문점과 식료품 가게 등으로 확대했다.

아이들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는 늘어난 반면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아동 급식카드 가맹점 목록에 술집이 포함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만3009개에 달하던 급식카드 가맹점이 지난해 52만4143개로 폭증했다. 가맹점 등록이 자동등록 방식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지자체의 승인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이러한 시스템상 허점을 파고들어 급식 가맹점 목록에 포장마차·이자카야·요리주점 등 술집이 등록될 수 있었다. 최 의원은 “아동 급식 가맹점이 급격하게 확대된 만큼 제대로 된 모니터링과 점검 절차를 만들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급식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계도가 물망에 오른 가운데 품목과 가격, 결제시스템으로 청소년들의 편의점 이용률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7월 ‘결식아동을 위한 사회공헌사업 활성화 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 권고에 따르면 가맹 음식점 정보와 폐점 등 변동 상황을 정확히 제공할 것과 결식아동 지원 음식점에 대한 홍보 강화 등을 촉구했다.

결식아동이 편의점뿐만 아니라 쉽게 음식점을 찾을 수 있도록 제도의 매무새를 다듬는 게 골자다. 아이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권익위이 밝힌 사회공헌사업 활성화 3가지 모델은▲서울시 노원구의 판매가와 관계없이 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착한 음식점 사업’ ▲스마트 기부 키오스크를 통해 등록 음식점의 할인쿠폰을 발급받는 ‘결식아동-지역사회 상생급식 사업’ ▲ 급식 카드 소지 아동에게 식당의 메뉴 중 일부를 무료 제공하는 ‘우리동네 착한식당 사업’ 등이다.  

최혜영 의원은 “결식아동지원사업의 목적이 아동의 건강한 끼니 해결에 있는 만큼 사업 홍보, 가맹점 확인 방법 등에서 우리 아이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모든 음식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결식아동급식카드 가맹점 검색을 통해 위치뿐만 아니라 판매 음식 단가, 영업시간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개선 및 관련 제도 보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살피겠다”고 말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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