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2024년이 밝았다. 우리의 시계가 자정을 알리고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하며 작별 인사를 할 때 온 세상에는 미지의 것을 포용하고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는 기대감이 넘실거린다. 새해가 온다는 것은 지난해의 온갖 흔적에서 벗어나 우리가 우리 삶의 캔버스, 우리 삶의 빈 노트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기회를 얻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때가 되면 남에 대한 비방을 삼가고 서로 덕담을 나누곤 한다.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며 우리는 기쁨의 순간, 극복한 어려움, 배운 교훈, 소중한 추억으로 엮인 실타래 속의 자신을 발견한다. 잘못한 것도 많고 스스로 웃음이 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우리에게 밀려온 각양각색의 도전에서 승리했든 노력했든 그 와중에서 쌓은 경험들은 우리 삶의 여정에 이바지했고 또 심오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형성했다.

그러나 새해의 매력은 과거에 작별을 고하는 것에만 있는 게 아니다. 두 팔을 벌려 미래를 맞이하는 것에도 있다. 새해는 의도, 포부, 결심을 정할 기회, 즉 우리 자신과 주변 세계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이기도 하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변화는 성장의 초석이다. 그러니 이 새로운 장을 맞아서 우리는 용기와 낙관으로 우리에게 이미 일어나고 있는 온갖 변화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탐험을 기다리는 가능성의 영역, 우리의 야망, 관계 및 관점 등등을 새로 정의할 기회로 삼고 이 미지의 세계를 환영할 필요가 있다.

여태껏 새해에 담겨 있는 불안과 위험을 걱정하고 자신의 분발을 새롭게 다짐했는데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어찌 되었든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생을 이어가는 와중이라면 무언가를 해볼 여지가 남아 있다. 어둠 속의 등대와 같은 희망은 우리 영혼에 활력을 불어넣고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를 인도한다. 이 희망은 앞으로 더 나은 날이 올 것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 긍정적인 변화의 잠재력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그러니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 사회와 전 세계를 위한 희망을 키우는 것이 좋다. 누군가가 우리를 위협하고 저주할지라도 우리의 삶에 희망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다만 새해엔 네 탓은 하지 말자. 세상만사는 내 탓과 네 탓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네 탓만 하다 보면 잘못과 실패는 그대로 이어질 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 따져보면 내 탓인 경우가 많다.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를 고치지 않으면 항상 우리는 네 탓 타령만 일삼게 된다. 네 탓 타령하는 사람은 남의 탓만 하고 남을 밟고 자신이 우뚝 서고자 한다. 지렁이는 밟으면 꿈틀댄다고 하지만 지렁이 대부분은 밟히면 그냥 죽는다. 네 탓만 하는 사람은 위험하다. 우리는 남의 탓만 줄곧 해대는 주변의 아이를 보고 아이를 잘 못 키웠다고도 말한다. 새해에 총선이 있는데 네 탓 타령만 하는 사람은 이젠 뽑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장은 지속적인 과정이다. 목적지가 아닌 여정이다. 우리는 열린 마음과 배우려는 의지를 갖추고 이 여정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 자신의 더 나은 버전이 되고 공감, 친절, 탄력성, 감사를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우리 각자가 성장을 추구하는 가운데 주변 사람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볼 필요가 있다. 고립된 각자의 장에서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조망해 볼 필요가 있다. 서로의 연결을 육성하고 서로의 꿈을 지원하며 힘과 연민의 세상을 만들어 보았으면 싶다.

새해의 문턱에 서 있는 우리는 단순히 축하하는 마음이 아니라 목적의식과 마음 챙김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했으면 한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고 긍정적인 마음, 결단력, 삶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어 보자. 이 새해가 우리의 열망, 기쁨의 교향곡, 성장, 사랑, 성취로 가득 찬 여정을 맘껏 그릴 수 있는 도화지가 되기를 바란다.

2024년을 환영한다. 모쪼록 모두가 끝없는 가능성과 의미 있는 순간이 가득한 한 해를 맞이하길 바란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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