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성 사라지는 살육 현장 VS 돈이 창출되는 글로벌 마켓

전쟁 상황인 이스라엘 기업의 한국 지사들이 자국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산 전시회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 부스를 개설하며 참가했다. 사진=최양수 기자
전쟁 상황인 이스라엘 기업의 한국 지사들이 자국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산 전시회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 부스를 개설하며 참가했다. 사진=최양수 기자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전쟁은 인류에 크나큰 비극을 가져다준다.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부모들이 폭격이나 사고를 당해도 자녀들의 생사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아이들의 다리에 미리 이름을 적는 비극을 마주하며 전쟁의 참상이 인류에 주는 아픔을 경험하게 된다. 

이미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 역시 5살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아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가자지구의 비극을 마주하면서 가슴이 무겁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간 신(新)중동전쟁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산 전시회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아덱스) 2023’가 열리기 하루 전에 진행된 ‘서울 ADEX 2023 프레스데이’에서 전쟁 상황인 이스라엘이 부스로 참가한다는 소식에 행사장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실제 ‘서울 ADEX 2023’ 행사장에서는 전쟁없는세상, 피스모모 등 5개 반전 평화운동단체 활동가들로 구성된 시민사회연합체인 아덱스저항행동이 반전 시위를 진행했고 이스라엘의 무기박람회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넘쳐났다. 

이미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의 장기화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라는 두 개의 전쟁을 눈 앞에서 목도(目睹)하고 있다. 전쟁의 참상(慘狀)으로 국제사회는 슬픔에 빠져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바탕으로 돈을 벌려는 의도가 엿보여서 경악을 금(禁)할 수 없다.

실제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역에서의 전쟁으로 무기 업체들의 생산 능력이 폭발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장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155㎜ 포탄 가격은 1년 새 4배로 뛰어올랐다.

이로 인해 미국,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한 서구권은 골치덩어리로 묵혀두고 있던 재래식 무기를 처분해 돈도 벌어들이고 글로벌 경제 위기도 다소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전쟁은 경제가 안 좋아질 때 벌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World War II)은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까지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大恐慌·The Great Depression)의 여파로 서구 자본주의 사회 체계가 흔들릴 때 발생했다. 여러 가지 전쟁 원인이 있지만 경제 침체 현상도 하나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실제 전쟁으로 인해 군수품 시스템이 풀가동돼 공업력이 상승하면서 일시적인 경제 상승 효과를 가져왔다.

1592년 임진왜란(壬辰倭亂)도 일본 열도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정권이 다이묘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조선을 침략한 전쟁이다.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을 일으킨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초대 내각 총리대신도 전쟁 후 막대한 배상금을 통해 경제를 부흥시킨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이 다시 비상(飛上)한 것도 6·25 한국전쟁(韓國戰爭)을 통해 이득을 얻은 게 계기가 됐으며, 한국 역시 베트남전쟁(Vietnam War)을 통해 경제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자금을 벌어들였다.

현재 윤석열 정권은 대한민국을 이끌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방산(방위산업)과 원전(원자력발전)을 선정하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윤석열 정부 들어 방산과 원전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으며 수출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방산 수출 9위인 한국은 2027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5%를 돌파해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 목표를 밝혔다. 영업이익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정부 계획대로 K-방산이 글로벌 빅4 진입에 성공하면 관련 매출과 고용은 2021년 대비 2배 가까이 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에서도 한국은 방산 분야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핑크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자화자찬(自畵自讚)을 하고 있다. 산업계 부진에 방산이 ‘효자’로 등극했다며 “우리 방위산업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는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존엄성(尊嚴性)이 사라진 잔인한 살육 현장은 씁쓸한 뒷말을 남긴다.

최양수 기자.
최양수 기자.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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