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스트레스 DSR 도입해 가계부채 줄이기 나서…금융 정책 및 경쟁 가열 플랫폼 출현이 대출 자극할수도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스트레스 DSR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중소상인·금융소비자단체 회원들의 '가계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스트레스 DSR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중소상인·금융소비자단체 회원들의 '가계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2023년 대한민국은 빚더미에 짓눌렸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모두 급증해 총부채 규모가 600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부채 규모가 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공개적으로 경고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에 기존 규제보다 엄격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새해 '빚 공화국'의 상황은 나아질 수 있을까.

27일 금융위원회는 내년 2월부터 모든 금융권의 변동금리형·혼합형·주기형 대출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DSR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스트레스 DSR은 DSR을 산정할 때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을 감안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이라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기존보다 수천만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 DSR 규제는 1억원 이상 돈을 빌릴 때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5%를 넘지 못하도록 한도를 두고 있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대출 취급 시점 금리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스트레스 DSR 규제를 도입하게 되면 과거 5년 간 가장 높았던 가계대출 금리와 현시점(매년 5·11월 기준) 금리를 뺀 값으로 가산금리가 결정된다. 금리하한이 1.5%, 상한이 3.5%면 최소 1.5%에서 최대 3.0% 금리가 추가 적용되고 이에 따라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커지면서 차주가 실제로 받는 대출금은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금리를 내년 상반기에는 25%, 하반기에는 50%만 일단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2025년부터 온전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쉽게 말하자면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만약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현 DSR 제도로 3억300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면 내년 상반기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받을 땐 하한금리 1.5%의 25%인 0.375%를 적용받아 대출한도가 3억1500만원이 된다. 하반기에는 하한금리 1.5%의 50%인 0.75%가 적용돼 대출은 최대 3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1.5% 스트레스 금리를 온전하게 반영하는 2025년에는 2억8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게 된다. 현재 제도와 비교하면 2025년에는 5000만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혼합형·주기형 대출은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매월 발표되는 한국은행의 은행권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 취급)를 인용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은 내년 2월 은행권 주담대, 6월 신용대출 및 제 2금융권 주담대, 하반기 전체 대출 등 순차적용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계산에 따르면 스트레스 DSR 적용에 따른 대출한도는 현 시점과 비교해 내년 상반기에는 2~4%가 줄어들고, 하반기에는 3~9%, 2025년에는 6~15% 감소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결정은 심각한 부채 상황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4.5%로 128.3%인 스위스, 111.8%인 호주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이 비율은 올해 1분기 101.5%로 하락했는데 이는 보험사들이 2023년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을 적용하면서 보험약관대출을 가계대출에서 제외한 영향이지 가계 부채가 줄어서가 아니었다. 

증가세 또한 가팔랐다. 세계 평균 가계부채 비율이 60%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한국은 급증을 거듭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총부채 규모가 600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BIS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말 원화 기준 비금융부문 신용은 5956조9572억원에 이른다. 비금융부문 신용은 국가 간 비교를 위해 자금순환 통계를 바탕으로 주요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를 합산한 금액이다. 가계부채는 2218조3581억원, 기업부채는 2703조3842억원, 정부부채는 1035조2149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말 자료는 내년에 공개되지만 이미 6000조원을 돌파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GDP 대비 총부채 비율도 올해 2분기말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포인트 높아진 273.1%를 기록했다.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BIS 자료에 포함된 OECD 소속 31개국 중 9위였지만, 지난 1년 간 총부채 비율이 상승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조사돼 국내 부채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증가했고, 유독 속도가 빨랐다는 점에 대해 BIS를 비롯해 IMF도 경고한 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주담대는 가계부채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담대 같은 이름으로 정책금융을 확대하자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다. 정부는 뒤늦게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을 사실상 폐지하는 등 관리에 나섰지만 11월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11월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5조4000억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주담대는 5조8000억원이 늘었다. 주담대 액수 중 정책자금대출(특례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버팀목 대출)이 4조6000억원으로 80%를 차지했다. 

이같은 수치는 정부가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가계가 짊어진 빚의 규모를 의미하는 가계신용은 이미 지난 9월 말 기준 1875조6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난 3분기 말 기준 0.89%로 전 분기(0.86%)보다 0.03%포인트 오르는 등 '영끌족' 등이 한계수준에 몰렸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끌족이 계속 늘어나는 데에 정부의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감소세였지만 4월부터 급증세로 돌아섰다. 이는 정책 금융상품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정부는 1월부터 DSR 제한 없이 최장 50년,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금리로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 시행에 나섰고, 이후 가계대출은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6조원 넘는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정부의 부양책 실시로 주택 경기 반등 기대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늘어났을 수 있다" "주택 대출의 증가는 정책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것" 등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가계부채증가를 부추겼다는 지적과 함께 시장 개입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반대 노선을 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정부의 금융정책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같은 엇박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에 50조원대 정책자금대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 DSR 도입 등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내년에 한국의 부채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의사록에서 내년 시행되는 신생아특례대출과 청년주택드림 등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감소 정책과 반대되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아이를 낳은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27조원 규모의 신생아특례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는 청약 당첨 시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한 청년주택드림대출에 약 20조~3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내년 주택금융공사 및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정책금융 상품 공급 예정 규모는 올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2020~2022년 평균보다는 높은 편이라 정책금융 대출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의사록을 보면 한 금융통화위원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연말까지 하락 흐름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내년 특례보금자리론이 재개되고 신생아특례대출 등이 새롭게 시행되면서 정책금융이 가계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내년 정책금융의 내용과 규모 그리고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초 본격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인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도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신용대출에 한해 서비스 중인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대상은 내년 초 아파트 주담대와 모든 주택의 전세대출로 확대될 예정이다. 대환대출 플랫폼 취지가 과거에 받은 대출을 더 나은 조건의 다른 금융회사 대출로 쉽게 옮겨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기에 대출 갈아타기 수요 급증이 가계부채 증가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성격상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통해 대출상품을 뺏고 빼앗기는 구조라 금리 경쟁으로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담대 대환대출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게 대환 시 한도 증액을 금지하는 방안, 잔여 만기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방안 모두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것을 막는 방편이다. 더 낮은 이자의 대출로 갈아탈 시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면서 DSR에 여유가 생겨 대출이 늘 수 있어 기존 대출잔액만큼만 대환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이다. 또 대환대출로 대출기간이 다시 늘어나게 될 경우에도 매년 갚는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 역시 대출한도가 늘 수 있어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대환대출이 기존 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것이기에 총량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지는 않으면서도 DSR 규제 강화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서비스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갈수록 몸집이 커지는 부채 규모를 감소세로 돌아서게 만들지 못하게 되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미 지난 10월 열린 당⋅정⋅대 회의에서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다. 자칫 뇌관이 터질 경우 1997년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 상태다. 특히 현재 거론되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가계부채 부실 등은 정보에 민감하지 않은 채무증권이란 점에서 언제든 위기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자칫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저성장 상황에서 가계부채 문제는 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 고금리로 부채상환 부담이 커져 내수 소비를 압박하는 데서 나아가 금융안정성을 저해하는 등 내년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채 규모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부채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에서 고소득층의 자산관리가 저축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짙을 수록 이자율이 낮아져 저소득층 등 다른 경제 주체들이 더 많이 빌리게 되는 '부채 함정'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 속에 저축 등 예금 상품으로 향하는 자산 이동, 국내 소득분배 악화 등을 감안하면 부채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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