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추위가 온 세상을 뒤덮고 낮이 짧아지는 겨울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무언가에 대한 어떤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종교적 경계와 문화적 차이를 초월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따뜻함, 관대함, 그리고 그들의 선의를 기념하는 이날이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바로 그런 날, 크리스마스이다. 오늘,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분주한 가운데 이 축제의 본질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크리스마스 하면 먼저 좋은 느낌이 든다. 언론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예보했다. 필자가 어렸을 땐 새벽 송이라는 것을 돌며 신도의 집을 방문해 먹을 것과 덕담을 나누었다. 거리에는 캐럴이 흘러나오고 아무튼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게 떠들썩했다. 요즘의 크리스마스는 예전과 비교하면 좀 심심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얼굴 가득히 즐거움이 넘친다. 크리스마스는 무엇일까. 왜 이날은 사람을 들뜨게 하고 무언가에 대해 기대하게 만드는 걸까. 크리스마스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람을 이렇게 들뜨게 만드는 것은 크리스마스의 본질이 기쁨과 사랑의 축하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들은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날만큼은 산타가 틀림없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날은 분명 미소와 선물, 좋은 소망을 나누며 마음이 조금 더 열리고 기분이 고양되는 날이다.

집과 거리를 장식하는 반짝이는 불빛은 가장 어두운 시기에도 항상 희미한 희망과 갱신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성탄절 전날인 12월 24일(현지시각)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격을 이어갔다.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요르단강 서안의 도시 베들레헴은 물론 시리아와 레바논 등 기독교인이 있는 중동 국가에서는 전쟁으로 성탄절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됐으며 유럽에서는 체코 총기난사 사건에 이어 독일 쾰른 대성당 테러 위협으로 인해 전역에서 보안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스크루지 영감도 회개하는 그런 날이다.

크리스마스의 매력 중 하나는 선물을 주는 전통이다. 그것은 단순히 화려한 종이와 리본으로 포장된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라 선물 뒤에 숨은 배려와 사랑을 의미한다. 정신없는 속도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특별한 사람에 대한 감사를 반영하는 선물을 선택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무형의 것, 즉 우리의 사랑, 감사, 그리고 우리가 관계에 부여하는 가치를 유형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크리스마스는 화려한 장식과 선물 교환을 넘어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가 지난 한 해를 깊이 생각하고 승리와 도전을 모두 인정하도록 자극한다.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준 순간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역경 속에서도 힘을 찾을 기회이다.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크리스마스는 회복력과 감사의 정신을 기르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더욱이 크리스마스는 관계의 중요성을 강력히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스크린과 사이버를 통한 상호작용이 지배하는 시대에 연휴 기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는 순간을 우선시하게 된다. 사람들은 함께 식사하기도 한다. 함께 거리를 배회하거나 캐럴을 부르거나 따스한 실내에서 서로의 시간을 즐기는 등 이러한 공유된 경험은 일체감을 키우고 우리를 연결해 준다. 크리스마스는 모처럼 오프라인이 주도하는 날이다.

크리스마스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지만 희망, 사랑, 배려, 직접 대면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는 오늘의 세상 전체에 울려 퍼진다. 이는 빛의 등불 역할을 하며 서로의 차이점을 제쳐두고 함께 모여 인류애를 노래하자고 우리를 초대한다.

모처럼 세상이 희망, 사랑, 배려, 직접 대면의 원더랜드로 변하는 지금, 열린 마음으로 크리스마스의 마법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우리가 주는 기쁨, 지난 한 해에 대한 반성,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우리 삶에 따뜻함과 의미를 가져오기를 바란다. 명절을 환호하는 가운데 기쁨과 성찰, 연결의 시간인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마법을 재발견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희망, 사랑, 배려, 연결의 소중함을 되도록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해보자.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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