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지역 대학로 대표 음식에서 추억 떠올리는 마성의 음식으로
재료 방법 따라 음식점마다 맛 차이 뚜렷해…잘하는 음식점 찾아야

[편집자 주] 민트초코부터 제로슈거까지 다양한 음식을 선호하는 먹거리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하루 아침에 새로운 음식이 탄생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는 사람만 아는 기발한 음식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이 음식들은 어떤 매력으로 별미가 됐을까 <뉴스워치>가 알아봤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뉴스워치= 정호 기자] 이 음식을 두고 “잡탕 느낌이 들어 호불호가 생겨나지만 잘 만든 불량식품 맛이라 가끔 생각난다” “김치, 피자, 탕수육 맛있는 것만 모아 뒀는데 맛이 없을 수 없다”는 호평과 “한국, 중국, 이탈리아 국가 분쟁 음식 1순위” “아무리 각국의 요리를 모은 퓨전 음식이라고 하지만 미식가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악평이 공존한다.

‘김치 피자 탕수육’ 줄여서 ‘김피탕’을 대하는 사람들의 엇갈린 평가다. 요리는 이름 그대로 탕수육 위에 피자치즈와 김치를 얹어 한 번에 먹는 음식이다. 한국과 이탈리아, 중국의 세 종류 맛을 응집해 특유의 매력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갖췄다. 처음에는 모양새 때문에 선입견이 생기기 쉽지만 맵고 짜고 단게 한데 어우러진 맛이 꾸준히 생각난다는 게 마니아층의 평가다. 소스 자체는 김치가 들어가 산미가 강하지만 피자치즈가 중화해준다고 한다.

마니아들이 공통적으로 김피탕을 도전할 때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잘하는 집’이다. 음식을 한 데 섞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스부터 재료 양까지 황금 비율을 갖춰야 제맛을 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피탕을 파는 음식점마다 피자에 들어가는 야채를 추가하거나 사용하는 김치에 차이가 있다. 실제 세 번 정도 김피탕을 먹어본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두번째까지는 맛있게 먹었지만 세번째 부터는 김피탕에 들어간 김치가 제대로 익지 않아서 좋은 맛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결국 잘하는 집에서 한번 맛을 들이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게 김피탕 마니아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일부 김피탕 마니아들은 유튜브를 통해 먹다 남은 탕수육과 냉동 탕수육으로 김피탕을 만들어 먹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김피탕은 원래 충남 공주 지역 대학생들이 즐기던 별미로 알려졌다. 이후 대전, 천안, 세종 등으로 퍼져 지금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음식이 됐다. 강원도 춘천에서 대학을 나온 A씨는 “선배가 사줘 맛을 본 이후로 대학생 시절 자주 먹었고 지금도 아주 가끔 그 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피탕이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게 된 시기는 2015년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면서부터다. 이후로도 연예인이 김피탕을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궁금증을 키웠다. 지금은 김피탕을 파는 음식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쿠캣에서 파는 김피탕을 제외하고 제품화된 건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보니 제품화했을 때 수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피탕이라는 게 원래 음식점마다 맛이 다르고 생물 재료인 김치로 인해 HMR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치즈부터 녹는 것을 생각하고 김치의 아삭거림을 살리기도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층 고객에게 김피탕은 아직 생소한 음식이다. 특히 술안주로 먹던 탕수육과 피자를 먹는 데에서 선입견을 지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50대 직장인 D씨는 “각각 따로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굳이 섞어 먹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리하면 김피탕은 세대뿐만 아니라 입맛에 따라 확연히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그럼에도 공주 지역으로 여행을 가면 필수로 먹어봐야 할 별미로 손꼽힌다. 배달앱에서 운영하는 탕수육 전문점 중에서도 추가 메뉴로 올라온 곳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학창 시절의 추억이 놓여 있을 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이용자는 “돈이 없던 대학생 시절 싸고 양 많은 자극적인 김피탕만 있어도 행복했다”며 “직장인이 된 현재 그때의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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