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간소화·개인채무자보호법 등 올해 국회 통과
CEO 책임론 강화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준비에 분주

올해 국회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회사지배구조법,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 등 주요 금융관련법들이 국회를 통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국회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회사지배구조법,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 등 주요 금융관련법들이 국회를 통과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국회가 분주하다. 해를 넘기기 전에 산적한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채 12월을 보내고 있다. 올해 국회는 여야 정쟁에 공회전과 파행을 거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면서 변화를 기대하게 했다.

금융권에서도 개인채무자를 보호하고 실손의료보험청구를 간소화하는 등 개인고객을 위한 법부터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 굵직한 사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의미있는 변화 속에 논란과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금융관련 주요법들을 살펴봤다.

■ 금융회사지배구조법 : 책무구조도 준비에 지주사 분주 

올해 가장 주목할만한 금융법은 단연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빈번한 금융사고를 막고자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금융사는 임원 책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문서화하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임원별로 소관 영역을 정하고 이에 대한 통제 및 관리 의무를 부여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시 소관 업무에 따라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이사회 심의·의결 대상에 내부통제·위험관리 정책 수립과 감독 사항을 포함하고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도 신설해야 한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내년 12월까지 금융당국에 이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때문에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 전부터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CEO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금융사들이 머리를 싸매게 만들고 있다. 

그간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금융사 CEO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지주사들은 회장이 책임지는 일만은 피하기 위해 애써왔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경우에도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했다. 금융사들이 책무구조도를 만드는 데 있어 CEO 책임 부분을 가장 신경쓰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는 CEO에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금융사고를 막겠다는 취지"라며 "사고발생시 책무구조도에 적힌 단어 하나가 CEO 제재 기준이 될 수도 있어 면밀한 법적검토 및 세부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금융지주 및 은행들이 책무구조도에 공을 들이면서 이미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이는 곳도 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책무구조도 제출 시점은 내년 12월이지만 적용 시점은 다르다. 자산총액 5조원·운용재산 20조원 이상의 금융투자회사 및 종합금융회사,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보험회사는 2025년 6월 적용되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금투 및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은 내년 6월 법 시행 후 5년 안에 적용된다.

■ 실손의료보험청구간소화법 : 갈등 심화, TF부터 난항 

올해 국회 문턱을 넘은 금융법 중 실손의료보험청구간소화법은 가장 대중적으로 관심이 높았던 법안이다. 실손의료보험청구간소화법은 14년 만에 국회를 통과하며 공전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왔다.

그간 의료계와 일부 환자 가입자들의 반대로 표류만 거듭했지만 지난 10월 6월 정무위원장 대안으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내용을 규정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후 같은달 24일 공포됐다.

실손의료보험청구간소화법은 보험 가입자들의 편의 제고가 가장 눈길을 끈다. 이전까지는 일일이 필요서류를 구비해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해야 했고 절차가 번거로워 소액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보험업계로서도 과잉청구되던 비급여 진료비의 투명성을 높여 손해율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법안 개정을 지지해왔다.

법이 통과됨에 따라 보험 가입자들은 진료받은 요양기관(병·의원)에 요청해 곧바로 보험사에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후속 제도 개선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의료계 보이콧으로 인해 태스크포스(TF)구성부터 난항이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TF를 통해 보험금 청구절차, 청구양식 표준화, 정보 송수신 인증·보안방안 등 전산시스템 개발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4개 의약계 단체가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정보 전송을 대행할 '중개기관' 선정 등을 놓고 갈등 중이다.

보헙업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개기관으로 제시했지만 의료계는 비급여 항목 통제 등을 우려했다. 이에 보험개발원이 제시됐지만 의료계는 또다시 보험사와 친밀한 유관기관이라는 점과 환자 의료정보 악용 우려 등을 들어 반대했다. 중개기관에 제 3기관인 핀테크 등 민간업체가 선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가 TF에서 협의되지 않은 내용의 사전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의약계 등은 입장문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정해놓은 답 안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협의를 이끌어갈지 그 태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해 갈등이 심화됐다.

실손의료보험청구간소화법은 내년 10월 시행 예정이지만 해를 넘기도록 중개기관 등 선정을 하지 못하면 지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올해 전속설계사 교차모집제도 완화, 보험협회 업무 범위 확대 등 총 16건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유일하게 통과한 실손의료보험청구간소화법이지만 가시밭길의 연속인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 의미 있는 진일보

실손의료보험청구간소화법과 더불어 이용자들을 위한 법으로 꼽히는 또 하나의 금융법은 바로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사가 영업정지나 파산으로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를 대신해 보호 한도 내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현재 1인당 보호 한도 금액은 보호금융상품의 원금과 이자를 합한 5000만원까지다. 은행 파산시 예금상품 가입자가 넣어둔 원금과 이자를 모두 더해 5000만원 이상일 경우엔 5000만원까지만 돌려받을 수 있다. 

때문에 구시대적 기준이라며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G7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예금자보호 한도가 최소 1억원 수준이라는 점, 국내 제도가 2011년 이후 23년째 바뀌지 않았다는 점, 그 사이 한국 경제가 3배 이상 성장했다는 점 등을 기반으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조정 요구가 이어져왔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이 고객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납부하는 보험료인 예금보험료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졌다. 또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 조정될 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저축은행만 상품가입 유인 등에 있어 유리해질 것이라는 반발도 있었다. 

국회서 결정된 사안은 반쪽의 성공을 거뒀다. 은행 예금상품에 대한 예금자보호한도는 상향되지 않았지만 일반 예금과 분리한 연금저축(신탁·보험), 사고보험금,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각각을 별도로 5000만원까지 예금보호 한도를 적용하는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예금과 별개로 연금저축, 사고보험, 퇴직연금이 각각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법적 보호를 받게 됐다.

비록 이용자 대다수가 원했던 은행 예금 보호한도가 상향된 것은 아니지만 금융시장 여건에 맞춰 금융제도가 변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있는 논의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 개인채무자보호법 : 여론 비판 현재진행중

해를 넘기기 전 아슬아슬하게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과도한 연체이자와 추심부담을 방지하기 위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안이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금융권 채무조정이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 등 공적기구에만 의존하고, 금융사 자체적 채무조정은 비활성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옴에 따라 이번 제정안은 사적 채무조정 제도화, 과도한 이자부담 완화, 불리한 추심관행 개선 등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르면 연체액이 3000만원 미만인 채무자는 간편하고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금융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요청받은 금융사는 추심을 중지하고 10영업일 내에 채무조정 여부를 채무자에 통지해야 한다. 

또 연체액이 5000만원 미만인 채무자에 대해 이자부과방식을 개선해 이자부담을 완화한다. 기한이익상실(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EOD)이 발생했을 때 상환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원금에 대해서는 연체가산이자를 발생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만약 100만원의 대출원금을 받은 이라면 도래하지 않은 원금 90만원 외 상환기일이 도래한 10만원에 대해서만 연체가산이자를 부과하는 식이다. 

추심관행 역시 추심횟수를 7일간 최대 7회로 제한하고 특정 시간대·수단으로 연락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손질했다. 이같은 제정안은 정부 법률 공포 절차를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신용회복위원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참여하는 '개인채무자보호법 하위법령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하위규정과 내부 기준 관련 모범사례를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개인채무자보호법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법 통과 전부터 불거진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적지 않은 여론은 과도한 추심 및 이자 부과는 지양해야 하지만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고 이자와 원금을 열심히 갚는 성실 차주들을 기만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