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원 30% 기술 분야서 발탁…기술인재 중용 기조 이어가
주요 계열사 올해 연구개발 투자 8조3000억원 전망…3년 전보다 36.3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올해 신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올해 신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미래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장 취임 후 매년 신사업과 연구개발(R&D) 같은 분야의 인재를 중용하며 신기술 확보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서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연구개발 투자 규모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 5곳의 연구개발 비용은 올해 8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일 2023년 하반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올해 인사에도 ‘기술인재’에 대한 정 회장의 꾸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임원인사 전체 승진자 중 30%를 연구개발과 제조 등 기술 분야에서 발탁하며 기술인재 등용 기조를 이어갔다.

정 회장의 이러한 인사 방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술인재에 대한 관심은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2020년 하반기 임원인사부터 시작됐다. 당시 수석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은 2020년 10월 취임식에서 새로운 도전과 준비를 역설했다. 그는 수소연료전지와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등을 언급하며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관련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

정 회장의 의지는 그해 임원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가 지목한 다양한 분야가 미래 기술 확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신규 임원 중 30%를 신사업과 연구개발 분야에서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기술인재 중심의 인사 기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2021년 하반기에는 신규 임원을 총 203명 선임했는데, 이 중 연구개발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였다. 지난해에는 현대차그룹이 힘을 쏟고 있는 전동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전환과 연계해 자동차 부문에서 전체 승진자의 70%에 해당하는 156명을 발탁했다.

내년 초 CES2024에 최초로 참가하는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법인 슈퍼널의  공개 예정 기체 일부. UAM은 정의선 회장이 점찍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내년 초 CES2024에 최초로 참가하는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법인 슈퍼널의  공개 예정 기체 일부. UAM은 정의선 회장이 점찍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기술인재 중용과 함께 연구개발 투자 금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건설·현대모비스 등 주력 5개 계열사의 2020년 연구개발비는 약 6조863억원이었다. 정의선 체제가 본격화된 2021년에는 5개 계열사의 연구개발비는 6.33% 늘어난 약 6조47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7조원대를 넘기도 했다. 이 기간 5개 계열사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7조2586억원으로 직전 연도보다 12.16% 급증했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연구개발비 규모도 눈에 띈다. 올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5조8533억원으로 4분기를 남기고 있지만 2020년 한해의 집행 규모에 근접한 상황이다. 여기에 각 계열사가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규모로 연구개발에 자금을 투입한다면 올해는 8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 취임 해인 2020년과 비교하면 36.34%가 늘어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술인력 확보에도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예컨대 현대차는 지난달 SDV 체제 전환 가속을 위한 IT 인재 집중 채용을 실시했다.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발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SDV 비전 아래 IT 우수 인재를 적극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차량 전동화 같은 미래 산업 변화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자 완성차 생산뿐 아니라 남양연구소 R&D, 디자인 모델러 등 부문에서 다양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모빌리티 기술 인력을 모집 중이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보다 나은 미래를 함께 개척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신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끊임없이 도전할 것을 역설했다.

정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이러한 의지가 올해를 넘어 앞으로도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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