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2조원대 이상 상생금융, 3월까지 50%이상 집행계획
연 4%금리 초과 개인사업대출 차주 대상 최대 90% 환급

21일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 이날 20개 은행이 추진하는  2조원 이상 규모의 상생금융안이 발표됐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 이날 20개 은행이 추진하는  2조원 이상 규모의 상생금융안이 발표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금융당국이 주도한 은행권 상생금융의 구체적 방안이 발표됐다. 당초 예상됐던 2조원 이상의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진다는 점을 비롯해 성실차주가 외면받는 정책이라는 등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급조된 상생금융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날선 비판도 함께다.

은행연합회는 21일, 20개 은행과 간담회를 통해 2조원 이상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했다. 당초 상생금융 추진 당시 야당에서부터 횡재세가 거론됐고, 이 수준에 맞추려면 상생금융은 2조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바다. 이번 상생금융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을 비롯해 산업·SC제일·기업·한국씨티·수출입·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케이· 카카오·토스뱅크 등이 참여한다.

이날 은행연합회 발표에 따르면 이번 상생금융은 두가지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자 캐시백'이 공통 프로그램으로 이뤄지고, 각 은행별로 추진하는 '자율프로그램'이 따로 가동된다. 국책은행인 산업·수출입은행은 별도의 정책금융 프로그램으로 추가적 지원(+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20개 은행이 공통으로 추진하는 '이자 캐시백'은 고금리 상황 속에 내왔던 이자를 돌려주는 캐시백(Cash Back) 형태로, 상생금융안 발표 전날인 20일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 대상이며, 대출을 최초 실행한 날로부터 1년 동안 납입한 이자를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22년12월21일 대출을 실행한 차주라면 1년 뒤인 올해 12월20일까지 납입한 이자의 일부를 돌려받는 식이다. 대출 실행 1년 미만의 차주는 납입한 이자 일부를 일시로 지급받고, 추후 나머지 이자를 내면 은행이 분기별로 지급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올해 4월 1일에 대출을 받았다면 대상기간은 내년 3월 31일까지로 내년중 납부한 이사도 캐시백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차주의 최근 1년간 금리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감면율)를 계산해 지급하는데 대출금 한도는 2억이며, 1인당 환급한도는 300만원이다. 일례로 이같은 조건에서 대출금 3억원을 연 5%의 금리로 받은 뒤 1년 넘게 원금과 이자를 갚아온 소상공인·자영업자라면 180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두 개 이상 은행에 4%를 초과한 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의 경우는 은행별로 중복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돌려받는 이자에 대한 이자소득세도 없다.

은행들은 내년 3월까지 캐시백 50%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내년 말까지 지원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차주로 보면 이같은 상생금융을 통해 약 187만명에게 총 1조 6000억원이 환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은행별 개별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각 은행별 건전성, 부담여력 등을 감안해 지원액 한도, 감면율 등 일부 지원기준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또 공통프로그램에 투입되는 금액 외 자금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국한하지 않고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도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공과금 및 임대료 지원 등 이자환급 외 방식의 지원, 여타 취약계층 지원 등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모든 은행이 같은 금액을 내는 것은 아니다.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 당기순이익을 배분기준으로 정했다. 이에 대해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이사는 "은행에 대한 사회적책임 이행 요구가 증대된 점, 은행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당기순이익 기준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올해 2023년 3·4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을 연간으로 환산했을 때 20조원이고 그 중 10%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에 따르면 정확한 규모는 아니지만 5대 시중은행은 3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이 적은 은행은 2000억원대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4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연간으로 환산해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에 대해 은행들 역시 큰 불만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이번 은행권 상생금융 대상은 연 4%금리 초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차주로 이자납부금의 90%까지 환급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은행권 상생금융 대상은 연 4%금리 초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차주로 이자납부금의 90%까지 환급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껏 예상수치, 예상되는 방안 등이 난무하던 은행권 상생금융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반응은 제각각이다. 무엇보다 역차별 논란이 거세다. 이번 상생금융이 추진되던 때부터 꾸준히 언급돼 온 역차별 논란은 한계에 몰린 개인사업대출자가 대상이 되면서다. 이를 두고 성실하게 대출금 및 이자를 상환하는 차주의 의지를 꺾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상생금융을 추진하면서 금융당국은 "국민이 납득할 수준이 돼야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출차주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고금리에 허덕이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최선을 다해 빚을 갚는 성실 상환 차주는 도리어 외면받고 있다" "자영업자만 대한민국 국민이냐" "특정대상만 혜택을 받는 건 상생금융 취지에 맞지 않다" "코로나19 때는 자영업자가 힘든 게 맞았지만 지금은 모든 차주가 힘들다"는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상생금융 지원을 개인사업자대출에 국한해 지원하는 데 대해 은행연합회 이 전무는 "개인사업자만 지원하고 왜 다른 서민취약계층 지원하지 않느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코로나19 이후 금리의 급격상 상승으로 가장 어려움 겪는 부문이 저희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골목상권이 붕괴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영업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저희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우선적 지원한다"면서 "은행권 공통으로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하지만 4000억원 규모 은행 자율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취약계층도 은행들이 추가 지원할 여력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은행을) 독려할 예정"이라 부연했다. 개인사업자 차주 중 부동산 입대사업자를 제외한 것도 자산형성이나 증식 등 관련업이라 이번 민생금융지원방안 취지와 거리가 있어서라는 설명이다.

특히 은행 신뢰도와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상생금융 지원이 이뤄지면서 고신용자 대출금리가 되레 높아지는 등 금리역전현상이 은행 신뢰도를 깎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실제 지난 11월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신용대출 금리에 따르면 600점대인 중·저신용자가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자보다 늦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대출규제 등을 이유로 이자를 높여받았다가 일정대상에 한정해 일시적으로 일정금액을 돌려주는 것은 되레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말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이자 캐시백을 하기보다는 보다 명확한 이유와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지원대상 차주들의 소득과 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일괄적 지원은 문제이며, 적어도 대출 상환이 힘들 정도로 소득이 줄어든 대상을 확인하고 선별해 이자를 돌려주는 방식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은행연합회는 이번 상생금융안에서 이자 감면율을 100%가 아닌 90%로 선택한 이유가 실질금리 체계 왜곡 우려 때문이라며 정책이 은행 신뢰도를 저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전무는 "4% 초과를 기준으로 해서 4%가 넘는 이자에 대해 납부한 금액을 모두 환급해주면 차주 신용도에 따라 산출되는 금리체계와 무관하게 동일한 금리를 적용 받는다. 금리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 전무는 "은행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게 (상생금융)대원칙"이라면서 이번 지원규모는 건전성에 특별한 영향이 없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기준이 자본비율인데 특정은행의 경우 9월말 기준으로 자본비율이 14%를 넘었고, 1조원 정도 지원할 경우 0.05%p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또 일률적으로 4% 초과 이자에 대한 90% 감면율을 적용하지 않고 자율조정이 가능하게 한 점 역시 일부 은행 여건을 고려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그런가 하면 해당 이자 캐시백 지원방안이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 상환 한계에 봉착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액 중 적지 않은 비중이 비은행권에 몰려있는데 은행에 한정된 상생금융 추진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이자 캐시백이 아닌 금리 인하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란 말이 나온다.

금융권 및 정치권 내에서도 "취약 차주 지원은 필요하나 특정 계층 이자만 감면하거나 낮추는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안 받는 것보다야 낮겠지만 실질적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는 등 말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상생금융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되거나, 은행이 높은 수익을 올린 데 대한 차출 형식이 되어선 안된다"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어렵고 힘든 것은 맞지만 일시적 캐시백으로 해결된 문제가 아닌데다 국민과 상생한다는 본래 취지를 생각하더라도 은행이 가산금리 인하로 국민의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상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 꼬집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글로벌 금융환경에 비춰 봤을 때 계층군이 아닌 취약차주별 맞춤 금리 제공이나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인 상생금융이 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신용평가에 있어서나 취약차주 선별 기준 등에 있어 보다 정교하고 면밀한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추가적인 상생금융이 추진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은행연합회 이 전무는 "당면 과제는 2조원 플러스 알파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신속하게 정확하게 집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상생금융 방안을 말하긴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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