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올해 대규모 충당금 적립, 8~9조원대 예상
연체율 상승·부실채권 증가에 잠재 리스크도 도사리고 있어

올해 위기가 겹치면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올 한해 쌓을 대손충당금 규모는 8~9조원대로 전망된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위기가 겹치면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올 한해 쌓을 대손충당금 규모는 8~9조원대로 전망된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 있다. 건전성 지표에 들어온 빨간불이 좀처럼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다. 이에 더해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사안들까지 더해지면서 금융권은 부실우려에 대비해 건전성 관리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올해 쌓을 대손충당금 규모는 8~9조원대로 전망된다. 대손충당금은 고객들에 대출해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등 미래 손실을 대비해 예상 손해액을 미리 충당해두는 것을 뜻한다. 이 대손충당금 규모는 올해 1~3분기 동안 5대 금융지주에서 6조 8892억원이 쌓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동안 3조 376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인 104% 증가한 액수다.

특히 대손충당금으로 인해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은행지주 이자이익이 증가해 실적에 호조지만 올해의 경우 경기 둔화 및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과 더불어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충당금 적립에 따라 금융사별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금융지주들의 충당금 적립 중요성과 규모가 커진 데에는 리스크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이 긴축을 유지하면서 고금리 속에 대출금리가 치솟았고 이로 인해 여신 건전성이 악화일로에 있다. 9월말 기준으로 5대 금융의 고정이하여신(NPL)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2% 증가한 9조 103억원을 기록했다.

부실채권인 NPL은 5대 금융지주 모두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KB금융지주 2조 984억원, 신한금융 2조 207억원 등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3.8%, 36.8% 증가하며 NP이 2조원대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1조 8393억원으로 41.0% 상승, 우리금융 1조 4808억원으로 46.1% 증가했으며 농협금융은 1조 5711억원으로 1년전보다 78.8%나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국내은행 부실채권 규모로 보면 지난 6월말 10조 5000억원이었던 부실채권은 9월말 11조 5000억원으로 3개월만에 1조원이 늘어났다. 부실채권이 늘어난만큼 은행의 대손충당금 잔액도 6월말에서 9월말까지 3개월 동안 9000억원 가량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 올해 3분기 중 국내은행의 핵심건전성 지표인 자본비율도 악화됐다. 지난 5일 금감원이 발표한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현황(잠정)'을 보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56%로 지난 6월 말 대비 0.15%포인트 하락했다.BIS 기준 자본비율은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재무구조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감독당국의 규제 기준은 보통주자본비율 7.0%, 기본자본비율 8.5%, 총자본비율 10.5%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국내은행의 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상회하는 등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중국 경기 부진 등 대내외 경제여건도 악화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자본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다.

건전성 관리가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현재 금융사들 앞에 부실 우려가 큰 사안들이 적지 않아 금융권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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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ies)가 대표적이다. 홍콩H지수 ELS는 지수가 30% 빠져야 손실이라는 점에서 투자이익이 보장되는 것처럼 여겨졌던 상품이다. 금융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파생상품이란 점, 은행들의 적극적 판매도 투자자들의 투자를 부추겼다. 그러나 홍콩H지수 ELS는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기초자산이 미리 정해준 한계를 벗어나 손실구간에 진입하는 '녹인'(Knock-in) 가능성이 커지면서 만약 H지수가 현 추세를 지속할 경우 은행권이 내년 상반기에만 1조원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소비심리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홍콩 금융당국 긴축 기조로 시장유동성도 악화한 상태라 H지수의 반등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ELS특성상 기초 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원금 손실 위험도 높아진다"면서 "은행권 홍콩H지수 ELS 판매액 중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액이 9조원대인데 현 상황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 전망도 밝지 못하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할 당시(2021년) 지수는 1만1000선이었지만 현재는 50%가량 하락해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면서 "녹아웃 구간인 8800선까지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원금 손실이 현실화될 경우 은행들이 투자자 대상 자율 배상에 나설 수 있다. 은행들이 60대 이상 고령자에게 해당 상품을 대거 판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진데다 이미 금감원이 일부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지난 2019년 DLF사태 당시 배상율을 살펴보면 기본배상비율(적합성·설명의무 위반) 30%,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 20%, 초고위험상품 특성 5%를 더해 55%가 기준이 됐기에 홍콩H지수 ELS 손실 확정시 은행들의 수조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은행들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역시 세계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대규모 손실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18일 금융권 집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 잔액은 총 7531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 없는 리츠 펀드 외에 해외 부동산 펀드를 판매하지 않은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은행별로 최소 1000억원 이상의 판매 잔액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1061억원, 하반기에는 1510억원어치 펀드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경우 투자금을 모아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지분을 취득하거나 소유권을 취득한 뒤 임대 수입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고, 만기 도래 전 자산을 매각해 최종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때문에 부동산 매입 가격보다 매각가격이 낮을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후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오피스 공실 증가,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투자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다. 대문에 투자 당시 예상했던 수익률은 커녕 원금 손실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건전성 관리를 더욱 단단히 해야만 한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규모가 55조 8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각 금융사의 건전성 리스크는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 11일 금융시장 현안 점검 및 소통 회의에서 금감원에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 가능성과 각 금융회사의 대응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해달라"고 당부한 바다.

설상가상으로 저축은행 부실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이 여파가 금융지주로 전이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영향이 크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PF대출 규모는 134조 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말보다 4조원 늘었고, 2020년 말에 비하면 약 42조원 급증한 것이다. 이 가운데 대출금을 갚지 못한 연체율이 지난해 말에 비해 올해 2배로 뛰어올랐다. 특히 PF부실 위험이 특히 증권사, 저축은행, 여신전문(캐피탈),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 집중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그중에서도 저축은행은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 및 인허가용 단기 차입금) 위주로 부동산 PF 사업을 확장했는데 부동산 PF대출의 자산건전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서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말 12.8%에서 2022년 말 23.7%, 올해 6월 말 41.0%로 급등한 상태다. SBI·OK·웰컴·한국투자·페퍼 등 저축은행 상위 5개 사 부동산 PF 관련 연체율만 보더라도 올해 3분기 말 기준 6.92%로, 전년 동기 대비 4.52%포인트 상승했으며 1년 만에 연체율이 3배가량 증가한 상황이다. 더욱이 부동산 PF사업장 매각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시장 환경인 탓에 각 저축은행들이 부실 사업장 정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리스크는 점점 커질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금융평가본부장은 "현재 경·공매 시장에 나온 PF 부지 할인율(30~50%)을 적용하면 9조~15조원가량의 손실을 예상해야 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시스템 리스크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각 회사별로는 건전성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자칫 5대 금융지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건전성 관리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5대 금융지주의 충당금 추가 적립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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