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6조4000억원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동원그룹보다 높은 평가 받아
인수 후 자산 42조8000억원으로 증가…재계 순위 13위로 14계단 급상승 전망
승자의 저주, 현금 유보금을 돈줄로 활용, 2세로의 승계를 위한 인수 등 우려 제기
HMM 노조 격렬하게 반발…하림 인수 ‘졸속 매각’ 비판, 매각 절차 중단 위해 투쟁

HMM 함부르크호. 사진=HMM
HMM 함부르크호. 사진=HMM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에서 하림그룹이 최종 승자가 됐다. 

19일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에 따르면 지난 18일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개했다.

하림그룹도 19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매각 측과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HMM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채권단이 보유한 3억9879만주다. 인수가는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은과 해진공이 HMM 매각을 위해 지난달 실시한 본입찰에서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최종 입찰에 참여했다. 매각 측은 이달 초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하림그룹 측에서 인수 조건을 두고 여러 요구사항을 내놓으면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지체됐다.

특히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매각 측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해 특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인수전의 최종 심사에서는 하림그룹이 6조4000억원 가량의 인수가를 써내 동원그룹 인수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면서 정량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조달 계획, 해운업 경험 등 정성평가에서도 더 나은 평가를 받았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자산이 42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재계 13위로 14계단을 뛰어오르게 되는 셈이다.

벌크선사 자회사인 팬오션(전 STX팬오션)을 보유한 하림그룹은 컨테이너 선사 HMM까지 품에 안으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한다. 하림그룹은 본 계약 체결 후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 있고 신뢰 받는 국적 선사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팬오션은 하림그룹이 지난 2015년 인수한 벌크선사다. 하림그룹은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 수급과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산업계와 금융계 내부에선 하림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본계약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자금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해 그룹 전체가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림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자산 17조원으로 재계 27위에 있다. 하림그룹이 인수하려는 HMM은 자산이 이보다 8조8000억원 많은 25조8000억원으로 19위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다 탈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림그룹이 HMM이 보유한 10조원 이상의 현금 유보금을 HMM의 경쟁력 강화에 쓰는 것이 아니라 돈줄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각에선 2세 승계를 염두에 두고 이번 인수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HMM 노조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사측과 단체협약을 진행 중인 HMM 해원연합노조는 사측에 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노조는 특히 이번 하림의 HMM 인수가 ‘졸속 매각’이라고 비판하며 매각 절차를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방안을 동원해 투쟁한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의 HMM 최종 인수까지는 ‘산 넘어 산’인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림그룹 CI. 사진=하림그룹
하림그룹 CI. 사진=하림그룹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입장문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18일 밤 HMM 경영권 매도인 측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하림그룹은 앞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갖고 매각측과의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협상을 잘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있고 신뢰받는 국적선사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매각측과의 비밀유지계약으로 인해 입찰가격 등 입찰 내용과 세부적인 협상조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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