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지난주 대부분의 학교에서 기말고사가 끝났다. 그런데 기말고사를 치르는 대학과 중·고교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대학교의 분위기가 밝다면 중·고교 분위기는 어쩐지 좀 어둡다는 느낌이다. 대학생은 한 학기가 끝나고 방학의 여유를 만끽하지만 중·고교생은 대학으로 가는 기나긴 여정이 앞에 놓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기말고사가 끝난 중·고교에서는 대학으로 가는 여정이 주는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 진도를 다 나갔지만 수업일수가 남아 방학을 못하기 때문인지 학교 수업 대신 영화를 본다느니 무슨 축제를 한다느니 환경미화를 한다느니 하는 게 그냥 하루하루를 때우는 느낌이다. 학생들은 학원에서 수업을 받는다.

대학입시제도에 문제가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에서 1등급에 들지 못한 학생 대부분은 학교 수업을 포기한다. 내신성적을 기반으로 하는 수시모집에서 원하는 학교에 입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고등학생 상당수가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고등학교 교육이 대입의 수단으로 전락하더니 이제 그나마도 유명무실해져가는 모습이다.

어쩌다 우리의 공교육이 이렇게 됐을까. DJ 정권의 대학 설립 자유화 조치로 4년제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대학입시는 정시와 1997학년도에 학생부전형이 중심이 된 수시로 나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수시 비중이 대폭 늘어나 입시의 주요한 전형으로 주목받았고,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한번 수시의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돼 2018년 3월에는 4년제대학 모집인원의 73.7%를 수시모집에서 선발하게 됐다.

그러자 한 번이라도 시험에서 실수한 학생은 수시에 도전하기 쉽지 않고 학교 교육에 더는 기대를 걸기 어렵게 됐다. 3년간의 성적이 모두 평가대상이 되므로 저학년일 때 성적이 좋지 않았다가 2학년 혹은 3학년에 바싹 긴장해 결국 좋은 학교에 입학했다는 이야기도 더는 나오기 어렵게 됐다. 내신을 상대평가 해 대학입시의 자료로 쓴다는 발상은 도대체 누가 왜 했는지 궁금하다. 이로써 한국의 교육은 사실상 끝이 났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입학사정관 전형(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현재까지 여러 논란과 함께 폐지 혹은 축소 여론이 높은 전형이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과 대학교수들은 왜 그런지 소위 금수저 전형,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난을 받는 이 제도를 지지하고 있고 일부 인사들은 방송에 나와 이게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강조한다.

지난번 소위 조국 사태에서 대학교수가 마음만 먹으면 자녀를 편법 혹은 불법으로 명문대에 입학시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학교 교사와 대학교수들이 선호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런지 그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국 사태의 여파로 2022년 이후 학종을 포함한 수시 비중이 상위권 주요 대학에서 60% 선으로 다소 하향됐지만 국민의 60% 이상은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가 아닌 수시, 특히 학종 폐지 내지는 대폭 축소를 원하고 있다.

애초 교육부는 2004년 10월 교육혁신위원회 안으로 '2008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했고 이에 따라 2008학년도 대입부터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됐다. 이때의 취지는 수능시험 성적순 일변도인 대학입학제도를 고쳐 수능을 대입 변별요소가 아니라 단순한 대입 지원 자격의 작은 요소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입학사정관제 시행과 연관해 수능등급제에 대한 교육혁신위원회의 애초 의도는 수능 폐지 또는 수능 2등급제였다.

그러나 내부 반대로 5등급제로 바뀌었고 일선 대학들은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15등급제를 요구해 결국 9등급이 됐다. 9개 등급 중 1등급에 몇 %를 할당할 것이냐를 놓고도 청와대, 교육혁신위, 여당, 교육부가 격론을 벌였으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4% 안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결국 대입 개선안은 대학의 선별이라는 벽에 막혀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도리어 학생들이 수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만들고 말았다.

그리하여 전 세계에서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의 극히 일부 대학에서만 하는 입학사정관제가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제도로 자리를 잡았다. 내신을 상대평가 해 입시에 반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현 정부는 학교 교육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명문대를 나와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열된 수능 경쟁으로 1~2점 차이로 입학하는 대학이 바뀌는 게 현실이다. 1~2점의 차이가 실력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수능 성적으로 학생을 줄 세우기하고 이를 대입 선발의 지표로 삼는 일은 중·고교 교육을 망치고 대학 교육을 포기하는 일이다. 수시를 없애야 한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적용으로 내신을 5등급으로 상대평가 한다는데 이것도 그만두길 바란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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