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이달 말 조직개편 완료…계열사 대표·조직도 효율성·슬림화 눈길

5대 금융지주가 이달 말까지 조직개편을 완료하고 쇄신에 나선다. 사진=금융지주 각사 제공
5대 금융지주가 이달 말까지 조직개편을 완료하고 쇄신에 나선다. 사진=금융지주 각사 제공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금융그룹들이 연말 조직개편에 한창이다. 불확실한 대외환경 속에서 역대급 실적을 이어왔지만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 금융사들 역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인사·조직개편에 나서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금융지주들의 조직개편이 이번달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8일과 10일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가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고, 이날 KB금융그룹이 임원인사후보 추천 명단을 공개했다. 신한·하나금융그룹은 이번달 안으로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상세한 내용과 전략은 다르지만 5개 금융사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안정과 효율 속 쇄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KB금융은 주요 계열사 CEO를 유임한 가운데 6개 계열사 CEO들을 신임 대표로 채우며 안정 속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KB금융은 14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계열사 대표 9명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대추위는 12월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8개 계열사 중 6개 계열사인 KB증권(WM부문),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 신임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신임 대표이사 후보는 ▲KB증권 WM부문 이홍구 현 KB증권 WM영업총괄본부 부사장 ▲KB손해보험 구본욱 현 KB손해보험 리스크관리본부 전무 ▲KB자산운용 김영성 현 KB자산운용 연금&유가증권부문 전무 ▲KB캐피탈 빈중일 현 KB국민은행 구조화금융본부장 ▲KB부동산신탁 성채현 현 KB국민은행 영업그룹 이사부행장 ▲KB저축은행 서혜자 현 KB금융지주 준법감시인 전무 등 총 6명이다.

KB증권 IB부문 김성현 대표와 KB국민카드 이창권 대표, KB인베스트먼트 김종필 대표는 재선임 후보로 추천됐다. 재선임 후보 임기는 1년이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지난달 30일 가장 먼저 연임이 확정된 바 있다. 

애초 3연임 대상은 교체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KB금융은 김성현 대표 등을 재선임하며 안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임 대표이사 후보들 역시 각 분야에서 전문적 경험을 쌓은 인사들로 채워 안정적 효율성에 비중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 대추위는 "고객과 시장, 영업현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성과창출 리더십',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변화혁신 리더십', 조직 화합과 지속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조직관리 리더십'을 갖춘 후보자 추천을 통해 내부 인재 중심의 선순환 경영승계 구조 정착 및 계열사의 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두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관심 대상이었던 부회장직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KB금융이 유지해온 부회장직은 회장 인선 절차 때부터 승계 프로그램으로 지적받은 데다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이 앞서 양종희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서 경합한 허인·이동철 부회장이 지난달 21일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나기도 한 만큼 이 자리를 굳이 채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이 경우 부회장들이 맡았던 부문장은 계열사 대표나 지주사 부사장급 임원들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과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경쟁해 온 신한금융은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신한금융은 오는 19일 지주 이사회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안을 확정지을 예정인데 진옥동 회장이 취임 후 첫 주도 하에 조직 개편에 나서는 만큼 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앞서 "조직 규모에 비해 자리와 사람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 조직 슬림화가 유력하다. 현재 재무, 운영, 준법감시, 감사, 브랜드 홍보, 리스크, 디지털, 전략, 신사업, 소비자 보호 등 10개에 달하는 지주사 부문을 재무, 운영, 전략, 소비자 보호(준법) 등 4개 부문과 감사, 리스크 등 2개 부문으로 재편하고 신한금융 부문장(부사장급)도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문장 10명 중 8명의 임기가 연말로 종료되는 점도 부문장 축소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진 회장이 취임 후 "지주사는 계열사 업무에 개입하는 대신 전체 사업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만큼 일부 계열사 통합과 지분 조정 등이 예상됐지만 이는 당장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CEO 인사의 경우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등 9개 자회사 대표 10명의 임기가 연말에 끝난다. 이 중 첫 임기 2년에 더해 한차례 연임한 CEO들은 교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부분의 계열사 CEO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신한금융 자회사 '빅3'로 꼽히는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CEO 인사는 이번에 제외되며 타 금융사 임원인사에 비해 주목도가 다소 떨어진다. 정상혁 신한은행장,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등은 모두 진 회장이 내정자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선임한 인사들인데다 임기도 내년 말까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그룹 역시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 핵심 계열사 CEO들이 올해 취임해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지난해 전문성 있는 젊은 리더를 발탁해 전진 배치하며 올해 순이익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서는 등 남다른 활약을 보여줬다.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역시 트래블로그 환전 1조원 돌파 등 해외여행서비스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하나금융 부회장직 체제는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KB금융과 더불어 지주사 중 부회장 체제를 유지해왔던 하나금융이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회장직에 대해 "폐쇄적 운영으로 외부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직격했기에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은형· 박성호·강성묵 부회장 임기는 모두 올해 말로 끝난다.

함영주 회장 임기가 2025년 3월이란 점도 변수다. 만약 함 회장이 연임하지 않게 된다면 올해 연말 인사가 승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차기 회장 후보군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금융지주사 중 가장 먼저 인사개편을 발표한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의 경영방침인 전략수립·시너지 창출·조직문화 혁신 등에 조직개편 방향을 설정하고 조직 슬림화와 핀셋형 개편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그룹 M&A를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가 기존 미래사업추진부문에서 전략부문으로 재배치됐고, 미래사업추진부문은 성장지원부문으로 재편해 그룹 시너지를 담당하는 시너지사업부 등이 배치됐다. 기존 디지털·IT부문도 디지털혁신부문으로서 미래혁신부를 배치, 기존 미래금융부와 디지털혁신부 기능을 재편하는 등 대대적 개편보단 핀셋형 개편에 중점을 뒀다.

특히 임원인사에 있어 부문장 1명만 교체하며 안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부사장·전무·상무로 나뉘었던 임원 직위체계를 부사장으로 일원화하는가 하면 은행 역시 부행장·부행장보로 나뉘어져 있던 직위체계를 부행장으로 일원화하는 등 조직 슬림화가 눈길을 끈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 전체에 사업 추진의 속도감을 제고하고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과 고객 서비스 역량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0일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의 부사장, 부행장, 영업본부장 인사를 발표했다. 농협금융지주 신임 부사장에는 이기현 농협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과 조정래 농협생명 고객지원부장이 내정됐다. 농협은행 신임 부행장에는 김용욱 농협중앙회 강원본부장과 서준호 농협은행 농업금융부장 등이 내정됐다.

특히 농협금융 이민경 상무와 농협중앙회 조은주 상무보, NH농협은행 김민자 경기영업본부장이 승진하는 등 여성인재를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농협금융은 전문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인재 등용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5대 금융지주 모두 조직개편에 있어 파격적이거나 보여주기식 단행보다는 조직의 안정과 효율에 중점을 두고 내년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정책과 시장 환경 등 압박으로 쉽지 않은 한해를 보냈는데 내년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지주들은 효율성 제고를 통해 쇄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