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네덜란드 국빈 방문…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 동행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 진행…‘반도체 동맹’ 공식화, 정상 공동성명문에 명기 합의
반도체 동맹 구축 위한 경제·안보·산업 분야 양자 협의체 신설…공급망 위기 함께 돌파
삼성전자·SK하이닉스, ASML과 반도체 협력 MOU 체결…민간 기업 간 파트너십 강화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반도체 동맹’을 공식화하기로 했다.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반도체 동맹’의 내용을 담은 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 반도체 동맹을 포함함으로써 국가 간 안보 협력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협력 강화의 목표와 의미, 방법 등을 구체화했다. 또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반도체 동맹 구축에 따라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경제·안보·산업 분야 양자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반도체 동맹이라는 표현의 명문화 여부를 두고 윤 대통령 국빈 방문 직전까지 협상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공급망 위기를 함께 돌파하기 위해 미래의 주요 경제안보에 핵심 이익을 결정하는 반도체에서의 동맹관계를 구축키로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는 이재용(55)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63)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민간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방진복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클린룸을 방문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진복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클린룸을 방문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슈퍼 을(乙)’ ASML의 클린룸을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으로 쓰이는 극자외선(EUV) 장비 공정을 시찰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도 동행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Extreme Ultraviolet) 노광(빛을 이용해 설계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리는 공정 기술)장비를 독점 생산해 슈퍼 을이란 별칭을 얻은 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 30조원을 달성했다. ASML의 2나노미터(nm) 이하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둘러싸고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클린룸을 공개한 건 그만큼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ASML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협약식에서 EUV 공동연구소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 및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ASML은 내년부터 1조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통해 기술 연구·개발(R&D·Research and Development)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EUV 공동연구소는 국내 수도권에 설립될 예정이며 삼성전자와 ASML이 7억 유로(9962억원)를 투자해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각 사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ASML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필요한 EUV 기술을 한국에서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기로 함에 따라 최첨단 메모리 개발을 위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과 성장에도 한층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 더불어 추후 초미세 회로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ASML의 EUV 장비 쟁탈전에서도 한 걸음 더 우위에 설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설립 MOU를 체결하자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설립 MOU를 체결하자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더불어 ASML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SK하이닉스도 EUV 공정에서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ASML과 공동 개발하는 협약을 체결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10나노 4세대(1a)와 5세대(1b) DRAM(디램·Dynamic Random Access Memory) 제조공정에 ASML의 EUV 장비를 적용 중이며 향후 확대 적용을 위해 2021년 4조7500억원 규모의 EUV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협약에서 EUV를 운용할 때 내부 오염원 제거 등에 쓰이는 수소(H₂) 가스를 포집한 뒤 연료전지로 재활용해 전력화하는 기술을 ASML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지금은 사용한 수소 가스를 소각 처리하고 있지만, 이를 재활용하면 전력 사용량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ASML 본사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네덜란드 통상개발협력 장관과 ‘한-네덜란드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국 정부와 기업들이 협력해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하게 되면 국내 반도체 인력들이 네덜란드의 선진기술을 배워 기술개발 역량을 키울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는 양국에서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 2월 네덜란드에서 첫 교육이 시작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뤼크 반 덴 호버 IMEC 대표(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윤석열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안드레아스 페처 ZEISS SMT 대표.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뤼크 반 덴 호버 IMEC 대표(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윤석열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안드레아스 페처 ZEISS SMT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후 진행된 한국-네덜란드 기업인들의 간담회에서도 ‘반도체 동맹’ 강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등 우리 기업 인사와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책임자(CEO·Chief Executive Officer), 벤자민 로 ASM 최고경영책임자(CEO·Chief Executive Officer) 등 네덜란드 측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네덜란드 기업의 반도체 협력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양국 정부 간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세계 무역의 토대를 만들고 증권시장을 처음으로 개장한 네덜란드에서도 가장 대표적 혁신의 상징인 ASML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의 한국 방문을 많은 국민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내년부터 SK하이닉스도 ASML과 반도체 연구기관 아이맥(IMEC) 공동의 차세대 EUV 개발사업에 함께 참여해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 시대에 대비한 고성능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통해 양국의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위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체력을 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이를 통해 더욱더 강력한 반도체 동맹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국내 반도체 장비 생태계 조성과 성장에도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는 국가 반도체 경쟁력 확보와 수익성 강화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