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팬데믹은 우리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고, 지금은 우리 사회에 미묘하면서도 깊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지금 조용히 우리 주변을 감싸들고 있는 상처 중 하나는 코로나19의 폭풍을 이겨낸 개인들 사이에서 사회 공포증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앓고 난 뒤, 후유증 때문에 진료받은 사람들이 최근 2년간 5만4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질병관리청의 결과와 여러 기관의 주장으로는 국내 코로나 후유증의 주요증상으로 피로, 기억장애, 집중력 저하, 호흡곤란, 기침, 가래, 두통, 목 안 이물감, 불면증,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소속 모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울증·불안장애 진료환자 수는 172만 명이나 됐으며, 이는 2019년 대비 14.2%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특히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젊은 층에서 환자가 많이 늘었는데, 2019년과 2021년을 비교했을 때 20대가 42.3%로 가장 크게 늘었고 10대 이하 33.5%, 30대 24.9%, 10대 22.1% 증가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모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후유증 상병코드가 신설된 지난 2020년 10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2개월간 코로나 후유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5만4463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2년간 코로나 후유증 환자는 꾸준히 증가했고, 증상도 다양해졌다고 한다.

사회불안장애라고도 알려진 사회 공포증은 사회적 상황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이 특징이며, 타인의 판단, 당혹감, 조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것이 팬데믹으로 확산 정도와 심각성이 더욱 악화하였다. 우리가 봉쇄, 고립, 곳곳에 퍼져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씨름하는 동안 우리의 사회도 심각한 변화를 겪었다. 많은 사람에게 한때 익숙했던 사회적 상호작용의 지형은 불확실성과 불안으로 가득 찬 낯선 풍경이 되었다. 장기간의 물리적 거리 두기와 제한된 대면 접촉은 사회적 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무심코 키웠다.

사회가 점차 문을 다시 열면서 역설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는 정상으로의 복귀를 열성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일부는 사회적 만남에 대한 새로운 두려움과 씨름하고 있다. 장기간의 고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러한 불안은 단순히 고독을 선호하는 것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는 사회적 판단, 감시 또는 심지어 혼잡한 공간에서 또다시 질병에 걸릴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도 나타나고 이러한 두려움은 마스크를 벗어 던지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인간관계에 대한 갈망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거부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시대가 되었다. 감염에 대한 지속적인 두려움과 사회적 규범에 신속히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회적 환경에서 높은 불안을 경험하게 되었다. 모임 참석, 외식 또는 심지어 일상적인 대화와 같은 간단한 작업도 이전에는 사회적 상황을 쉽게 탐색했던 개인에게 이제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

재난 후 자살률은 재난 위기 때보다 회복기에 가파르게 오른다. 재난 상황에서는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연대감이 취약층에 심리적 지지대 역할을 하지만 재난 이후에도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우울감이나 무력감이 만성화하기 때문이다. 보도를 보니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극단적 선택 위험도의 경우, 재난 발생 이후 3년 뒤가 정점이라고 한다. 이를 4차 파고라고 부르는데, 1차 파고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2차 파고는 의료자원 제한으로 인한 사망, 3차 파고는 치료 중단으로 인한 만성질환자들의 사망, 4차 파고는 팬데믹을 겪으며 증폭된 정신적·사회적·경제적 문제로 인한 사망 증가를 의미한다고 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사회 공포증을 해결하려면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첫째, 전염병이 우리 정신에 가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집단적 인정과 관심이 필요하다. 불안에 대한 논의를 정상화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는 것은 이러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권장되어야 한다.

둘째, 개인이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해 다시 익숙해지도록 돕기 위한 포용적인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사회적 환경으로의 점진적인 재통합을 촉진하는 지역 사회 계획, 정신 건강 자원 및 공간은 팬데믹 이후 사회 공포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 이때 동료, 기업, 사회 전반의 이해와 공감은 사회 재참여와 관련된 불안을 완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행동이 이상하다고 쑥덕거리거나, 서류를 완벽하게 제출하고 규정을 엄수하라고 개인을 압박하기보단 자신의 속도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격려하는 포용적이고 이해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여파, 특히 사회 공포증의 증가는 우리에게 자비롭고 수용적인 사회를 육성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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