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신규 선임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팀장,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가족·친척경영 체제 강화
60대 부회장단 사퇴, 50대 사장단 대거 등장…신규 선임 임원 평균 연령 48.5세
그룹 전반에 깔린 위기감 반영 책임경영 강화·세대교체로 경영환경 변화 선제 대처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SK그룹의 오너가(家)가 경영 전면에 등판했다. SK그룹은 지난 7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가족·친척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협의회)를 열고 의장 등 신규 선임안을 의결하고 각 관계사 이사회에서 결정한 대표이사 등 임원 인사 내용을 공유 및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원인사의 핵심은 최태원(63)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의 가족·사촌 등 오너 일가가 경영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목적에 있다.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59)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2인자’ 자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게 됐다. 또 SK그룹 오너가 3세이자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34)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최연소 임원에 등극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왼쪽)과 최윤정 SK바이오팜 신임 사업개발본부장. 사진=SK그룹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왼쪽)과 최윤정 SK바이오팜 신임 사업개발본부장. 사진=SK그룹

먼저 최창원 의장에 대한 최 회장의 신임이 두텁고 둘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삼남 중 막내아들인 최 의장은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로 취임한 데 이어 2017년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바이오 사업을 이끌어 왔다.

최 의장은 1994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 경영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한 지 29년 만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게 되면서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믿을맨’으로 최 의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그룹은 최 의장 선임에 대해 “최 부회장이 앞으로 각 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과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데 관계사 최고경영책임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들의 의견이 모아져 신임의장에 선임됐다”고 밝혔다.

최윤정 본부장도 최 회장의 ‘믿을우먼’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최 본부장은 중국 베이징 국제고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후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 연구원과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등을 거쳐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매니저(대리급)로 입사했다.

2019년 휴직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21년 7월 복직해 지난 1월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 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1년여 만에 사업 개발 관련 조직을 책임지는 최연소 여성 임원으로 승진하게 됐다.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재계에서는 최 의장과 최 본부장 인사를 통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퍼팩트스톰(Perfect Storm)’ 복합위기 시대를 맞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무한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계열사 사장단 역시 7년 만에 ‘젊은 피’로 진용을 갖추게 됐다. 각 관계사는 이사회를 열어 차세대 CEO들이 전진 배치됐다. 특히 이번 임원인사에서 총 7개 계열사의 CEO가 바뀌었다. 이중 신규 선임된 CEO 3명은 모두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인 ELP를 수료했다

SK㈜ 사장에 장용호(59) SK실트론 사장을, SK이노베이션 사장에 박상규(59) SK엔무브 사장을,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56) SK㈜ 머티리얼즈 사장을, SK에너지 사장에 오종훈(55) SK에너지 P&M CIC 대표를, SK온 사장에 이석희(58) 전 SK하이닉스 사장을 선임했다.

또 SK㈜ 머티리얼즈 사장에 김양택(48)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이, SK엔무브 사장에 김원기(53)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각각 보임됐다.

반면 50대 사장단이 그룹 계열사를 이끌게 되면서 60대 부회장단이 물러나게 됐다. 2017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 온 조대식(63) 의장과 장동현(60) SK㈜ 부회장, 김준(62)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60)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거나 자리를 옮긴다. 부회장 4인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사진=SK그룹

2016년 말 인사에서 주력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교체한 지 7년 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사장단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신규 선임 임원의 평균 연령은 48.5세로 젊은 피의 임원들이 사장단을 보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전체의 신규 선임 임원은 총 82명으로 2021년도 107명, 2022년도 165명, 2023년도 145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SK그룹은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수 관계사가 조직을 효율화하고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글로벌 침체 장기화에 따른 발 빠른 대처를 주문했다. 이번 인사도 그룹 전반에 깔린 위기감을 반영해 세대교체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협의회 인사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SK 관계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영 인프라 구축과 변화 관리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며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이고 그룹 경영전략인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실행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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