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월 일본서 461대 판매…올 한해 500대 못 미칠 듯
현지 낮은 전기차 관심도·인프라 원인…“향후 시장 교두보 확보 전략 현실적”

아이오닉 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 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지난해 일본 시장에 재진출한 현대자동차가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11월까지 현지에서 판매한 승용차가 400대선에 그치며 좀처럼 반등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8일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1~11월 일본 시장 승용차 판매량은 41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인 461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차의 월평균 판매량은 38대. 올해를 한 달 남겨두고 있지만 판매량은 500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입장에서 일본 시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이곳에서 이미 참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2001년 일본 시장 문을 두드리며 그해 판매 목표를 5000대로 잡았다. 하지만 현지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현대차가 2009년 말 실적 부진으로 상용차를 제외하고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하기까지 판매한 차량은 1만5000여대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2월 일본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전략은 이전과 달랐다. 일본 차량보다 저렴한 가격이 과거 현지 공략의 무기였다면 이번에는 현대차가 업계를 선도 중인 전기차를 선봉에 세웠다.

현대차가 일본 시장 재공략에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일본 완성차 업체보다 앞선 분야로 평가받는 기술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자국 브랜드 수요가 높은 곳으로 ‘수입차의 무덤’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 같은 일본 완성차 업체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다만 일본 업체들은 전동화 전환 속도가 더디다. 때문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기술력으로 과거 참패를 설욕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새로운 전략이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차량 판매량은 신통치 않다. 일본 현지에서 두 자릿수 판매량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서다. 현대차는 지난 1월 32대를 시작으로 매달 적게는 10여대, 많게는 80여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1~11월 중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린 시기는 지난 10월이다. 이 기간 판매량도 84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재진출 2년 차를 맞은 현대차가 좀처럼 판매량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 현지의 낮은 전기차 관심도와 충전 인프라를 꼽는다. 일본 내 자국 브랜드 선호가 판매 부진에 큰 몫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차 판매에 집중하는 현대차로서는 이러한 두 가지 원인이 판매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본 내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3만1592대다. 전체 신차 중 1.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반면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차는  42.2%와 49%를 차지해 일본 내 전기차 선호도가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당장의 판매에 집중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일본 현지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일본이 전동화 전환 속도가 느린 만큼 전기차 시장 교두보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현지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일본 시장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만큼 현대차로서는 그 아성을 깨기 힘들다”며 “다만 (현대차의 전기차가) 경쟁력이 떨어져서 팔리지 않은 게 아니라 일본 내 전기차 관심도나 인프라 구축이 더딘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내년까지는 판매가 급격히 늘어 수익을 내는 시기라기보다는 곧 다가올 전기차 시장의 교두보를 만들고 현대차의 이름을 알리는 정도로 목표를 잡는 게 현실적인 전략이다. 일본에서 다양한 전기차가 나오는 시점이 되면 지금보다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후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 중 일정분을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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