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국내 금융권 위협
PF대주단협약 등 대책 효과 미미, 내년 절반 손실 가능성도  

전 금융권에 부동산 PF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관련 기관들과 연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금융권에 부동산 PF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관련 기관들과 연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업장이 대거 부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금융권도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다. 전 금융권 PF대출잔액은 꾸준히 증가해왔고 연체율이 상승하며 건전성 문제도 제기되는 형국이다. 

금융위원회는 7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에서 PF 업무를 총괄하는 임원들을 만나 부동산 PF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장 현황과 더불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는데 금융지주 실무진과의 회의를 시작으로 금융당국은 제 2금융권 등 다양한 시장 참가자들과 릴레이 회의를 통해 부동산 PF 부실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PF 정상화 펀드' 운용사 5곳을 만나 집행 상황 등을 점검하기도 했다. 해당 펀드는 PF 사업장의 정상화와 재구조화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지만 지난 9월 첫 투자 이후 추가 대상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줄회의와 관련해 금융당국 측은 부동산금융 시장을 면밀히 살펴보는 차원이라며 내년 PF 시장 정책 방향과 관련해 현장 목소리 및 건의사항을 듣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10여 차례 회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충분히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 금융당국 입장이지만 부동산 PF 리스크는 국내 금융 시장의 최대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으로 이는 3월 말(131조6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건전성 리스크 역시 가중되고 있다. 같은 기간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 역시 2.01%에서 2.17%로 0.16%포인트 상승했다. 증권사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7.28%까지 올랐고, 저축은행 연체율도 2021년 말보다 3.39%포인트 증가했다. 여신전문업계 및 상호금융업계 연체율 역시 모두 상승했다. 

부동산 PF 리스크는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고금리로 인해 공사비가 급증했고 지방, 수도권 할 것 없이 주요 개발 프로젝트가 멈추기 일쑤다. 국내 주요 건설사 미청구 공사액만도 수십조원에 이른다.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들의 미청구 공사비는 약 17조49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13조7400억원)에 비해 27% 증가한 것이다. 미청구 공사비는 건설사가 발주처로부터 아직 청구하지 못한 공사 금액을 말하는데 미청구 공사비 회수가 늦어지거나 혹여 받지 못하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미청구 공사비는 현대건설 3조9666억원, 삼성물산 건설부문 2조3734억원, 포스코이앤씨 1조8494억원 등 대형 건설사들도 리스크 상황에 놓여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적정 미청구 공사비 비중을 25%이하로 보지만 HDC현대산업개발 43%, 현대건설 35% 등 대형사들도 위험한 상황이다. 매출 대비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 곳이 있을 정도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는 업계에 현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건설사 부실 우려가 크고 돈을 빌려준 금융권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부동산 PF 부실을 막을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금융당국 및 금융권은 그동안 대주단 협약을 통한 대출 만기 연장으로 부실 사태를 미뤄왔다. 하지만 계속 만기를 연장해주는 것으로 버티는 상황은 오히려 이자 부담을 키워 악성 부실을 키우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에도 만기 연장이 이어지고 있다.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르피에르 청담' 브릿지론 채권자 협의회가 464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만기를 지난 8월에서 내년 5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하는 등 강남 노른자땅으로 불리는 청담동에 고급주거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도 만기 연장에 들어갔다. 전국에 만기 연장으로 시간을 번 사업장이 적지 않은 만큼 리스크가 그만큼 커진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 회복이 더디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만 팽배한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브릿지론의 위험 노출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본부장은 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S&P글로벌과의 공동 간담회에서 "부동산 PF 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브릿지론의 위험노출이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고금리로 제2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을 뜻한다. 시행사가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내고 부동산 개발 자금을 빌려 쓴 뒤 사업에 속도가 붙어 리스크가 줄어들게 되면 시중은행으로부터 저금리 자금을 빌려 갚는 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부동산 PF 만기 도래 금액 약 14조원 중 58.4%가 브릿지론이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은 불리한 사업환경과 저조한 실적으로 내년에도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많은 부동산 PF 사업장에서, 특히 브릿지론 손실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김대현 S&P 글로벌 신용평가 상무도 "한국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큰 우려는 부동산 PF"라며 "비은행 금융업 중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큰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만기 연장이 이어지면서 이자 부담은 기간과 금리 측면에서 가중될 것이고, 이는 PF 원가 상승으로 연결돼 사업성을 더욱 저하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불안감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이 위태롭다.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돈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 저축은행에 몰려 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중 브릿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증권사(30.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의 지난 9월말 부동산 PF 연체액은 708억원에서 1959억원으로 증가했으며, PF 연체율은 6.92%로 지난해 같은 기간(2.4%)보다 4.52%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저축은행업계는 1000억원대 규모의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조성해 개별 저축은행이 연체채권을 매각하도록 하고 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이 3분기 말 대손충당금 2조6908억원을 적립하는 등 건전성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증권사 역시 불안한 상황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부동산 관련 부서 인력을 줄이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도 부동산 PF 리스크 탓이다. 금융위원회 집계로 증권사의 올해 6월 말 기준 부동산 PF 위험 노출액은 28조4000억원에 이른다. 내년까지 많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증권사의 신용도도 위협하는 지경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말 한국기업평가는 다올투자증권 기업신용등급(ICR) 및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이투자증권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만약 부실이 한꺼번에 손실을 확정하게 될 경우 금융권은 물론이고 국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최대한 연착륙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년에는 더이상 대출만기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사업성이 아주 낮은 곳부터 부실 정리를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부동산 PF 리스크로 금융기관이 입게 되는 타격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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