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됐던 비트코인 가격 연일 상승세…2년여만에 6000만원 돌파
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현물 ETF 승인 가능성까지 호재 이어져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의 비트코인 실시간 거래 가격. 비트코인은 23개월만에 6000만원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의 비트코인 실시간 거래 가격. 비트코인은 23개월만에 6000만원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가상자산의 대표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상승세다. 다양한 요인들이 호재로 작용하는 가운데 1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한국 가상자산 거래인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7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6034만원에 거래 중으로 전일 대비 0.2%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4만3723달러(약 5750만원)인데, 국내 경우 수요가 급증하면서 코인마켓캡 글로벌 평균가격보다 4%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21년 12월 28일 이후 2년여 만인 지난 6일 6000만원을 재돌파했다. 12월 들어 5000만원대 초반선이던 가격이 1주일도 채 안돼 17% 이상 급등하면서 6000만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150% 넘게 상승한 상황이다.

한동안 침체에 빠지기까지 했던 비트코인은 어떻게 상승기류에 올랐을까. 세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우선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가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판단 근거로 활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10월 전년 대비 3% 오르면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균형에 거의 가깝다"고 말한 점도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우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일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시장은 "균형에 가깝다"는 말에 더 무게를 실으며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인 반면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투자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픽텟자산운용의 루카 파올리니 수석전략가는"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자산들이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다"며 비트코인과 금을 꼽기도 했다.

이에 더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트(ETF)가 미국 당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점도 비트코인 상승기류에 힘을 실었다.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6월 미 증권거래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했는데 내년 1분기 중 출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미국 증권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간 가격 조작 우려를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하지 않았고 선물 ETF만 허용해왔다. 하지만 미국 법원이 "현물 ETF를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결함에 따라 SEC가 내년 1분기 중 현물 ETF를 허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르면 내년 1월 승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터라 비트코인의 가치가 더 오르는 추세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되면 유동성과 투명성이 높아지고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추종하는 펀드를 대거 출시할 것으로 예상돼 호재가 이어질 수 있다.

비트코인이 급상승한 또 한가지 이유는 바로 반감기를 꼽을 수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뜻하는 용어로 약 4년 주기로 돌아온다. 비트코인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생산 역시 줄어든다는 의미다. 생산이 줄어들면 시장에 나오는 물량도 줄어들기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금융센터에 따르면 1차 반감기이던 2012년 11월 비트코인 가격이 약 92배 상승했고, 2016년 7월 반감기 당시에는 30배, 2020년 5월에는 8배 상승하는 등 이전 반감기에도 비트코인 상승세가 뚜렷했던 만큼 내년 4월 4차 반감기 역시 비트코인 가격의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외에 FTX 파산 사태를 일으킨 뱅크먼 프리드의 110년형 선고, 테라-루나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 체포에 따른 미국 혹은 한국 사법당국의 인도 예정 상황 등 암호화폐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걷힌 것도 비트코인 상승에 일조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호재 요인들이 겹치면서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글로벌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말까지 1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암호화폐 시장의 봄(Crypto Spring)이 시작됐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제프 켄드릭 SC 디지털자산 연구책임자는 "반감기가 다가오면서 비트코인이 오름세를 타면 다음 해에는 1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의 시장 지배력도 계속해서 상승 중"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금융회사 언체인드의 조 켈리 최고경영자(CEO)도 "내년 4월 이후 비트코인의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엄청난 상승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며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의 보수적 목표치는 10만5000달러 선"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금융서비스 업체인 매트릭스포트는 내년말 비트코인 가격을 12만5000달러로 예상하기도 했다.

데니 갈린도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역시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강세는 4년마다 발생하는 반감기 직후에 발생했다"며 "다음 반감기가 내년 4월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투자 위축기)는 이미 과거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가 하면 블룸버그통신은 중장기적으로 "5만 달러(약 6550만원)에서 최대 53만 달러(약 7억원) 이상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국인들의 거래도 비트코인 상승랠리에 기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11월 한국 원화가 가상화폐에 대한 법정통화 거래쌍(Fiat trading fair) 비중에서 사상 처음으로 달러를 넘어섰다는 가상자산 관련 데이터 제공업체 CC데이터의 발표를 인용하며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인들이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며 신중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밀러타박플러스코의 매트 말레이 수석시장전략가는 유동성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 2020년과 2021년 같은 (자금) 유동성이 생기지 않는 한 비트코인에 관한 낙관적 예상은 헛된 꿈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기대대로 금리 인하가 되지 않고 미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유동성에 제한이 생기게 되고, 비트코인 상승 폭에도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따른 호재 역시 단기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석시장전략가는 "ETF 기대와 금리 인하에 대한 희망이 결합해 또 다른 투기적 광란을 불렀다"고 꼬집으며 "ETF를 기다리다가 2만 달러 랠리를 놓친 사람들이 단지 ETF이기 때문에 두 배의 비용을 지불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가 국내 거래소에도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는 비트코인 가격만 상승하는 추세를 견제해야 한다면서 현재 상승세는 일시적 요인일 수 있으며 다른 암호화폐 가격도 함께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물 ETF 승인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블룸버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1월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 가능성은 90%라고 전망했지만 일각에서는 무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비자이 아야르 코인DCX 부회장은 "ETF 승인이 무산되면 이번 랠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고,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 연구위원도 "현물 ETF 승인이 무산되면 비트코인 가격에 큰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현재 쏟아지는 희망적 시그널을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불거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의 급증세는 연말, 소비 등 요인에 기인한 일시적 상승일 수 있다"면서 "투자에 관한 희망적인 뉴스가 나오는 때는 끝물이라는 설도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비트코인 가격 상승 및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따라 국내에도 암호화폐 거래 시장 제도화가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코인 상장 및 시장 규제 등에 대한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