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세계 최고 수준 원전 설계·운용 역량”…건설업계 “원전 시공 우리가 최고”

원전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운용 역량과 시공 능력을 인정 받은 한국수력원자력과 건설업계가 SMR 부문에서 원팀코리아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전경. 사진=연합뉴스
원전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운용 역량과 시공 능력을 인정 받은 한국수력원자력과 건설업계가 SMR 부문에서 원팀코리아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소형모듈원자로(SMR)가 건설업계의 미래 먹거리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건설업계가 힘을 합치기보다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건설 대기업들은 각자 미국, 캐나다 등의 SMR 전문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SMR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의 홀텍과 함께 개발한 160MW급 경수로형 SMR인 ‘SMR-160’을 앞세워 글로벌 SMR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1년 홀텍과 SMR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협약을 통해 ‘SMR-160’의 EPC(설계·구매·시공)에 대한 독점 권한을 확보한 바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7월 캐나다 테레스트리얼에너지와 SMR 개발 및 설계·기자재 조달·시공(EPC)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SMR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도 미국 최대 SMR 기업인 뉴스케일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SMR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한수원도 캐나다의 민간 SMR 개발업체 ARC, 전력 공기업 NB Power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들이 추진 중인 SMR 프로젝트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설계, 시행, 운용을 담당하고 원자력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는 한수원도 캐나다 기업이 추진 중인 SMR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SMR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캐나다의 ARC, NB Power가 추진 중인 SMR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ARC는 캐나다에서 SMR을 개발하는 민간기업이고 NB Power는 캐나다의 전력 공기업이다.

이같은 각자도생 방식이 불필요한 손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SMR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인 미국 뉴스케일사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뉴스케일에 2021년과 2022년 총 7000만 달러의 지분투자를 감행하고 미국 서부 7개주에 SMR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업무제휴를 맺은 바 있다.

그러나 뉴스케일의 이 프로젝트가 전력 수요처 발굴 실패로 무산되면서 주가가 하락했고 이로 인해 삼성물산도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념도. 출처=한수원 열린원전운영정보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념도. 출처=한수원 열린원전운영정보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SMR 분야에서 각자도생하고 있는 한수원과 건설업계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과 건설업계가 SMR 분야 원팀코리아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과 협력을 해왔다면 뉴스케일 투자 손실, 홀텀 등 외국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비용 지출 등을 아낄 수도 있었다”며 “한수원과 국내 건설업체들의 원자력 기술 수준은 글로벌 SMR 시장을 주도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은 원자력 분야에서 글로벌 선진 기업임을 인정받고 있으며 SMR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국내 건설업계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시공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며 “공기업인 한수원과 건설업계가 SMR 분야에서 각자도생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SMR 분야에서 원팀코리아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한수원의 SMR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며 한수원의 기술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한수원이 2028년까지 한국형 SMR 모델을 완성하고 2030년까지 첫 SMR발전소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현재 민·관에서 보유중인 원자력 기술 수준으로 볼 때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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