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데스’ 언급한 최태원 회장, SK그룹 연말인사서 쇄신 분위기 감지
60대 ‘부회장’ 4인 퇴진, 50대 사장단으로 리더 교체…세대교체 인사예고
최창원 부회장, 수펙스 의장 유력…전문 경영인에서 사촌 경영으로 전환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SK그룹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재계 맏형인 최태원(63)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이르면 7일 단행할 SK그룹 연말 인사의 방향성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7년 만에 ‘서든 데스’(sudden death)를 언급한 만큼 생존과 변화를 위해 강력한 세대교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오너가(家)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사촌 동생인 최창원(59) SK디스커버리 부회장에게 그룹 내 2인자 자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의 60대 부회장단 4인이 2선 후퇴하고 대신 50대 사장단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와 ‘사촌경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SK그룹

한때 ‘그룹 컨트롤타워’로 불렸던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최고 협의기구로 전략·글로벌과 인재 육성, 환경사업 등 분야별 전문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2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SK는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이 70년 전인 1953년 시작해 1962년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며 ‘형제경영’ 시대를 열었다. 1973년 최 창업회장 별세 후 최 선대회장이 회사 경영을 이어받았다. 1998년 최 선대회장이 세상이 떠난 후 최종건·최종현 회장 가족들이 모여 최태원 회장을 그룹 회장에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1964년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최 창업회장의 삼남 중 막내아들로 재계 안팎에서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최 창업회장의 동생인 최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과는 사촌 형제 사이다.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60) SK㈜·SK온 수석부회장과는 한 살 차이다. 차남 형 최신원 전 회장과 각각 SK네트웍스, SK디스커버리를 사실상 분할해 경영했다. 최 부회장에 대한 최 회장의 신임 역시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는 최 부회장의 업무 성과나 인적 네트워크, 인품 등을 고려했을 때 그룹을 이끄는 데 흠잡을 곳이 없는 인물이란 평가가 많다. 실제 이번 인사가 확정되면 전문 경영인 체제의 모범 사례로 꼽혀온 SK그룹이 하루아침에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사촌·가족 중심 경영 체제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인사의 칼날이 부회장단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먼저 조대식(63) SK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의장, 장동현(60) SK㈜ 부회장, 김준(62)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60)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이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회장단이 물러나는 자리는 장용호(59) SK실트론 사장, 박상규(59) SK엔무브 사장 등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부회장단이 교체되면 SK그룹에서는 7년 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앞서 SK그룹은 2016년 말 인사에서 주력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교체한 바 있다. 당시 인사에서 SK㈜사장이었던 조대식 의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게 됐고, 김준 에너지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이 각각 SK이노베이션 사장과 SK텔레콤 사장으로 보임됐다.

당시 60대였던 김창근 전 수펙스 의장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영태 전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은 2선으로 물러났다. 현재의 분위기는 당시와 흡사하다. 이번 인사 역시 60대 부회장단이 물러나고 50대 사장단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 부회장단이 7년간 그룹을 이끌며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미래 신성장 분야로 그룹을 이끈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복합 위기 속에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고 세대교체를 통해 민첩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제기됐다”며 “부회장단 교체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이고 부회장단이 전부 동반 퇴진하든 일부만 교체되든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