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낙선 인사들 공기업 기관장·상임감사 자리 꿰차
21대 총선 전후 공기업 기관장 12곳·상임감사 4곳 ‘공석’
임기 만료에도 3곳 상임감사 모집 안 해…이유는 내년 총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사진=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22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둔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라 공기업 임원들이 여권 인사로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현임 공기업 수장 중 3분의 1이 내년 총선을 전후로 임기를 마치기 때문이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정부가 출자해 설립하거나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기관이다. 정부의 국정 과제와 각종 정책을 일선에서 시행하는 만큼 기관장과 상임감사 같은 임원 선임에 정권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대선이나 총선 결과에 따라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합을 맞출 수 있는 인사들이 대거 임명되는 일을 자주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 공공기관 임원 인사를 두고 ‘낙하산 인사’ 또는 ‘보은성 인사’라며 도마에 자주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정권을 가리지 않는다. 이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 역시 총선에 출마했다 낙마한 인사들이 공기업 수장 자리를 속속 꿰찼다. 대표적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강원랜드를 꼽을 수 있다. 지난 정권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역임한 김경욱 전 사장은 2020년 실시한 21대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뒤 이듬해 2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1일 사퇴한 이삼걸 전 강원랜드 사장도 마찬가지다. 이 전 사장은 21대 총선에서 경북 안동·예천을 지역구로 출마한 바 있다.

상임감사라고 다르지 않다. 사실상 조직의 ‘2인자’ 격인 이 자리에도 총선과 관련된 인사들이 적지 않다. 김경수 전 대한석탄공사 감사는 21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이듬해 2월 상임감사에 선임됐다. 이강진 전 코레일 감사는 21대 총선에서 세종을을 선거구로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에 나섰으며 이듬해 5월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을 전후로 공석이 되는 공기업 수장 자리는 얼마나 될까.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공석이거나 내년 상반기에 기관장 임기가 만료 예정인 공기업은 총 13곳이다. 지난 1일 공석이 된 강원랜드를 비롯해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부동산원 ▲발전 5사(동서·서부·중부·남동·남부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기술 ▲한전KDN ▲한전KPS ▲해양환경공단 등이다. 특히 발전 5사 기관장의 임기는 모두 내년 4월 만료된다.

상임감사도 예외는 아니다. 공기업 상임감사 자리의 경우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에 4곳이 공석으로 남겨질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서부발전 상임감사는 올해 12월 임기 만료 예정이며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현재 임기가 끝났으나 후임자 선임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공기업에도 총선 전후로 여권 인사가 임명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이 그곳이다. 이들 기관의 상임감사 임기는 이미 만료된 상태로 후임자 선임을 위한 임원 모집 공고를 지금까지 내지 않고 있다.

공기업 임원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임기 만료 2개월 전에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리고 후보자 추천한다. 이후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과 주무부처 장관 또는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친다. 즉 후보자 추천을 위해선 2개월 전에 임원 모집 공고를 내고 후보자를 모집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한국동서발전은 지난 9월, 한국중부발전은 지난달 상임감사 임기가 지났음에도 후임자 선발을 위한 임원 모집 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총선 결과에 따라 여권 인사를 채우기 위해 선임을 늦추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사실상 기관장이나 상임감사 모집 공고는 정부의 지시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구체적인 언질이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일부러 선임을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기관장이나 상임감사 모집 공고는 보통 정부의 언질이 있어야 낼 수 있다”며 “임기 만료 전 미리 준비하는 게 맞지만 일부 기관이 선임을 늦추는 것을 보면 정부 지시가 아직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도 “기관장급은 사실상 기관 밖 의사가 반영된다”며 “별도 지시가 있어야 임원 모집 공고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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